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reno님의 About Our Journey을 들으면 쓴 곡입니다. 같이 들으며 읽으면 더 좋을 것 같네요.


잔잔한 클래식 음악이 흘러나오는 조용한 카페.


평화로운 분위기 속에서 우리는 심각한 표정으로 서로를 노려보고 있었다.


"일본."


"핀란드."


"일본."


"핀란드."


서로 한 치의 앙보도 없는 팽팽한 기싸움, 먼저 꼬리를 내린 건 나였다.


"이잉~ 그러지 말고, 그냥 일본으로 하자니까?"


평소 잘 하지 않던 애교로 무마시켜보려고 하였지만, 그녀는 완고하였다.


"싫어. 핀란드같이 유럽 쪽으로 가보고 싶었단 말이야."


그녀의 얼굴을 살펴보니 아무리 애교를 부려도 꺾일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어쩔 수 없나, 결국 나는 비장의 수를 쓰기로 하였다.


"핀란드는 비행기 오래 타야 되잖아. 그리고,"


미안해, 내가 여행가면 잘해줄게.


"저번에 갖고 싶었던 가방 산다고 돈도 다 썼잖아. 유럽은 물가가 비싸다고 하던데, 감당 할 수 있어?"


"그건! 그렇긴 한데…… 알았어. 일본으로 가자."


내 비장의 한 수에 그녀는 결국 시무룩한 표정으로 포기하였다.


그녀를 설득하는데 성공은 했지만, 괜히 아픈 부분을 찌른 거 같아 미안해져 그녀를 달래주었다.


"이번에는 일본으로 가고, 핀란드는 다음에 같이 돈 모아서 가자, 커플 통장에 돈 많이 모아서 말이야. 어때?"


"칫, 알았어. 그럼 일본으로 하는 거다?"


그녀는 노트북에 일본을 검색하고 서칭을 하기 시작했다.


"오사카? 후쿠오카? 오사카로 갈거면 교토도 같이 가는게 좋겠다."


언제 풀이 죽었던건지, 금세 눈을 빛내며 가볼만한 일본 여행지를 찾는 연인을 보고 있자니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그녀는 나에게 있어 3번째 연인이었다.


전 연인과 헤어지고 힘들어하던 내게 친구가 좋은 사람이라며 소개해주었다.


카페에서 어색하게 인사를 나누었던 그녀는 웃음이 예쁜 사람이었다.


서로 쑥스러워 하며 대화를 하다 보니 서로 마음이 잘 맞았고, 그렇게 몇 번 만나다가 정식으로 사귀게 되었다.


"자기는 어디가 좋아? 오사카? 후쿠오카?"


"음, 오사카로 갈까? 근처에 교토도 같이 있어서 볼 게 많다고 들었어."


"좋아. 그럼 오사카로 결정! 그러면 바로 숙소를 찾아 볼까?"


그녀는 잔뜩 신이 나 검색을 하기 시작했다.


웃음이 많고, 그만큼 눈물도 많으며, 자기 얘기를 하는 것 보다 남의 이야기를 들어주려는 사람.


카페에서 나와 내게 손을 흔들며 멀어져가는 그녀를 보며 생각하였다.


그녀와 앞으로 얼마나 함께 하게 될 지는 모르겠지만.


그녀와 함께하는 시간이, 내 삶이란 여행의 행복했던 시간 중 하나가 되기를.


-Journey라는 단어가 '순례', '돌아오지 못하는 여행'이라는 뜻이 있다고 하길래

'우리 삶도 목적지에 도착하면 돌아갈 수 없으니까 Journey라는 단어랑 비슷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으로 썼습니다.


인생은 여행과도 같다고 하죠.

그리고 그 인생에는 언제나 함께 하는 누군가가 있고요.

가족, 친구, 그리고 연인.


이들과 함께하는 지금 이 순간이 여러분들의 행복했던 시간 중 하나가 되기를.


p.s. 현재 절찬리에 연인 구함. 행복한 시간 만들 자신 있음. 한 번도 사용 안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