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군급 행정구역을 짜는데 역시 가장 합리적인 개편은 '도시지리적 관점에 따른 개편'이 아닌가 싶음. 기본적으로는 도시 하나에 기초자치단체 하나를 주되, 시가지와 외곽을 분리하지 말고 그 도시의 영향권 하에 있는 지역을 그 도시의 행정구역에 포함하여, 그 영역을 '고을'이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의 크기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임.

 

이 관점에 따르면, 예를 들면 증평과 괴산(여기서는 증평읍과 괴산읍 지역을 의미)은 서로 다른 도시이므로 증평을 중심지로 하는 행정구역과 괴산을 중심지로 하는 기초자치단체를 따로 부여해야 함. 그리고 증평읍만(...) 딸랑 떼서 시군으로 하면 안 되고 증평을 중심지로 하는 근처 촌 지역들을 다 편입해야 함(청안면, 사리면 서부, 초평면 남부 등). 한편 증평은 청주권이지만 증평이 일개 외곽 농촌이 아니라 엄연히 주변 읍면의 중심지 역할을 하고 기본적으로 있을 건 있는 동네이기 때문에 청주와도 다른 도시로 볼 수 있음. 청주와 동일한 행정구역으로 묶이는 것은 광역자치단체급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함(물론 광역자치단체도 똑같이 도시지리적 관점을 적용해서 중심 도시를 두고 주변 도시를 묶는 형태가 되어야 바람직함).

 

다만 밑의 여러 가지 예시에서 볼 수 있듯 개별 사례에 적용하다 보면 여러 가지 문제에 봉착하게 됨

 

1. 중심지이긴 하나 시군을 던져주긴 애매한 경우

예산군 덕산면의 예를 보자. 덕산면의 인구는 7천 명 남짓으로 별도의 군을 주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그럼 덕산은 무조건 기존에 있는 군인 홍성군이나 예산군에 속해야 한다. 그리고 모두들 덕산이 홍성군으로 가야 한다는 데에 별다른 이견이 없을 것이다. 그런데, 덕산을 홍성군으로 보내자니 위의 봉산면과 고덕면이 걸린다. 고덕을 예산군으로 존치해놓자니 덕산면과 다른 행정구역으로 갈라지는 게 걸리고(생활권도 생활권이고 고덕이 古덕 즉 옛날 덕산이란 뜻이다!), 그렇다고 같이 홍성군으로 보내자니 고덕은 예산읍이 좀 더 가깝기 때문에... 고덕이야 시장도 있는 등 최소한의 규모가 되니 덕산이랑 분리해서 생각한다 쳐도, 그럼 봉산면은 얄짤없이 덕산권이랑 고덕권으로 반띵해서 찢어 보내야 함.

 

2. 중심지가 너무 고밀도로 있어서 일일이 시군을 던져주면 혼파망이 되는 경우

바로 악명 높은 남양주의 예시이다. 남양주의 읍면들은 상기한 덕산 같은 곳과는 비교도 안 되게 규모가 상당하다. 연관이 강한 읍면동끼리 묶자면 어느 정도 묶어서 도농-다산권, 금곡-평내호평권, 마석권, 덕소권, 별내권, 진접권, 진건권 이렇게 나뉘고, 여기에 구리시까지 합치면... 이야 벌써 8개나 나왔다 ㅅㅂ. 구리시가 다산을 집어먹는다 쳐도 여전히 7개임. 이딴 식으로 춘추전국시대가 되면 전려혀 '고을'이라는 명색에 어울리지 않는 면적이 돼버림. 그렇다고 구리시랑 남양주시를 통째로 합쳐버리면 광역자치단체나 다름없는 기초자치단체가 되고(...). 흔히 남양주권을 둘로 자르는 구상이 나오는데, 별내는 서울로 보내버린다 쳐도 구리-다산-금곡-마석-덕소를 하나로 묶고 진건-진접을 하나로 묶는 게 그나마 가장 모양이 이쁘게 나오지만 구리는 몰라도 진접은 딱히 다른 권역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아서 이렇게 묶어도 되나 의문이 듦.

 

3. 별개 도시인데 연담화된 경우

안양권의 예를 보자. 안양과 군포는 근접하게 붙어있으며 시가지가 이어져있다. 하지만 두 도시는 명백히 별개로 성장한 도시이며, 규모가 작은 군포역 일대는 뺀다고 해도 안양역, 평촌, 산본 3개의 별개로 성장한 도시가 모여있는 형상이다. 같이 묶인 역사가 큰 안양역과 평촌은 하나로 본다 쳐도 산본까지 합쳐버리기엔 산본의 독자성이 결여되는 측면이 있고, 그렇다고 분리된 상태로 놔두면 위의 남양주 춘추전국시대화와 다를 바가... 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