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서 성남은 수정중원의 본시가지, 분당은 분당을 의미합니다"

중학교때 친구하고 이야기하다가 '구성남'이라는 단어에 대해서 이야기가 나와서 이 글을 써보기로 했어.

사실 나는 구성남이라는 단어에 대해서 별 감정없는데, 다른 시민분들같은 경우에 이 단어를 기피하거나 싫어하는 경우가 많더라고. 사실 그 용어 자체보다는 용어에 들어있는 비하적 의미, 안 좋은 이미지 등에 대한 기피가 더 크겠지만.

성남과 분당간의 갈등은 1990년대 분당 개발로부터 거슬러 올라가. 알만한 사람들은 알, 분당시 승격요구 시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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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분당시인줄 알고 입주했던 분당 주민들이 뜬금없이 시청사 자리에 구청이 세워지자 구청사 기공식 현장에서 대규모 집회를 벌임. 근데 곧 대규모 도농통합과 지방자체제도 실시를 앞두고 있던 정부가 얘네 말을 들어줄리 만무했어. 그리고 1995년 지방자치제도가 실현되자 분당시 승격은 평행세계에서나 가능한 일이 되었지.

아 참고로 분당 개발 전까지 성남에서 수원 사이는 아아아아ㅏ아아무것도 없이 부분부분 자연마을만 있는 농지였어. 수지와 기흥은 분당 개발 이후에 개발되었으니 당연한 얘기지.

그리고 여기서부터 갈등이 시작되었지.

성남하고 분당은 말이 같은 성남시이지 애초에 출신성분부터(?) 달랐어. 성남은 1970년대, 청계천을 비롯한 서울 도심에 살고 있던 빈민들(야인시대 초반에 나오는 청계천 거지들 생각하면 편함)을 강제이주시키면서 개발되었지. 빈민, 저소득층 이런 사람들이 초기 성남 대부분의 구성원들이었어. 그런 사람들을 허허벌판에 '버려놓은 판'이야. 아무런 기반시설도 없이. 그래서 광주대단지사건도 일어난거고. 그렇게 도시는 정말 아무도 신경쓰지 않았지만 자기 스스로 발전해갔어. 어찌저찌 기반시설이 생긴거지. 장사가 되니까 버스도 증차하고, 공단도 만들고, 상업시설도 생겨났지. 그러면서 한편에선 음지 산업도 발전해. 유흥업소, 좀 더 으슥한 곳엔 사창가를 비롯한 퇴폐업소, 조폭, 일진, 주사파, 다단계, 그리고 버스덕후들 사이에서 레전설로 통하는 경기교통 등 진짜 안 좋고 어두운 것이라고는 다 들어왔어. 내가 태어나고 자란 곳이긴 하지만, 이건 성남의 현실이거든. 문제는 이런 얘들이 음지에서 성남을 사실상 장악했다는 거지.

그리고 88년도에 성남에서도 올림픽을 하게 되면서 한번 더 성남이 쓸려. 기존에 판잣집이나 쪽방을 짓고 살던 '이주 1세대'들은 여기서 세입자로 전락하거나 광주, '남단녹지'(당시 현재의 분당 지역을 부르던 명칭. 이때 이쪽으로 쫓겨난 사람들은 하루아침에 벼락부자가 되...었으면 좋았겠지만 이들은 세입자로 대부분 들어갔기 때문에 그나마 살고 있던 집도 버리고 수도권 외곽을 전전해야 했다) 등으로 쫓겨나. 그러면서 서울 강남 등지의 신흥부자들이 성남의 대부분의 집들을 차지하지. 들리는 소리에 따르면 한 동네에 집주인은 셋밖에 없는 극단적인 경우도 있대. 그러면서 대부분 전라도, 소수의 경상도, 충청도 출신의 막 상경한 저소득층이 성남에 들어와. 물론 이들도 저소득층이었기 때문에 전에 살던 사람들보다 조금 더 돈이 있을 뿐, 생활 수준이 크게 다르진 않았어. 우리 부모님도 이때 정착한 케이스야. 물론 기존의 '어두운 것'들은 그대로였지.

올림픽과 동시에 분당이 들어오지. 애초에 분당은 성남도 개발 배경도, 입주민 구성도 달랐어. 분당은 당시에는 중산층 이상 정도가 들어왔어. 물론 땅값이 오르기 시작하면서 고소득층 이상까지, 강남에 이은 수도권의 부촌이 형성되었지. 대부분 서울에 살고 있던 중산층, 고소득층이 들어왔지. 그리고 잘 계획된 도시였기 때문에 어두운 것들이 들어올 껀덕지 따윈 없었지. 유흥업소는 커녕 모텔도 거의 없었지. 그나마도 정자역 쪽에나 좀 있었지, 사실상 분당 시내에는 없다고 봐도 무방해. 이때 광주대단지사건의 보상책 느낌의 8호선과, 분당을 위한 전철인 분당선이 들어왔어.

다만, 이렇게 소득수준이 차이가 나다 보니까 성남시 측에서는 분당 주민들에게 지방세만 잔뜩 떼어가고 그 세금을 성남 쪽에 몰빵하는 일이 90년대부터 벌어져. 90년대까지 분당엔 제대로 된 문화시설 따위 없었다고 해. 사실 백화점도 당시엔 성남 2(한신코아, 뉴코아) 분당 3(뉴코아, 삼성, 블루힐) 정도라 성남이나 분당이나 별 차이가 없었고, 무엇보다 당시까지만 해도 시장이 꽤 붐볐는데 성남에는 전국구인 모란시장부터 해서 은행, 중앙, 성호 등등 사실상 동네마다 하나씩 있던거 생각하면 분당은...정말 아무것도 없었지. 이렇게 성남시의 본시가지 편향적인 정책에 분당사람들이 반발을 하게 돼.

(그 와중에 조폭들은 그런거 다 *까!하면서 분당에는 기업형으로 진출하게 되지. 사실상 이 게임의 승자)

이 지역감정은 옛날 얘기가 아닌, 현재진행형이야. 지금도 '구성남'라는 말이 욕으로 쓰이는 경우가 있다고. 특히 여자들한테는 성희롱도 해. 구성남 여자얘들은 어쩌니 저쩌니 하면서. 그리고 성남에서는 아파트를 지으면서 그나마 세입자로 살고 있던 70년대 이주민들이 광주로 쫓겨나고 있어. 교육수준은 아주 낮고, 일진들이 조폭들과 연결되어 있어서 조폭도 세대교체가 일어나고 있지. 성남은 아름다운 동화 속 도시가 아니라, 미친 짐승과도 같지. 이건 나와 우리의 현실인걸.




천국에 사는 사람들은 지옥을 생각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우리 다섯식구는 지옥에 살면서 천국을 생각했다.
단 하루라도 천국을 생각해보지 않은 적이 없다.
하루하루의 생활이 지겨웠기 때문이다.
우리의 생활은 전쟁과도 같았다.
우리는 그 전쟁에서 날마다 지기만 했다.

- 조세희,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중, 19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