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부터 시작해보자. 794년 나가오카쿄(현재 교토시 니시쿄구)에서 수도가 이전되면서 지금의 교토가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지. 당시 나라 상황이 조금 거시기해서, 수도 이름을 평안으로 지어버리고 당시 최신 유행인 장안 스타일로 새로 지으는 둥, 새로운 수도에 대한 기대가 상당히 컸음. 수도가 1000년이나 간건 이에 부응한 듯.

 그렇다면 현재로 돌아와서, 현재 교토에서 헤이안쿄의 흔적은 사실 거의 남아있지 않음.  지금 교토에 있는 대부분의 것들은 전국시대~메이지시대에 만들어진 것. 헤이안신궁? 1895년에 이름을 바꾼것이다. 그럼 어떤 흔적이 남아있느냐, 일부의 흔적을 도로에서 찾을 수 있다. 교토 여행간 사람은 시죠거리에 한번씩은 가봤을거임. 그 시죠가 헤이안부터 전해지는 이름인데, 헤이안부터 이어져오는 거리라니, 그럼 그때의 바둑판이 지금까지 남아있는걸까? 하고 기대하곤 할텐데, 한번 직접 찾아보자.

 영어위백에서 찾아온 헤이안의 모습이다. 이걸로 바둑을 둬도 될 듯. 
따로 내가 언급할 것들에 하늘색으로 표시를 해놓음.

 가로줄 9개는 이치죠~쿠죠, 횡축 간선도로라고 할 수 있음. 아까도 말했다시피 아직도 남아있지.
 아래의 니시쿄고구(西京極)대로, 도로의 이름이 역명으로 남아있고,
 라죠몬(羅城門)은 터가, 오미야(大宮)대로는 거리가 남아있어서 지표로 써볼까 함.

자 그러면, 교토 위성지도에서 9개의 횡축 간선도로를 찾아보자.
와, 종로보다 삐딱하다.
 구글맵 위에 현재 실제로 이름을 가진 길을 표시해놓음.
 가운데 세로줄은 센본도리, 중국사나 발해사에서 반드시 들었을 주작대로의 흔적이다.
장안을 따라했으니 당연히 주작대로가 있었는데, 전국시대 혼란 와중에 길이 망가지고는, 다른 이름의 도로가 그자리에 생겼다고 함.

몇가지 문제점을 찾아보자.
1. 니죠는 센본도리에 붙어있지도 않고,
2. 시죠, 고죠, 로쿠죠의 간격이 수상하고,
3. 로쿠죠는 있는게 맞나 싶다.
4. 당신의 하치죠, 철길로 대체되었다.
5. 라죠몬보다 쿠죠가 밑에있다.
이상하게 긴 산죠나 시죠는 단순히 도로가 연장되면서 그런것이니 넘어가자.
웬 쥬죠 (10번째)가 있냐 싶을텐데, 얘는 아무 관계 없었다가 근대에 이름이 바뀌었다고 함.

설명하기 전에 먼저, 1, 2, 6, 8조는 간선도로의 지위를 잃고 동네 골목이 된 상태임.
1. 니죠의 경우 에도시대에 니죠성이 건축되면서 끊어져버렸다. 성 반대쪽 거리도 그대로 남아있을테지만 현재 니죠로 불리지는 않음.
    저런 한복한에 성을 지어버릴 정도라는것은 이미 에도시대 전부터 헤이안쿄가 남아있기는 했나 싶다는 걸 추론 가능함.
    대체 얼마나? 쿠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라쇼몽을 한번 보도록 해. 저 라죠몬이 그게 그거임.
2. 고죠가 이상하게 남쪽으로 남하한 상태이다. 어디, 한번 고죠를 조사해보자.
   일본 위키백과에 이렇게 설명함 :
豊臣秀吉が、方広寺参拝のため、鴨川に架かる五条大橋を六条坊門小路に移設したため、この通りが五条通となり、元の五条大路は松原通と呼ばれるようになった。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호코지(방광사)참배를 위해 카모 강을 건너는 고죠대교를 로쿠죠호몬거리로 이설한 후로, 그 길을 고죠로 부르고 원래 고죠였던 길은 마츠바라거리로 불리게 되었다.)
  즉, 풍신수길 이 망할놈이 도로를 바꿔치기했다.
3. 로쿠죠는 상당히 싱겁게 끊어져버렸는데, 길이 있던 자리가 니시혼간지의 주차장이 되어버림. 어차피 골목이라 상관없었던걸까...?
4. 하치죠가 철길이 된건 다른 의미의 간선망이 된걸까..? 철길 옆에 작은 골목이 하치죠란 이름으로 남아있긴 함. 
    신칸센같이 희한한 쇳덩어리가 여기에 굴러다닐거라곤 700년대엔 상상하지 못했을거야.
5. 구글지도에서 '라조몬'을 검색해서 보면 바로 위에 동서로 반듯한 골목이 있음. 이름도 없는는 골목인데 이게 옛 쿠죠이지 싶다.

여기서 한번, 옛날의 그 헤이안쿄 도로망을 재현해보자. 전부 할 생각은 없고 1~9죠를 다시 그려볼거임.
1. 마츠바라거리를 고죠로 다시그린다. 이 때, 니시쿄고쿠역을 서쪽 끝, 센본도리를 다시 그린 주작대로를 중심축으로 삼고 그은 선을 대칭해서 동쪽을 채운다.
2. 시죠, 산죠를 위에 덧그린다. 이 둘은 별 차이가 없다.
3. 로쿠죠를 연장한다. 이 쯤 되면 상당히 멀쩡한 간격이 됨이 보인다.
4. 시치죠, 하치죠, 쿠죠도 마저 긋는다. 곡선구간은 무시한다. 쿠죠는 라죠몬보다 위로 가게 긋는다.
5. 니죠, 이치죠도 연장한다.
6. 교토에서 오미야 거리를 찾고 오미야도리와 센본도리, 이치죠, 니죠로 둘러싸인 사각형을 그린다. 중심축에 대칭하면 내성이 완성.
7. 센본도리를 내성 앞에서 끊고, 라죠몬까지 연장한다. 이게 주작대로.
8. 이치죠, 쿠죠, 니시쿄고쿠와 그 대칭을 둘러싸면 외성이 완성.

이전에 교토랑 다르게 종로나 을지로가 묘하게 꺾여있다고 하는 글이 있어서, 한번 교토는 어쩐가 파헤쳐봄.
종로도 뭐 이런 비슷한 이유가 있어서 묘하게 꺾인거 아닌가 싶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