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이 떠난 지 10년이 좀 넘었습니다.
저와 4살 차이 남동생인데 12살에 하늘로 갔어요

태어날 때 질식되는 바람에 뇌를 크게 다쳐서 심각한 뇌성마비를 갖게 되었고

그래서 평생을 침대가 아니면 휠체어에서 보냈습니다.


다행히 동생의 인지, 감정, 사고능력은 거의 정상적이라서

말을 못할 뿐이지 옹알이나 표정, 눈빛 등으로 의사소통은 가능했고

사람을 좋아해서 가족이든 친척식구든, 장애학교 선생님이든 누구든 다 좋아했고

또한 모두에게 사랑받았습니다.

자신을 향한 호의는 기가 막히게 잘 알아차릴 정도로 눈치도 빨랐습니다.

특히 형을 굉장히 좋아했습니다.

나는 동생한테 형으로서 딱히 뭘 잘해준 건 없었는데

그냥 이유없이 날 잘 따르고 좋아했어요.

어머니가 형을 혼내면 동생이 옆에서 최대한 서럽게 울어서 혼내지 못하게 할 정도입니다

반대로 어머니가 동생을 혼낼 때는 절대로 안 지겠다는 듯이 악을 쓰고 울고


그래서 나도 동생이 좋았습니다.

동생의 감정표현은 나와는 정반대로 다채로웠고

그 감수성도 나와는 정반대로 극도로 섬세했습니다.

조금의 기쁜 일도 크게 웃고 조금의 슬픈 일도 크게 우는 동생과

그 어떤 상황에서도 살짝 웃고 넘기는 나 자신은

동생이 살아있던 내내 항상 비교대상이었습니다.

형으로서 난 남들 앞에서 최선을 다해 밝고 선한 모범생 이미지만을 유지했습니다.

동생도 그걸 좋아했거든요


동생이 죽은건 일요일이었습니다.

아침 9시에 느긋하게 일어난 부모님과 저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전혀 예상하지 못했고

동생의 방에 들어가 동생을 봤을 땐 자는 것과 구분이 안 될 정도였습니다.

그냥 그렇게 자다가 갑자기 세상을 떠났습니다.

아무 이유도, 전조도 없이 동생이 사라졌습니다.


갑작스러웠던 일이었고

애초에 죽음이란 걸 평소에 생각도 안해봤습니다.

그 상황에서 난 내가 생각하기에도 소름끼치도록

그 어느 때보다 차분했고 차가운 이성을 유지하고 있었고

'왜 난 슬프지 않지' 따위의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장례식장에서, 무덤 앞에서 다른 가족들은 눈물을 흘리고 애도를 표해도

난 단 한 방울의 눈물도 흘리지 않았습니다.


결국 내가 이해하지 못한건 동생의 죽음이 아니라 내 마음이었습니다.

그날 나는 동생의 죽음조차 넉넉히 웃어 넘기는 심장을 가졌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아직도 그 날의 기억이 생생합니다

숨을 쉬지 않는 동생. 잠을 자는 듯한 얼굴

놀라서 119를 부르고, 동생을 안고 나가신 부모님

집 안에 덩그러니 혼자 있다가 점심 때쯤 사촌누나가 집에 왔고,
양복과 세면도구 등 몇 가지 짐을 챙겨서 병원으로 갔고

장례식장 그 울음바다 속 수많은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다 밤이 되어 잘 때까지

그 심심하고 무료함....

동생이 떠나서 혼자가 된 게 아니라, 슬픔을 공감하지 못해서 혼자가 된 기분




내가 이상한 게 맞는지 아닌지 궁금합니다

이 글을 보신 분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솔직히 저도 제가 단순히 감정이 메마른건지, 인격장애라도 있는 건지 혼란스럽습니다.

그렇다고 이걸 부모님께 말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