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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당신은 무신경하다는겁니다!…」

 

에이키는 설교를 시작했다. 하지만, 오늘따라 귀에서 맴돈다는 기분이 들었다.

무신경하다는 이야기를 들을수록 무신경해지다 못해, 말의 뜻이 머릿속을 넘나돌며 점점 잦아들기 마련이었다…

당신은 생각을 떨쳐내려 했지만, 의도와는 반대로 흘러가고 있었다.

 

「…당신! 듣고있습니까?! 딴 생각은 나중에 하시고…」

 

뭔가가 떠올랐다 졌다. 마치 별같이 번쩍 거렸다가 사그라들었다. 

…역시, 뭔가를 잊어버린게 분명하다.

……………

 

아…잠깐…오늘은…?!

…제길…잊어먹다니…멍청하긴!…중요한 약속을 깰뻔했잖아…!

 

마음이 바빠졌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 자신이 인간임을 완전히 포기하지 못하게 묶어주는 일.

자신이 유일하게 지키는 맹세. 그 모든 중요한 가치가 있는 일을 잊어버릴뻔 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엣…? 지금 어딜 가시는겁니까…?!」

 

에이키는 당황한듯 소리쳤지만 당신은 뒤돌아보지도 않고 문을 잠그곤 밖으로 뛰쳐나갔다.

뒤 돌아 볼 시간도 없다. 잊어버렸다는 사실은 한 순간의 여유도 사치로 뒤바꿔놓는다.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라고…멍청하긴…어떻게 잊어버릴수가 있는건가…!

 

한발,

 

한발,

 

내딛는 시간이 돌조각이 물에 튀어 파장을 일으키듯 가슴속을 울리고있다.

 

…………………………

……………………

………………

…………

……

 

돌아왔다…

 

「…도대체 뭐하자는겁니까…?」

 

…에이키는 몹시 불쾌하다는 표정으로 이쪽을 노려보고있다. 이야기 중에 갑자기 뛰쳐나가면 누구라도 그러지 않으랴.

다만, 당신은 겸언쩍게 으쓱하고 제자리에 정좌하는 것 밖에 방도는 없었다.

 

「…사람이 이야기할 때 갑자기 뛰쳐나가는건 실례일텐데요…? 뭐,…이런곳에 발을 묶어놓는거 자체가 실례겠지만 당신은…!」

 

그래도, 그 먼거리를 달려 오고갔다. 그래서 가뜩이나 땀에 젖어 옷도,몸도 축축해진 상태인데…

숨도 제대로 거르지 못한채로 설교를 듣다니, 고난도 이런 고난이 없을 것이다.

 

「정말로 당신은 제가하는 말은 듣기는 하는겁니까? 내가 하고자하는…」

「응…?」

 

에이키의 말이 멈췄다. 의아하다는 표정을 짓고는 다시 당신의 얼굴을 바라보더니,

노골적이다 싶을 정도의 시선을 당신의 손쪽으로 돌렸다.

 

「…정말 이상한 일이군요…」

 

「당신같은 사람에게도 죽음을 추모할 누군가가 있었다니…」

 

뭐…?

설마…하며 에이키의 시선이 향해있는 곳으로 다시 눈길을 돌렸다…

 

아…그녀의 말이 이해가 갔다.

피우고난 뒤 남은 향을 그대로 들고와버렸으니…

 

「도대체 어떤이일지 상상도 안가는군요…궁금하네요. 어떤 사람이길래 죽어서도 

당신을 움직이게 만들고, 향까지 피워서 제사를 지내게 하다니…」

 

…그런건 알거없잖아… 

 

…기분이 상했다, 이 이상 이야기를 듣기 싫어졌다 

 

「잠…, 어딜가시는 겁니까?!」

 

…죽었다고 그걸 환기시켜줄 필요는 없는데 말이지

 

그대로 방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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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아니야… 이건 아니라고…

 

죽지마 제발… 내가 잘못했어… 다음부턴 아무말도 안할테니까…으흐윽…

 

마른 백색 벽지로 둘러쌓인 무미건조한 병실속에서 자신의 목소리가 울려퍼지는걸 느낀다…

절망어린 외침 후의 훌쩍임 섞인 끔찍한 고요가 방을 채운다…

 

자신의 상처투성이 손 위에 부드러운 손의 온기가 겹쳐온다

 

울지마렴…너 때문이 아니니까…난…

 

에…?

 

누…누나?

 

거짓말…이건 아냐…

 

그럴리가 없어…이건 아니라고…

 

아냐!!!!!!!!!!!!!!!!!!!!!!!!!!!!!!

 

하아… 하아…

 

…잠깐 졸았었구나…

젠장…또 이런 악몽이다… 제사를 지내고 나면 꼭 이런 꿈을 꾸게된다…

그래도 그 땐 당신은 자신을 자신이라 불렀었…

…손에 무언가 부딪혔다…

 

달그락…

 

이건… 전의 그 상자인데?…용캐 버리지도 않고 두었다 이 말인가…

…그러고보니 오늘 에이키의 설교 도중에 뛰쳐나왔었지…

 

달그락…

 

흐음…

…당신은 상자를 한쪽 팔에 끼곤 누웠던 자리에 다시 드러눕곤 천장을 바라보다 눈을 감고

그대로 다시 잠을 청하기로 했다…

 

이번엔 악몽이 아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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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셨습니까?」

 

에이키가 어쩐지 침울한 목소리로 인사를 건내왔다…

의외의 반응이다.…화났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었는데…

 

「저기…오늘은 할 말이 있습니다…」

 

할말이 있다니…? 나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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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명히 할말이 있다고한건 그쪽일텐데…

어째서 계속 침묵을 고수하고있…

 

「저기…」

「전엔…죄송했습니다…」

 

뭐…?

 

「…그렇게 기분 나빠할줄은 몰랐습니다…」

「그리고…당신같이 몰인정한 사람이 그렇게 화낼정도라면…」

 

에이키는 말을잇다가 고개를 젓고는 말을 고쳤다

 

「죄송합니다…역시, 이렇게 말해서는 안되겠지요…」

「아무리 악한자라해도 그 자신에겐 소중한것이 있을텐데…」

 

…화낸 이유를 오해하고있지만… 

당신은

역시, 이상한 여자다…라고 생각했다. 

자신이 상처입는 것과 자신이 다른이에게 상처입히는 것을 다르게 생각한다는건가…

오히려 사과를 받아야하는건 그쪽인데?

정말로 이상한 여자다…

 

「…혹시」

 

「당신이 갔던 그곳…에 가봐도 될까요…?」

 

 

…뭐?


거절한다

 

「그렇…습니까…」

 

당신은 어떤 위험도 감당할 가치는 없다고 생각했다…

방을 뒤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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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키는 무언가 할말이 있는것 같지만

상관없다. 들어줄 생각도 없으니

 

「…역시 안 돼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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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엔 와 버린거냐…

 

…당신은 불가항력에 가까운 심적압력을 느꼈다

나도 참 물러졌구나… 당신은 그렇게 생각했다.

 

데려가겠다.

 

「네…?」

 

에이키는 자신의 귀를 의심하는 것같다.

 

…데려가겠다고 했다.

 

에이키는 전에 있었던 단호한 거절과 상반되게 흔쾌하다고 느껴질정도로 담담한 말씨 때문에 놀랐다.

그의 목소리만 무미건조하지 않으면 정말 흔쾌하다 느꼈으리라.

 

저벅저벅…

 

길을 걷는다.나뭇잎에 살결과 옷이 부딪혀 사각거리는 소리를 내며 밀도가 빽빽한 잎거지를 뚫고 지나

산 속으로 깊이들어간다.

-오랜 침묵. 단지 걸을 뿐이었다. 감시하는 자와 감시당하는 자는 서로를 의식했다.

하지만 침묵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묘가 묻힌 폐허 앞에 다다랐을 때,

 

「당신…」

 

에이키의 발이 멈췄다. 숨이 찬건지, 술에 취한 듯 얼굴에 그다지 상쾌해 보이지않는 핏기를 띄며 붉힌채로

내리깔았던 눈을 당신에게 다시 향했다.

 

「후우…저기에 정말 당신에게 소중한 자…가 있는겁니까?…」

 

…진저리나는군. 당신은 영 마음에 들지 않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탁. 돌부리를 걷어차고 빠른걸음으로 걸어가. 에이키의 손을 끌고 그대로 묘 쪽으로 집어던지듯 신경질적으로 손을 내쳤다.

 

보라고. 여기에 내 '소중한 사람'이 있으니.

 

…기일에서 몇 주를 주기로 방문하는 곳이다. 되도록 오고싶지 않은 곳이다.

몇년이 지나도 그날의 상실감을 잊지못한다.잊으려고 외면하지만 상기될 때마다 다시금 비수처럼 자신을 내찌르는것이다.

그런데, 여기까지 와서, 여기에서 다시, 여기에서 그 사실, 죽었다는 사실을 상기시켜줘야 하는건가?

당신은 꽤나 신경질적인 느낌을 풍기며 묘를 등지고 서서 씩씩대고있다.

…그럼에도 에이키는 그에 상관하지 않는다는 듯 묘 앞에 놓인 여인의 사진을 눈으로 찬찬히 뜯어볼 뿐이었다.

 

「…역시」

 

에이키는 무언가 알아냈다는 듯이 사진이 든 소액자를 들고 일어나 당신의 눈 앞에 펼쳤다.

…이 여자가 지금 누구 놀리는건가.싶었지만, 어차피 그녀가 죽은건 에이키의 탓이 아니기에 더는 짜증 낼 필요도 없음을 안다.

그런 당신을 아는지 모르는지 에이키는 다시 액자받침을 접고 안듯이 품으로 가져간채 말을 이었다.

 

「그녀는…대단하군요…」

 

뭐가 어쨌다는거지? 당신은 삭은 골이 섞인듯한 무겁게 울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 대답에 에이키는 답하듯 몸을 살짝 휘돌리곤 자신의 말을 이어갔다.

 

「깜빡했군요…흑백을 보는건 염마만이 가능한 일이었다는 것을.」

 

그렇게 무안한듯 에이키는 어깨를 한번 으쓱하더니, 여전히 놀랍다는 듯 경이에 찬 말소리를 흘리듯, 계속해서 이야기한다.

 

「하지만…깜빡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녀처럼 죄가 깨끗한 사람 앞에선 말이지요. 이렇게 순수하고 맑은 백을 본 일은 그 많은 인간들 중에서 손 꼽힐겁니다.」

「그녀가 생전에는 어떤 자였는지 궁금해질 정도입니다!」

 

생전에?…

 

……………………

가슴속에서 응어리 맺힌 골이 터졌다. 피가 펌프질하듯 쥐어짜내는 심장을 삐집고 흘러나와 몸을 미친듯이 갉아낸다.

 

여기까지 와서 하고자 했던게 말 뿐이었나?

 

피는 눈앞의 시야를 희게 만들고, 점점이 붉그므레하고 거무스레한 것들이 각막에 들러붙는듯 기분 나쁜 형(形)을 띈다.

왜 죽었다는 사실을 계속 되새기게 만드는건데! 터진 골은 더 부풀어 자신의 마음을 뒤엎어버린다.

 

돌아간다! 이젠 끝이야. 너완 다신 여기에 돌아오지 않겠어. '죽었다.'는 이야기는 이제 듣기도 상상하기도 싫다고!

 

에이키의 손을 억지로 잡아끌고 우거졌던 숲을 다시 뚫고돌아 길을타고 되돌아간다.

사각거리는 소리는 살 찢어지는 소리가 되었고, 평화롭게 나뭇잎이 바람에 나부끼며 서로 부딪히는 소리는

쇳조각을 두들기는 대장장이의 쇠망치처럼 목구멍을 싸하게 달아오르게 했다.

 

죽었어.죽었다고! 알기 때문에 더 싫었단 말이다!

 

「…」

 

에이키는 대답하지 않는다. 다만 고개를 숙이고 이끌리는대로 걸어갈 뿐이었다.

눈물이 찔끔흘렀다. 눈물이 땅으로 도망을 친다. 사내가 누이의 죽음으로부터 도망치듯.

 

이제 이것도 필요없어! 필요없다고!

 

에이키는 상자와 함께 방에 내동댕이 쳐졌다. 사내는 문을 등지고 소리나지않게 운다. 모든 것이 단절되고 끊어진듯 이 세상은

찢어진 채로 '소년'으로 돌아온 사내의 눈 앞을 흐릴뿐이다.

 

「이건…」

 

…………………………

……………………

………………

…………

……

몇 시간이 흘렀을까. 드디어 평소의 가물가물해진 느낌으로 돌아온것을 느꼈다.하지만 지금 깨달은게 있다면

그 상자를 에이키의 방에 던져놓았는데, 이젠 더 이상 그것으로 할 수 있는게 없다는 것이다.

급작스런 후회가 온다. 왜? 내가 후회할게 뭐가있다고.자신같은 이에겐 그런건 사치다. 

…하지만, 후회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안다.

상황이 틀어져버린 지금은, 찢어진 옷처럼 고쳐낼 수 없을것이니. 후회한다.

제길. 제기랄. 욕지기가 치밀어오른다. 항상 실수만한다. 그래서 찢길 뿐이었고 찢기고 있고 찢길 것이리라.

후회에 찬 절망을 욕짓거리로 내뱉고 있을 때,

 

끼이익-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린다. 깜빡하고 문을 잠궈두지 않았던건가.

됐다.이제 다시 그녀를 밀어넣고 문을 잠그는거다.자신에게 기회는 없었던 것이다.

 

그렇게 생각했는데

 

보였다. 

그녀의 소매가 고쳐져있는 것을.

 

「으음…」

 

에이키는 겸언쩍은지 고쳐져있는 소매를 손으로 살짝 잡은채 쭈그려 앉아있는 당신에게 다가왔다.

 

「저…어떤가요」

 

연인 앞에서 옷을 자랑하는 여인처럼 에이키는 쑥쓰러운듯 쭈뼛거리며 자신의 팔을 앞으로 내밀었다.

에이키의 팔을 슬며시 잡았다. 따뜻했다. 잘 꿰매어진 그 부분은 자신의 후회를 조소하는듯 했다.

그 때 였다.

 

「앗…!」

 

에이키를 껴안았다. 무슨 일이었을까. 그 순간, 세상이 멈춘듯했다.

 

멋져.

 

에이키는 대답했다.

 

「다행…이네요」

 

그래…

 

두 사람은 미소지었고, 찢어진 세상은 에이키에게 다시 꿰매어졌다. 하늘은 다시 달빛을 뿌리고

방 안을 아름답게 비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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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음에도 보러가자고.

 

「풀어줄 순 없겠지만요…하아」

「…」

「그래도…당신안에서 무언가 보였으니…」

「후훗… 뭐,그걸로 만족하죠…」

 

 

 

찢어져있던 소년의 꿰매져 아름답게 고쳐졌습니다.

당신은 [감정결여]를 잃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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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키의 이쪽을 보는 눈이 이상하다….

에이키는 당신과의 행위에서 기쁨을 느끼고 있는 것 같다….

([검열삭제]상인에게 팔려…이 집에 오고 나서

나의 인생은, 소리없이 무너져 버렸다…좋아하지도 않는…

남자에게…멋대로 몸을 계속 손대어져…

매일이 절망과 어둠 속에 갇힌 세계…

바깥을 볼 때면…그저 눈물만 흘러 나와…과거의 추억이…

해일과도 같이, 나의 마음 속을 채워 간다…)

하지만…시간이 지남에에 따라 [검열삭제]가 된 것을 체념…굴복해 간다…

쾌락에 몸을 맡기고 나서…

나의 마음은 점차 침식당해 간다…

왠지…마음은 그 사람에게 끌리고 있다…용서할 수 없는데…

염마로서 재판해야 한다고 머리로는 생각하고 있는데…

마음은 그것을 거부한다…

어떤 짓을 해도…그 사람은 나의 소중한 곳을 관철하는 일은 없었다.

………

……

그렇다…나는 매우 모순되고 비합리적인 것은 알지만…

……

그 사람에게 …연정을 품고 있다…

에이키는 [연모]를 얻었다.

(설교이벤트를 여기까지 진행하면 아무것도 한게 없이 연모를 취득해버립니다.)


여기까지 설교이벤트.

엔딩과 다른 이벤트(자살)는 나눠서 넣도록 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