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마 지덕이 된 계기는 유아기때부터 아버지를 따라 전국으로 여행을 다니면서 시작되었던거 같다...

초등학교 입학 전에 그당시 타고다니던 기아 베스타 차량을 갖고 지리산이고 설악산이고 많이 다녔지...

그다음 프레지오라는 차량이 나오자마자 대구 1호 시제차를 바로 계약해서 탔는데

그걸로 아마 전국을 서너바퀴는 돌았던거 같다. 뽑자마자 서울부터 홍성, 부산 뭐 안가본데 없었다.

경상도 왠만한 지역 시가지는 굳이 네비 없이도 운전이 가능한것도 아마 그런 이유때문이 아닐까 생각도 한다.

 

근데 40을 바라보는 아재로써 사실 지덕으로 산다는건 참 난감하더라

여러가지 딜레마에 빠지는것도 그때문이고...

 

1. 도시개발은 좋은데 이촌향도 현상은 이제 짠 하더라

 물론 낙후된 곳을 개발하는것은 무척이나 의미있는 일이다. 그 동네에 숨을 자꾸 불어넣어주는거니까...

근데 사실 그런 개발이 동네를 살린다기보다 오로지 '개발을 위한 개발'이 되어버린 현대 대한민국에선

내가보기엔 영... 좋은것만은 아니라고 본다...

 그래서 시골엔 점점 젊은인구가 도시로 빠져나가고 그저 낮은 생산성을 가진 사람들 밖에 거주하지 않으니까

처음엔 나도 도시에 살아서 좋았었는데 막상 합천에 와서 살고 보니까 그저 안쓰럽고 짠 하더라

 개발을 하는데에 무작정 반대를 하는건 아니지만 그냥... 지켜만 보고 있을 수 밖에 없으니 자꾸 짠 해지더라...

 

2. 도로 개설, 도로 확포장... 돈 들여서 빨대효과만 키우는 느낌이랄까...?

 어릴때 합천의 33번국도는 진짜 시골길 그 자체였다.

외할머니댁이 합천군 삼가면이어서 어릴때부터 합천을 자주 왔다갔다 했는데

지릿재를 넘어 다닐때는 진짜 겨울에 합천에서 대구까지 17시간씩 걸릴때도 있었다...

일일이 모래로 지릿재 도로에 뿌리면서 걸어가던때가 20년이 넘었네...

그래서 33번국도 확장하는걸 직접 눈으로 보고 자랐었는데

막상 확장을 해놓고 보니까 물론 당장은 좋은데

이게 빨대효과가 생겨서 오히려 대구나 진주쪽으로 인구가 이동을 해버리는바람에

가뜩이나 저출산 고령화로 인구가 줄어들고 있는데 거기에 부채질을 해버리니까....

솔직히 좀 열이 받긴 받더라....

그래서 도로 개설하고 확충하는건 물론 필요한데 대구에서 진주로 가는 33번국도 축 자체가 가진 성격을 보면

아... 이건 진짜 넋놓고 볼수도 없고...

 

실제로 33번국도 확장 이후에 합천군청 소속 공무원 일부도 대구로 이사를 간 사람이 더러 있는걸 보면....

할말이 없다....

 

3. 인구는 늘려야겠는데 돈은 없고....

 인구 한명 한명 늘리는게 소중한 합천에서 어떻게든 인구를 늘려볼려고 애를 쓰긴 쓰는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면 부족한 예산때문에 대놓고 뭘 하지를 못하는 상황이라

군수도 그저 '말은 거창하게 했는데 어쩔수가 없어요'하는 중인거 같더라...

그렇다고 돈 써가면서 인구 늘린다는것 자체도 어불성설 같긴 한데

어쩌겠어.... 그렇게라도 안하면 인구 유입이 없는데.....

 

같은 기초자치단체인데 남양주를 보면 읍이....어우야....

근데 합천은.....하.....(증평, 울릉 스미마셍.....)

 

암튼 여러가지 딜레마에 가끔 지역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하게 된다....

어떻게 하면 조금 더 나은 세상에서 살 수 있을까 하는 그런 고민....

 

사실 내가 20대 초반이었으면 닥치고 이민이었겠지만

낼모레면 나도 40이다..... 어휴.... 영어도 못해서 이제 갈수도 없다....

 

어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