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레의 사후세계 따위는 안믿는 대부분의 사람 중
왜 자기들의 사후세계는 존재한다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지 의문이다.

죽어서 벌레도 동물도 사람마저 하나의 차별없이 사라질 텐데. 나 또한 피해가지 못하고 재가 되어 흙이 되어 결국에 모든 이에게서 잊혀질 텐데.

죽어서 뇌가 기능하지 못한다면 자신이 죽었다고 인지조차 할 새도 없이, 천국도 지옥도 그렇다고 흑색의 시야조차 가지지도 못하고 무의 상태가 되는 것. 그 자체가 너무 두렵다.

스스로 결정짓는데 감수할 비용이 고통뿐이었다면 이미 매듭짓고 남았을 일을, 이렇게나 고민하고 있는 내가 참 한심하다.

차라리 불의의 사고로 죽거나 사람들 모두가 같이 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그런 상상을 하면 오히려 맘이 편해진다.

아무튼 결론은 죽어서 내가 나를 인식하지 못할 거라는 점이 너무 무서워서 한심하게도 당분간은 못죽을 것 같다는 것이다. 날 때에는 내 의지가 없었는데, 어째서 갈 때의 두려움의 감수와 결심지을 용기는 내 몫일까.

무책임한 나비의 날갯짓에 비해 존재한다는 사실은 너무 무거운 것 같다. 살아가야 할까 포기해야 할까. 언젠가 죽음이 두렵지 않아지는 날이 오기는 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