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바다 프롤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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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저무는 낭만시대


부, 명성, 힘… 한때 이 세상의 모든 것을 손에 넣은 사나이. ‘해적왕 골드 로저’. 그가 죽음을 앞두고 남긴 한마디는… 전세계 사람들을 바다로 향하게 만들었다.


“내 보물 말이냐? 원한다면 주도록 하지… 잘 찾아봐. 이 세상 전부를 거기에 두고 왔으니까.”


세상은 대해적시대를 맞는다.


그리고, 로저의 죽음으로부터 어언 18년이 흘렀다. 18년간 로저 없는 바다 위를 왕좌에 오르지 않고 그 앞을 지키던 ‘흰 수염’ 에드워드 뉴게이트도, 그와 동등한 위치에까지 오른 ‘사황’들도, 어느 누구도 로저가 남긴 위대한 보물, 대비보 ‘원피스’를 손에 넣지 못했다. 해적들의 낭만시대는 조금씩 저물어가고, 그에 대항하는 해군 역시도 언젠가 다가올 폭풍 앞 고요함에 맞춰 행동력을 잃은 해적들을 잡아들이고 있었다.


노스 블루, 어느 무인도. 이곳에 정박한 해적단이 지금, 최후를 맞이하고 있었다. 해적 선장이 다급히 스피커를 단 전보벌레에다 대고 소리쳤다.


“제발, 공격을 멈춰주시오! 해적들의 목이 필요하다면 기꺼이 우리 목을 내어 줄 테니 공격을 멈춰 주십시오! 여기엔 민간인도 있습니다! 평생 해적질 한번 해본 적 없는 민간인이란 말입니다!”


그러나, 해군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들 이외의 모든 이들을 죽이고 있었다. 세이버를 든 거인족 해군 장교가 소리쳤다.


“전부 죽여라! ‘아침의(아사노) 나라(쿠니)’ 출신은 살려 두지 말라는 명령이다!”


해군의 진격이 멈추지 않을 기세이자, 해적 선장은 가까이 있던 두 소년을 데려와 눈높이를 맞추었다.


“너희 둘, 잘 들어라. 섬 뒤편 절벽 아래에 조각배가 있다. 그걸 타고 도망쳐라.”


그 중 하얀 머리카락에 화상 흉터를 가진 소년이 소리쳤다.


“저도 싸울 거예요! 모두를 두고 이렇게 떠날 수는 없어요!”


하얀 머리카락에 덩치 큰 소년 역시 같은 생각이었다.


“보고 씨를 두고 떠날 수는 없어요! 다른 사람들도 모두!”


해적 선장, 보고는 두 소년들을 꼭 끌어안았다.


“고맙다, 하지만 너희는 싸우기엔 너무 어려. 떠나라, 너희는 살아야 한다. 우리 모두가… 너희들을 끝까지 지켜보마.”


그러더니 보고는 항상 해적선 자신의 방에 걸려 있던 오래된 환도 두 자루를 흉터를 지닌 소년에게 건넸다.


“네가 항상 관심을 가지던 환도(環刀)다. 너는 검술에 재능이 있으니 분명 이걸 잘 쓸 수 있을 거야. 그리고 기억해라, 이 검은 강한 힘을 영구히 흡수한 단다. 절대 네 몸에서 떼어놓지 말거라.”


그러더니 보고는 다른 검을 들고 벌떡 일어났다.


“이제 가라!”


“선장님… 보고 씨!”


“형, 가야 해!”


두 소년들이 사라지자, 보고는 칼을 높이 들고 소리쳤다.


“이것이 내가 선장으로서 하는 마지막 명령이다! 전원 무기를 들어라! 저 금수만도 못한 놈들을 향해… 돌격!!”


그리고, 두 소년이 조각배를 타고 섬 저 멀리 떠나자, 섬에서 큰 폭발이 일었다. 두 소년은 목놓아 울었다. 울고, 울고, 그러다 지쳐 잠들었다. 며칠이 지나자 덩치 큰 소년의 울음은 그쳤다. 하지만 흉터가 있는 소년의 울음은 그치지 않았다. 거대한 폭풍에 휩쓸렸을 때도, 무사히 바위섬에 상륙했을 때도 소년은 울음을 멈추지 않았다. 그러길 일주일, 끝내 울음을 그친 소년의 눈에선 더 이상 투명한 눈물이 흐르지 않았다. 맑고 청아하던 목소리는 음산할 정도로 굵게 갈라졌고, 눈에선 붉은 눈물이 흘렀다. 물 말고는 아무것도 없는 바위섬 위에서, 소년은 계속해서 수평선 너머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죽일 거야… 모두 다…”


보다 못한 동생이 다가왔다.


“형, 배고파.”


“…나도.”


또 며칠이 지났다. 물 말고는 아무것도 먹지 못한 두 사람은 이제 정말로 굶어 죽기 직전이었다. 그러던 어느 낮, 동생이 기묘하게 생긴 과일을 가져왔다.


“이거 봐! 과일이야. 파도에 떠밀려왔나 봐.”


소년은 그 기묘한, 황토색 껍질을 가진 과일을 자세히 바라보았다.


“이게 도대체 무슨 과일이지? 이런 건 한번도 본 적 없어…”


“어차피 독이 들어있다 해도 조금 일찍 죽을 뿐이잖아? 그냥 먹자.”


소년은 칼을 뽑아 과일을 정확하게 반으로 갈랐다.


“먼저 먹어.”


동생이 먼저 열매 반쪽을 한입 배어 무는 순간, 동생의 얼굴이 마치 소금 덩어리를 삼킨 것 마냥 구겨지더니 한순간 얼굴이 보랏빛으로 변했다. 동생은 열매를 겨우 삼킨 다음 말했다.


“엄청 맛없어!!”


소년 역시 굶어 죽기 직전의 상황에서 맛이 없다는 말에 의구심을 품고 나머지 반쪽을 배어 물었다. 과육이 혀에 닿는 순간 혀가 꼿꼿하게 마비되고, 침이 바짝 말랐으며 몸 안 깊은 곳에서부터 구역질이 올라왔다. 심지어 그냥 맡았을 때는 전혀 느껴지지 않던 냄새마저 한 입 배어 물자 마자 역한 악취로 변해 코를 자극했다. 소년 역시 굶주림이고 뭐고 이 끔찍한 열매를 뱉어버리고 싶었지만, 꾹 참으며 전부 먹어 치웠다. 물론, 둘 다 그 즉시 웅덩이에 가서 미친듯이 물을 삼켰지만 말이다. 그러고 또 몇 시간이 흘렀다. 그 맛 없는 열매를 나누어 먹긴 했지만 그것은 텅 빈 수조에 물 한 컵을 넣은 것 밖에 되지 않았다.


“배고파…”


“그러게.”


동생은 벌떡 일어나 팔을 휘둘렀다.


“지나가는 배조차 없을 줄이야! 어떻게 신호라도 보내야 하지 않을까? 예를 들면… 이런 식으로…!”


그 순간, 동생의 팔이 바위로 변하더니 수백 개의 돌 조각들이 하늘 높이 치솟았다. 소년도, 동생도 눈이 튀어나올 정도로 경악했다.


“뭣이이이이이이?!!!”


“이… 이게 뭐야아아아아아아!!!”


소년은 그제야 자신들이 먹은 것의 정체를 알아차렸다.


“서, 설마 그 열매…! ‘악마의 열매’였어?!”


“악마의 열매라고?! 내, 내가?”


“몰랐어… 도감에도 모양을 본 적이 없어서 이게 어떤 능력인지도 모르겠고… 아니, 그보다 실존하는 건지도 몰랐다고!!”


동생은 암석으로 변한 자신의 팔을 찬찬이 살펴보더니 대뜸 바닷가를 향해 달려들었다.


“내가 악마의 열매 능력자라니…! 내가 평생 맥주병이라니!! 이런 젠장!!”


동생은 미친듯이 달리다 바다에 무릎이 잠김과 동시에 축 처졌다.


“힘이… 빠진다…”


“야 이 멍청아!!”


악마의 열매 소동으로부터 또 며칠이 지나고, 둘은 우연히 지나가던 상선에게 가까스로 구조받았다. 상선은 부모는 커녕 연고조차 없는 형제에게 먹을 것을 준 뒤 자신들의 목적지인 루브니르 왕국에 내려주고 떠났고, 형재는 왕국의 뒷골목으로 들어갔다. 더러운 뒷골목 어느 벽에 기댄 채, 동생이 물었다.


“형, 이제 어쩌지?”


“어쩌긴.”


소년은 자리에서 일어나 동생을 바라보았다.


“힘을 기르고, 우리 같은 사람들을 모아서 바다로 나가 해적이 되는 거야. 그리고… 이 세상에서 놈들을 전부 쓸어버리는 거지.”


그때, 형제에게 거지 두 사람이 다가왔다.


“이 꼬맹이들은 뭐야?”


“야, 여긴 우리 자리야. 썩 꺼져.”


소년은 허리에 맨 검 하나를 살짝 뽑았다.


“지금 뭐라고?”


거지 중 하나가 소년의 멱살을 잡았다.


“여기서 꺼지라고 했다, 고아 새끼들아!”


그 순간, 소년은 칼을 뽑아 칼자루로 놈의 정수리를 찍어버렸다. 멱살을 잡은 거지가 쓰러지자, 다른 한 놈은 당황하더니 이내 소리를 질러 동료들을 불렀다.


“빨리 일어나! 나 혼자서는 다 못 이겨!”


소년은 두 자루 칼을 들고 칼등과 칼자루만으로 최대한 싸우고 있었다. 하지만, 동생은 겁에 질려 그저 앉아서 사태를 관망할 뿐이었다.


“빨리! 넌 할 수 있어!”


슬슬 소년이 숫자에 밀리기 시작하자, 끝내 동생은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의 형에게 다가갔다. 끝내 쓰러진 소년을 린치하던 거지들은 갑자기 자신들을 덮는 그림자에 그 방향을 보았고, 그 자리에는 암석으로 이루어진 거인이 서 있었다.


“저, 저게 뭐야…?”


“괴물… 괴물이다!”


그 거인이 소리를 지르며 마구 팔을 휘두르자, 그 팔에 스치기라도 하는 거지들은 다 몇 미터씩 나가 떨어졌다. 그들이 전의를 상실하기 시작하자, 소년도 다시 자리에서 일어나 분노에 찬 눈으로 마구 칼을 휘둘렀다.


“히익… 사, 살려줘!”


그러나 이미 눈이 돌아가버린 소년은 그대로 검을 휘둘렀고, 공교롭게도 검 날이 돌아가 있었다. 살과 뼈가 갈라지는 끔찍한 소리와 함께 머리통이 땅바닥에 툭 떨어지고, 곧바로 피가 사방에 튀었다. 동생은 변신이 풀리며 그대로 주저 앉아 버렸고, 소년은 온 몸에 피를 뒤집어쓴 채 고개를 돌려 동생을 바라보았다.


“이런 걸로 무서워하지 마. 앞으로는 더 많은 피를 봐야 해! 이것에도 익숙해져야 한단 말이야!”


“하, 하지만 형…! 사람이 죽었는데…”


“그래서? 앞으로 우리가 죽여야 할 ‘해군’ 놈들은… 무고한 사람들을 죽였잖아? 널 죽이러 오는 놈들을 상대로 가만히 있을 거야?”


“아… 알았어, 형…”


“그리고, 조금 전부터 생각해 봤는데 말이야. 우리 둘 다 이름을 감춰야 할 것 같아. 보고 씨도 생전에 그랬고, 원래 이름을 쓰면 해군들이 우리 출신을 금방 눈치챌 거니까.”


“어떤 이름으로?”


“너는 벤지, 나는 카르마. 어때?”


동생이 고개를 끄덕이자, 소년, 카르마는 피에 젖은 손을 내밀었다.


“잘 부탁해, 벤지.”


동생, 벤지 역시 떨리는 손을 들어 카르마의 손을 잡았다.


“알았어, 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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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공언한 대로 원피스 스핀오프 작품 입니다.

(대충 주인공 형재가 경악한 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