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너를 바라본다.

너도, 나를 바라본다.


너의 눈동자에 서린 나는,

나의 눈동자에 비친 너는,

무엇을 말하고 싶은 걸까.


서로 마주보는 두 거울 속

무한한 이야기가 오간다.

한없이 조용한 격정의 이야기는

언어를 초월해 서로의 마음에 닿는다.


끝없는 겨울에 얼어있었던 나의 거울을,

너는 봄의 따스함으로 녹여 주었다.

나의 거울에 물이 맺히는 건, 그래서일까.


너와 함께했던 순간들이 빠르게 지나간다.

거스를 수 없는 시간의 흐름 앞에서,

나의 거울은 흐려져 갔다.


언젠가 너를 다시 볼 날을 기약하며,

두 눈에 다시 비치지 못할 봄날의 풍경을 그리며,

나는 눈을 감는다.


너는 나를 바라본다.

나는, 너를 볼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