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와(令和) 연호는 '일본스러움'을 상징하는 연호라고 생각함.

 

출전이 만요슈(萬葉集)라고 하는데, 지금까지 200개도 넘는 연호를 만들어온 일본에서 연호를 중국 고전이 아닌 일본 고전에서 따온 적은 이번이 처음이었다고 함. 그리고 만요슈라고 하면 우리나라의 향찰과 같이 한자를 음차나 훈차해서 일본어를 적던 표기법인 '만요가나'로 잘 알려져 있는데, 가나가 한자를 변형해서 만든 것이라는 걸 생각하면 일본 문자의 기원이요 더 나아가 일본의 고대 예술문화에 큰 한 획을 그은 것으로 볼 수 있음.

 

한편, 와(和)는 일본 그 자체를 상징하는 단어로 화식, 화지, 화과자, 화변기 등 일본의 물건들에 붙이는 접두어처럼 쓰이기도 함. 그래서 하고 많은 글자 중에 和를 집어넣은 것부터가 일본스러움을 부각하고자 하는 의도가 있는 거 같음. 그리고 令和를 풀이하면 '와를 명령한다'라는 뜻이 되는데, 현재 일본도 전통 문화와 전통 가치관가 많이 사라지고 있을 뿐더러 극심한 고령화•저출산 현상이나, 경기 침체, 기업체의 고용 상태 악화 등으로 일본 사회가 많이 흔들리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모두가 일본이라는 공동체의 정체성을 인식하고 일본이라는 공동체를 살리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메시지처럼 느껴지기도 함. 지금 일본을 통치하고 있고 연호 결정에도 관여하고 있는 곳이 바로 현재 일본 우익의 정점이라 할 수 있는 아베가 이끄는 내각이라는 걸 생각하면, 아베가 추구하는 우익적인 가치관을 연호에 참 잘도 넣어놓은 셈이지. 일본의 우익이 민족주의, 국가주의와 밀접하단 걸 생각하면 우익적인 가치관이란 '일본이란 집단을 우선으로 생각하는' 것일 것으로 짐작함. 그리고 나루히토가 우익이랑은 별로 친한 인물이 아니란 걸 생각하면 아베가 나루히토한테 크나큰 엿을 선물한 것으로도 보임. 물론 '그 아베'를 생각하니 히로히토를 찬양하기 때문에 쇼와와 비슷하게 지었을 것 같기도 하다는 킹리적 갓심이 발동하기도 함.

 

확대해석 같기도 하지만 원래 상징물이란 충분히 확대해석될 여지를 깔고 만드는 법이니. 그리고 아베가 대국민 담화 한다고 그랬으니 일본어가 되는 사람은 연호에 대한 아베피셜(...) 설명도 들어보길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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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간에 아베의 담화가 번역돼서 올라왔던데, 거기엔 "레이와는, 사람들이 아름다운 마음을 서로 모아서 문화를 태어나게 하고 키우자는 의미이다. 일본의 문화와 자연과 같은 나라의 특색을 다음 세대에 이어나감과 함께, 혹독한 추위 뒤에 피는 매화처럼, 다가올 날들에 대한 희망과 함께 각자의 꽃을 크게 피울 수 있는 그런 일본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라고 써있음. 그럼 결국 방금 내가 한 '모두가 일본이라는 공동체의 정체성을 인식하고 일본이라는 공동체를 살리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메시지'라는 말을 좀 더 유려하고 간지나게 한 거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