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채널

숨 한 번에 눈을 감던 그때를 기억하니

그래, 네가 검은 성에 낀 이 방에 처음 발을 내딛은 날

다만 아늑하기만 했던 우리의 첫 번째 밤 말이야

 

왜 그렇게 쓸모없는 것에 집착하는 거야,

예를 들면 이 상은 왜 물에 잠겼는지 하는 유의

뉴스에서는 오늘의 습도가 백 퍼센트라고 말했지 

 

달콤한 미로가 있어, 총소리 나는 신발이 달리던 

 

지금쯤은 누구 발자국이 남았을까

고깃덩어리가 되었을까

 

아예 눈발치던 오늘이 더 좋았을 지도 몰라

오늘은 만우절이야 만우절이니까 거짓말을 하는 거지 오늘은 사실 만우절이 아니야 네가 꼴깍 침 삼키는 소리가 거슬렸지만 못 들은 체 하기로 하고 

 

초콜릿에서 쓴 맛이 난다면 결국 감출 수밖에 없지만

사실 우리 주머니는 투명한 검은색

우물 위로 기어오르는 

적혈구 

새빨간 치레와 투쟁의 장

백합꽃

구르는 샤프,

이러구러 생각을 정리하면

이렇게 피곤한 날에도  

 

파리는 날개 한 쪽이 찢어져

나는 그늘 뒤에 누운 미꾸라지가 부러웠던 걸지도 모른다고 그러면 

 

한 걸음에 한 번 금이 가던 계단은 태양 아래서 물이 되고 말았지 

나는 어떡해야 했을까 씨앗은 아직 커다란 나무가 되지 못했고

비는 아직 오지 않았어

 

여전히 빨간 책은 팔을 절걱거리며

왼손은 

글씨를 쓰려다가 눈을 감고 보이지 않게 잠이 들어

어린 아이는 내 뒤에 숨어서도 뜨거운 한숨을 뱉지만 

이제는 울타리 뒤에 사람이 있어 무서워하지 않아도 괜찮아 그런 이야기를 할 수 있지

 

(불을 끈 물은 차가움을 잃고 만다)

 

아직은 발이 저려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