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녀올게.
-어. 조심히 다녀오고. 친구들이랑 술은 마시지 마라.

왠지 비가 올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건 나의 느낌이였을 뿐, 진짜 오진 않겠지, 라 생각하고 우산을 주지는 않았다. 
귀가 찌릿해지는 도어락 소리가 집 전체에 울려퍼졌다. 
곧 집에는 나 자신, 그리고 조용하면서도 소름끼치는 분위기만이 남게 되었다.

설마 비가 오진 않겠지. 

투둑 투둑, 빗방울이 베란다 난간에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창 밖을 보니 소나기가 세차게 떨어지고 있었다. 
나는 핸드폰을 켜 수영이한테 전화했다.

-딸, 비가 오는 것 같은데 우산 안 전해줘도 될까?
-차 타고 나갔으니까 괜찮아. 어차피 금방 그칠 것 같은데 뭐.
-차 타고 나갔구나. 다행이다. 도착하면 아빠한테 톡 줘.
뚜뚜뚜..

나는 폰을 침대에 냅다 던졌고,
소파에 드러누웠다. 

침대보다 포근한 소파. 나는 항상 잠을 잘 때면 소파에 가서 눕는다. 침대는 그냥 중고나라에 내다 놓을까?..



..눈을 떠보았더니 3시간이 지나 있었다. 
나는 무거운 몸을 일으켜 침대와 벽 사이로 손을 넣어 핸드폰을 꺼냈다. 
화면을 확인해보았다.
알림이 와 있었다. 

[임석찬: 롤이나 켜] - 2시간 24분 전

임석찬, 그는 전직 프로게이머다. 그의 실력은 형편없다. 은퇴했는데도 아직 게임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저러고 있으니..

[나: 니 혼자 해] 

몇분 후, 답장이 왔다. 

[임석찬: 니가 하도 답 안해서 먼저 하고 있었다 병신아.]

[나: 지금이라도 ㄱ?]

[임석찬: 피방 시간 끝났거든]

[나: ㅇㅇ 나도 할 생각 없었음]



[임석찬: 근데 너 뉴스 봤냐?]

[나: 뭔 뉴스?]

[임석찬: 니 평택 그쪽 살지 않냐?]

[나: 나 그 위쪽 화성 사는데]

[임석찬: 아니.. 아무튼]

[임석찬: 조금 전에 거기서 열라 큰 대형사고 났다 하잖아. 당장 실검 켜봐.]

나는 실시간 검색어 창을 켰다.

하위권에는 세탁기, 안마기 등 광고성 검색어들이 판을 치고 있었다. 
그리고 상위권에는 평택 추돌사고, 평택나들목 사고 등이 서로 순위를 엎치락뒤치락 하고 있었다. 

아! 수영이!
오늘 가는 데가 평택이였는데..

도착하면 톡 해준다고 했지. 까맣게 잊고 있었다. 
하지만 수영이에게서 온 카톡은 없었다. 

나는 재빨리 수영이에게 전화해보았다. 

"고객의 전원이 꺼져 있습니다. 음성사서함으로 연결시 통화료가.."

나는 나의 귀를 믿을 수 없었다. 배터리가 다 된건가? 나는 다시 연결해보았다. 

"고객의 전원이 꺼져 있습니다. 음성사서함으로.."

나는 수영이의 친구에게 전화했다.

-여보세요? 

-혹시 가현이 맞니?

-아 예, 맞아요. 누구세요?

-나 수영이 아빠. 혹시 오늘 둘이 만나기로 했지 않았니?

-아 예, 둘은 아니고 넷 이상이긴 한데.. 하여튼 수영이가 약속시간이 한참 지났는데 안 와서 저희끼리 먼저 술집에 와있어요. 전화해도 안 받던데요.

-아아.. 혹시 어디서 만나기로 했었니?

-평택역 1번출구 앞이요. 

-알았다. 끊어라,

뚜뚜뚜.. 

나는 재빨리 기사를 클릭해보았다. 

[속보] 평택나들목서 102중 추돌사고.. 대부분이 "운전자 없는 차"

운전자 없는 차..?

나는 의아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안심이 되었다. 대부분이 운전자 없는 차인데.. 설마 우리 수영이가.. 



나는 기사 최상단에 떠 있는 사진을 보고 쓰러질 뻔했다.
하늘색 베이스에 하얀색 줄무늬로 도색되어있는 미니 클럽맨 차량.
"답답하시면 먼저 가주세요" 라고 써있는 초보운전 스티커. 
곰돌이 그림이 그려진 스티커까지. 

분명히 수영이 차였다. 수영이가 운전면허를 딴 2018년, 그 해의 8월 21일, 수영이의 생일날 사준 건데. 

나는 황급하게 자켓을 걸치고 밖으로 나와, 내 차로 향했다. 

목적지로 "평택 JC"를 치고 출발하였다.

나는 고속도로를 향해 갔으나.. 

[오후 5:21분에 일어난 평택 102중 추돌사고로 인해 평택화성고속도로, 평택제천고속도로 전방향 통제중입니다. 안전운전하세요.]

내비게이션에 알림이 떴다. 

나는 할 수 없이 국도를 타고 갔다. 



평택 JC 근처 한 농가로 갈수 있었다. 
[출입 금지]라고 써진 표지판 수십 개가 평택 JC로 향하는 길을 막고 있었고,
앰뷸런스와 기자들, 소방차 대여섯 대를 볼 수 있었다. 

시꺼먼 연기가 하늘을 뒤덮고 있었다.
 
나는 차에서 내려 고속도로 위로 올라가려고 시도하였다.

경찰 한 명이 황급히 다가와 내 앞길을 막았다.

-일반인은 출입할 수 없습니다.

-저기 안에 제 딸이 있습니다!

-발견된 사람이 아무도 없는데 무슨 소립니까?

-네..? 하지만 분명히.. 

-선생님 돌아가십시오. 저 안에는 사람이 없습니다.

나는 다시 폰을 켜 그 기사를 읽어보았다.
새로고침 해보니 기사의 제목은 수정되어 있었다.


 [속보] 운전자 없는 차, 평택 JC에서 102중 추돌사고.. 운전자는 어디로 갔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