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곧내. 이건 영등포 아재 전공이긴 한데...

 

암만봐도 서울은 입지가 별로 안 좋아보임.

물론 통일이 되면 떡상하겠지만,

지금 이승만 전 대통령(이하 이승만)이 죽은지만 몇 년 됐는지도 모르겠다.

 

정전 이후엔 전방인 서울보다는 대전이나 하다못해 부산으로 수도 이전하는 게 상식인데 말이지.

 

당장 당사자가 3일만에 서울 털리고 부산으로 도망가서 근 70년이 지난 지금도 '런승만'이라는 조롱을 듣고 있는 상황임. 덕분에 독재자 이미지는 희석돼서 개이득.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승만은 끝내 서울 환도를 실시함.
경제적, 군사적으로 비합리적인데도 말임.


이에 대해서 또 한 번 뇌피셜을 끄적여볼까 함.
밑의 내용은 전부 추측 중 하나임.
실제 분석자료를 고작 2분 찾아봤지만 없더라.
(맨 밑에 한 줄 요약 있음.)

 

 

1. 금방 통일이 될 거라 판단?
이승만도 분단이 이리 오래 길어질 줄은 몰랐던 거임. 그러니까 '어차피 조만간 통일되면 서울 가야 하는데 미리 가서 수도 모양새나 갖추자'는 생각이었는지도 모름.

 

 

2. 서울의 상징성을 포기 못함
개인적으로 유력하게 보는 것 중 하나. 당시 서울의 위상은 인구 1/5을 먹는 지금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았던 듯. '말은 제주로, 사람은 서울로'라는 표현이야 공공연한 거고, 조선 시대 선교사들도 조선 사람들이 자기 동네보다 서울을 더 쳐준다는 말까지 남겼을 정도니. 그나마 평양과 개성이 서울의 라이벌을 자처했으나, 서울이 이 둘을 라이벌 취급하진 않았던 듯.


다산 정약용마저 자녀들에게 서울 밖으로 나가지 말라고 했을 정도로 그 뿌리가 깊고, 전쟁 중에도 이는 별다르지 않았음. 박완서 선생의 경우, 고향이 개성인데도 어머니가 '문 밖으로 나가면 안된다.'라며 서울로 이사했고, 분단 이후에도 개성이 아닌 서울을 택해 남았을 정도임. 심지어 일가 친척 상당수가 같이 서울에 남음.
심지어 북한 헌법에조차 한 때 수도를 서울로 명시했을 정도임. (정작 대한민국 헌법에는 수도 관련 조항이 없다.)


이런 인식이 팽배한 상황에서 대통령이 돼가지고 서울을 버리긴 싫었을 듯. 너님들이 고작 코에이 삼국지 할 때도 장안이나 낙양, 한중에 집착하는 마당에, 실제 국가라면 더할 수밖에 없는 거랑 똑같음.

 

 

3. 정치적 이유
2번의 연장선임. 역시 유력하게 봄. 다른 점이 있다면 2번은 감정적인 부분만 생각한 거고, 3번은 이승만에게 실리적인 부분까지 고려한 거임. 가뜩이나 전쟁나서 그렇게 좋은 인식은 아니었을 이승만 입장에선 수도를 이전한다는 것은 정치적 부담이 컸을 듯. 국민들이 '아니 서울을 떠난다고? 장난해?'라는 식으로 들고 일어나면 이승만도 답 없으니까.
더불어 북한 쪽에 정치적 부담을 줄 수도 있었을 듯. 사상/체제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우리가 수도 먹었지롱. 우리가 이기고 있다.'
혹은 더 나아가
'수도를 가진 우리가 정통 국가고, 수도를 얻지 못한 너희는 괴뢰국이다.'
라는 이미지를 씌우기 좋았을 듯.

 

3-5. 체제 승리에 대한 자신감 표현

그것도 아니면 이승만이 '우리는 전쟁해도 이길 자신이 있다'는 자신감을 표현하기 위해서였다는 추론도 가능함. 이승만은 런승만과 하야 이미지에 가려져서 그렇지 의외로 공격적인 사람임. 정전협정 중에도 압록강까지 진군해서 북진통일해야 한다고 주장한 사람이고, 전쟁 중 일본의 지원 제안에 '일본군이 상륙하면 일본군을 먼저 친다'고 말한 사람이라고 알려져 있음.


즉, 북한에게 '칠 테면 쳐봐라. 난 자신있다.' 내지는
'국민 여러분, 난 이 정도로 자신 있습니다.'라는 제스쳐를 취한 걸 수도 있음.

 

 

4. 무능?
이러저런 복잡한 예측 없이, 그냥 이승만 전 대통령이 멍청해서 원래대로 서울을 고집했다는 추론도 가능함.


개인적으로는 이승만이 외교 능력 하나 만큼은 반기문 총장도 씹어먹는 200년 이내의 천재라고 생각함. 전쟁통에 이승만라인이라는 말도 안되는 걸 뜯어내는가 하면, 한미상호방위조약도 이승만의 작품임. 당시 시점에서는 이승만이 그냥 미국 삥 뜯은 거나 다름 없을 정도로 심할 정도로 우리에게 유리하게 체결됐음.


그런데, 냉정하게 이승만 전 대통령은 내정 능력이 좋은 대통령이라고 보긴 어려움. 당장 지금 종로에서 '왜 도시 설계가 이 따위냐'라는 생각이 드는 게 있다면 이승만의 유산일 공산이 큼. 경제도 별로였음. 김종인 전 민주당 대표 같은 경우에는 4.19혁명의 발단 중 하나로 경제 정책 무능을 꼽기도 할 정도임. 인사 능력도 신성모 따위를 국방부장관에 앉히는 등 문제가 많았음. 오죽하면 무려 당대 신문기사에 '외교에는 귀신, 인사에는 등신'이라는 표현까지 쓰일 정도였을까.


즉, 외무에는 천재였지만 내무에는 바보였던 이승만이 생각없이 조선시대와 똑같이 했다는 가설을 세울 수도 있음. 14,000,605개의 경우의 수 중 하나로 제시한 거니, 이승만 지지하는 친구들은 오해없길 바람.

 

 

한 줄 요약 : 아몰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