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 5월 23일

사랑하는 나의 조카에게


사랑하는 나의 조카 이승철, 지금 많이 보고싶구나. 지금 광주는 시내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어. 서울에 있는 너는 잘 모를 수도 있을께다. 군바리 하나가 대통령이 되고, 사람들이 들고 일어서는데, 그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죽었어. 심지어 학생도 시체가 보이더구나. 사람들은 도로를 꿰뚫고 수례를 끌면서 울부짖고 있어. 지금 편지를 쓰고있는 와중에도 기억에 남고있어. 하루하루를 쉬지 않고 쏘아대서, 주변에는 정신이 사라진 사람들도 많았단다. 이때 처음으로 헬기도 보았고. 난 이 광경을 보고 참을수가 없었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한 번 사람으로서 싸워볼려 한다. 우리도 당할수만은 없기에, 시민군을 만들었단다. 경찰서를 털어서 무기를 가져갔는데, 이것을 보고 군부대는 우리를 빨갱이라고 부르고 있어. 광주는 모르겠지만, 서울이나 그쪽에는 광주는 빨갱이가 점령했다는 소문도 있더구나. 이 편지가 너에게 왔으면 좋겠다. 우리는 빨갱이가 아니라, 민주를 위해 싸우는 시민군이라고 알리고 싶구나. 할말은 많은데 시간이 없다.



지금 어두운 건물에서 군대가 포위중이다. 지금 너무나 무섭구나. 이게 내 마지막 편지일께다.  부디 이편지가 가족들 품으로 가기를 원한다. 가족들 보고 사랑했다고 전해주렴. 그리고 후회말라고, 어짜피 혼자 살 내가 할 일이었다고 말해주렴. 난 좋게 살다 죽는다고 전해줘. 사랑한다. 밖에서는 계속 소리치고 있구나. 잘있으렴.


                                                            

                                                                                                                                                 삼촌 이승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