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오지 말라고....너희 모두 [돌]이 되어버린다고....미리 경고했어.' 

지금 여기, 한 손으로 벽을 짚고 만신창이의 몸을 간신히 일으켜세우는 한 명의 소녀가 있다. 

한밤중의 으슥한 골목길에도 파란 달빛이 차갑게 내려앉는다. 

소녀의 헝클어진 연보랏빛 머리카락과 초승달 모양 머리핀은 달빛을 받아 파랗게 빛난다. 

'뭐? 돌이 된다고? 이 년이 머리를 맞고 정신이 나갔나?' 

소녀를 둘러싼 불량학생들 중 한 명이 권총을 꺼내 소녀의 머리에 총구를 겨눈다. 

'내가 가장 싫어하는 게 [거짓말]하는 자식들이거든? 어디 총알이 네 머리를 꿰뚫기 전에 돌로 만들어보지 그래?' 

이미 총알 세례를 수십 방을 맞은 소녀는 더 이상 손 하나 움직일 힘조차 없다. 물론 이 도시 외부의 사람들에겐 총을 맞고 죽지 않는다는 사실만으로도 놀랍게 느껴지겠지만. 

철컥. 

불량배가 방아쇠를 당긴다. 그러나 총알은 발사되지 않는다. 

'뭐지? 이...이건.....' 

단단한 암석 같은 것이 총구를 막고 있다. 아니, 어느새 권총 전체가 하나의 무거운 돌덩이가 되었다. 

'무....무슨 짓을 한 거냐!' 

'....말했잖아. [나한테 다가오지 말라]고....나조차도 나에게 붙은 이 [악령]이 무엇을 원하는지 전혀 모르니까....' 

그 다음 순간, 총을 겨눈 불량학생의 몸 전체가 단단하게 굳어 하나의 커다란 바위가 되었다. 

'괴....괴물이다! 살려줘!' 

나머지 불량학생들이 도망치기 시작한다. 그러나 얼마 못가 그들도 전부 차갑게 식어 그 자리에 굳어버린다. 

'이런....또 사람을 바위로 만들어 버렸어. 아마 3일 정도 지나면 원래대로 돌아오겠지만...' 

총을 너무 많이 맞았던 걸까, 소녀는 결국 정신을 잃고 쓰러진다. 

*** 

달님이여, 높이 돋으소서 
멀리 비추소서 
저자에 가 계신가요 
어두운 곳을 밟으실까 


어느 것이나 놓고 가소서 
내가 가는 곳에 저무실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