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특출난 것이 없다. 외모든, 지능이든, 신체적 능력이든, 매력적인 성격 등등... 전부 잘 쳐줘봐야 중하 수준이다..... 가족, 친구들은 나에게 자기 개발을 통해 능력치를 끌어올리라는 정석적인 답변을 내놓지만 그게 나에게는 쉽지가 않다. 이 낮은 능력치들을 끌어올릴 때 필요한 끈기조차 낮기 때문이다.

 나는 어떤 것이든 쉽게 포기해버리는 나쁜 습관을 갖고 있다. 초등학생때 권투를 배운 적이 있었는데, 운동을 잘 못했던 나는 운동신경이 좋아 몇달만에 연습시합까지 뛸 정도로 실력이 늘었던 아버지하고 다르게 실력이 늘지를 않았다. 그런 나를 딱하게 본 체육관 형이 나를 정말 하드하게 트레이닝 시켰다. 힘들어도 계속 나가서 뭔가를 하니 어느정도 실력이 올르긴 했었던거같다. 뻣뻣했던 공격도 한결 부드러워졌던것 같았다. 실력이 어느정도 오른 걸 코치 형도 알았는지, 나를 대회에 출전시켰다. 정말 하드했던 트레이닝을 잘 따라갔으니 성과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으나 패배하고 말았다. 상대가 나를 때릴 때 나도 맞받아쳤었지만, 몇 방 맞은 것 때문에 전의를 상실해버려서 기권해버렸다. 주먹이 무서운 것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힘든 훈련을 했음에도 상대보다 내가 더 많이 맞고 있는 모습이 너무나도 한심하고 창피했었다. 아빠하고 나를 빡세게 굴렸던 형이 잘 했다고 했지만, 분명 속으로 나를 한심하게 생각했을 것이다. 그 뒤로 나는 운동을 하기 싫어했다. 해봤자 실력 늘지도 않고 항상 잘하는 놈들한테 무너지기만 하고 쪽만 당할텐데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 뒤로 체육관에 나가긴 했지만 그만 두었다. 잘하고 있다고, 계속 연습하면 시합 나가서 이길 수 있다고 체육관 사람들과 아빠는 응원해주었으나, 난 듣기 싫었다. 난 뭘 해도 안될거라는 사실을 숨기기만 하는 아빠가 미웠다. 

 그렇게 아무 것도 성취해낸 경험이 없으니, 자신감도 없고 성격도 더욱 소심해졌다. 그렇다고 해서 공부를 잘한것도 아니었다. 중딩 때 수업시간에 집중하고, 개념을 달달 외우고, 문제를 풀어도 점수가 오르질 않았다. 결국 중 3때 어중간한 내신점수로는 근처의 고등학교는 못 갈것같다는 말을 듣고, 조금 거리가 있는 고등학교를 지원을 했다. 공부 못하는 애들만 간다는 소문이 자자했던 곳이어서 조금 걱정되긴 했지만, 면학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었다. 오히려 공부에 의지가 있는 학생들을 선생들 모두가 합심해서 도와주려고 노력하는 괜찮은 학교였었다. 처음으로 좋은 성적을 받고, 좋은 친구들도 사귀었다. 꼴에 청춘이랍시고 좋아하는 여자애도 생겨서 6개월 정도를 짝사랑도 했었다. 용기내서 고백했었지만, 그 여자애가 위축되보이고 소심한 남자애를 좋아할 리가 만무했다. 같은 반 학우들 보는 앞에서 못생겼다는 둥 ㅂㅅ같다는둥 온갖 외모 비하, 욕설을 퍼부었다. 그날 집에서 하루종일 서럽게 울었다. 잘난 남들은 행복해할 때 나는 평생 못난 사람인 채로 불행하게 살아야한다는 생각이 나를 너무 힘들게 했다. 그렇게 1학년 남은 2달을 폐인처럼 보냈었다. 잡념 때문에 공부도 하는둥 마는둥 살다가 문득 내 안에서 복수심이 들끓기 시작했다. 저년 보다 대학 못가면 배 가르고 죽겠다는 각오로 다시 공부모드로 돌입하였다. 처음으로 진지하게 목표 대학과 학과들을 정했고,

그 학교에 가기 위해 필요한 대내외활동들에는 모조리 참여하였다. 그 년 볼 때마다 정말 울고 싶고, 도망치고 싶었다. 무너지려고 할 때마다 마음을 다잡고 공부 하였고, 결국 그러한 노력으로 내가 원하던 인서울 대학에 당당히 합격하였다. 처음으로 이루어낸 성과에 모두가 축하해주었고, 뛸듯이 기뻤다. 복수를 이뤄냈다고 생각했다. 이제 대학에서 더 좋은 사람들과 만나고 그 년보다 더 나은 사람과도 사귈 수 있을 것이리라고 생각했다.

성인이 되어서는 매력적인 사람이 되어 행복해지고 싶어서, 헬스에 처음 입문하여 몸도 예쁘게 만들고, 외국어 학원도 등록해서 하고 싶은 공부도 했다. 공부도 열심히 해서 2번 정도 장학금도 받았다. 어렸을 때하고 다르게 열심히, 그리고 성실하게 살면 연애도 곧 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내 고등학교 친구들이 하나 둘 소개팅을 나가고, 썸을 타고, 이성친구를 사귀기 시작하는데도 나에게는 그럴 기회조차 없었다. 친구들하고 술자리에 갔을 때 나를 차버린 여자애도 그 자리에 있었다. 그 옆에는 남자친구도 있었다. 나를 그 자리에 데리고 온 친구도 여자친구가 옆에 있었고,  나만 이성친구 없이 혼자였었다.. 또다시 서러움이 북받쳤다. 나도 내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왔는데, 나도 못난거 없는 매력있는 사람이라고 믿어왔건만, 결국 나는 뭘 해봤자 이성으로써의 매력은 하나도 없는 못난이 소년일 뿐이었다...

그 뒤로는 공부가 손에 잡히지 않았다. 공부, 운동을 하려고 할 때마다, 어차피 모두가 기피하는 못난이로만 남을텐데 노력해봤자 소용없다는 패배의식이 내 머릿속을 멤돌았다. 학교에서, 길거리에서, 헬스장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내 흉을 보는게 틀림없다는 생각으로까지 이어졌고, 이로 인해 정상적인 생활이 힘들어졌다. 원격 수업이 끝나면 침대에 누워서 하루종인 폰만 만지면서 허무하게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허송세월 보내던 중, 군대에 입대하였고, 일병 때 디스크를 다치고 말았다. 남들에게 잘 보여야한다는 강박에 시달려, 훈련 때 무리하게 포탄을 운반하다가 허리를 다치고 만 것이었다. 그렇게 허리디스크 때문에 군생활 내내 고생하다가 최근에 전역을 하였다...

내 몸과 마음은 지금 성한 곳 없는 만신창이 상태다.....다시 예전처럼 공부도 하고, 운동도 하고, 책도 읽어야 한다는 걸 내 머리는 알고 있다. 하지만 어짜피 해봤자 안된다는 패배의식에 세뇌가 되어서일까 몸이 움직여지질 않는다. 지인 소개로 검술도 시작했는데, 해봤자 권투처럼 대련 때 몇번 맞고 무서워서 안나갈게 뻔하다. 배우고 싶은 악기도 있지만 돈낭비일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 내가 아무리 공부하고 자기개발을 해서 더 나은 내가 되더라도, 모두 나를 무시하고 비웃고 멸시하는데 끈기를 갖고 해봤자 무슨 의미가 있을까? 가족들도 다 똑같이 생각한다. 그렇게 생각하는게 다 보인다. 



쓰다보니 감정적으로 되어버려서

너무 길어진거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