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지리채널 눈팅은 자주하는데 글써보는건 처음이네요
나무위키 오지(지리) 항목에 떡하니 박혀있는 춘천시 북산면 사는 사람입니다.
마음같아서는 집을 보여드리고싶은데, 이쪽동네에 집이 몇개 없어서 집보여주면 다음지도로 찾을 수 있을정도라 ㅡㅡ;;

초등학교까지는 춘천의 도심인 후평동 팔호광장쪽 살다가
아버지가 경매로 집을 구하셔서 (강제)귀농한 뒤로 15년 넘게 살고있네요

어디가서 "나 오지에 산다"라고 말할 정도는 된다고 생각함다

갑자기 이런글을 써 보는건 요즘 강원도청신축(또는 이사)때문에 시끌벅적한데
강원도 이야기나 한번 써볼까 함다


1.춘천사람인데 춘천사는느낌이 아님
뭐...지금이야 배후령이 뚫려서 춘천가는게 좀 쉬워지긴 했는데
예전엔 춘천한번 가려면 죽을맛이였죠 (배후령 산길...ㅆ...)
거의 생활권이 춘천보단 양구나 화천에 가까웠습니다.
제 학교랑 아버지 사무실이 춘천에있어서 거의 매일 배후령을 넘어다녔는데
지금생각하면 그 기름값만 모아도 에쿠스 한대는 뽑았겠네요.
뭐 물건이 필요하면 화천 간동면쪽 가면 있는 농협마트에서 사왔슴다.

2.광랜 인터넷 들어온지 10년이 안됨
KT가 들어온게 2015년인가? 그럴거에요
그전까지는 집에 컴퓨터는 있는데 뭐 다운받을려면 거의 고문수준이라
피씨방까지 나가서 USB에 받아 온 뒤에 플레이했음.
아직도 USB에 그때 받아둔 GTA산안드레스가 있음....ㅋ
학교에서 친구가 "우리집 인터넷속도 개빠름 엌ㅋㅋㅋ"이래서 "한 50메가 나오나보네"라고 했다가
비문명인 취급받은게 아직도 기억납니다. ㅡㅡ;;

3.오지라고 깨끗한거 아님
오히려 관리가 안되서 더 지저분함. 특히나 캠핑족...ㅆ....
예전엔 동네에 있는 계곡이 물도 많고 깨긋해서 놀기 좋았는데
한 5년전쯤인가 캠핑장에서 막 콘트리트도 치고 무슨 시설 이것저것 만들다가
농지로 신고된 곳에서 캠핑장하던게 걸려서 망했거든요
근데 제대로 정리를 안하고가서 계곡이 똥물+진흙탕이 되서 계곡에서 뭘 하는건 포기함
오죽하면 예전에 신문사였나 사람들이와서 오지에서 사는사람들 취재한다고
이장님이랑 인터뷰했는데 "제발 설거지같은거 하지말고 캠핑한 물건 그대로 가져가달라"라고 말할정도였음
아, 물론 깊숙히 들어가면 동네사람만 아는 꿀스팟은 많슴다.

그리고 저희 집 바로옆에는 원래 산이였는데
한 서울 사업가가 모터캠핑장 짓는다고 산 다 갈아엎고 평탄화 하다가 부도나서
거의 5년넘게 민둥산으로 방치된거 때문에 이동네 사람들은 모터캠핑족 극혐합니다.
한 1년전까지 버려진땅이였는데 얼마전에 양봉하시는분이 사들여서 지금은 양봉장으로 씁니다

4.텃세가 심함
이건 뭐 시골들 특징이긴한데... 오지는 어마어마합니다
저희 아버지도 여기 처음 귀농하시고 마을잔치 열어주고 그랬으니까요
지금은 좀 줄어들어서 지금 저희 집 앞에도 서울에서 오신 아저씨 한분 사시는데
이분도 마을회관에서의 텃세때문에 힘들다고 말 많이하십니다
농번기에 비료를 옮겨달라던가... 나이드신분들이 많아서 힘쓰는일이 이것저것 심부름이 많습니다.

5.겨울에 고립됨
21세기에 눈온다고 고립되는 마을임다.
한번은 탈출해보겠다고 죄다 얼어버린 시내나가는 오르막 산길에
하루종일 삽으로 깨부시고 흙뿌리면서 제설작업한다음에
마을 맨 아래 선착장에서부터 엑셀 겁나 쌔리밟아서 도움닫기 한다음에
목숨걸고 올라갔던 기억이 있네요

6.화목보일러
도시가스도 안들어오고 기름를 매일 가져올수도 없으니(가장 가까운 주유소가 한 40분걸리던가)
대부분 화목보일러 씁니다. 매년 1.5톤 탑차에 나무 겁나 싥어와서 창고에 쌓아둡니다.
이게 좀 그지같은게, 겁나 잘망가집니다 ㅡㅡ; 관리도 불편하고
왜 가스보일러가 가장 많이쓰는지 몸으로 직접 체감합니다

7.여름에 어디 놀러갈 걱정은 안함
매년여름마다 친구들 불러서 놉니다... 학창시절때 별명이 '별장있는 금수저'였네요 (거기가 집인데 ㅆ....)(케이온 츠무기같은 느낌....)
한번은 캠프파이어했다가 산불신고로 오인신고들어와서 동네 의용소방대분들한테 겁나혼난거 기억나네요
전 오히려 매년 여름마다 가족끼리 서울에서 호캉스합니다... 자주 못 즐기는 도시의 문화도 즐기고...

8.대부분 관공서업무는 북산면에서 해결가능함
북산면 사무소가 오항리에있고 우체국은 추곡리에 있고...
뭐 큰 업무 아니면 북산면안에서 해결가능합니다.
근데 이게 일반적인 도시사람들하고는 느낌이 좀 달라요
뭐... 제가 대도시에 안살아봐서 잘 모르겠는데 동사무소 갔다온다고하면
대충 집에서 좀 걸어가거나 자전거를 타거나 좀 거리있으면 차타고 한 10분정도 가겠죠?
여긴 같은 동네인데도 빙 돌아가야해서 한참걸립니다. 
고등학교때 민증받으러 북산면사무소 가는데 아버지차에서 한참 졸았던거 생각나네요.
아, 서울갔을때 동사무소가 막 3~4층인거 보고 "와 개쩐다"라고 했던거 기억나네요


뭐... 오래살다보니 딱히 큰 불편함은 없습니다.
21세기에 집 앞 마당에서 팬티만 입고 돌아다녀도 보는사람이 아무도 없다는게 장점이라해야하나 ㅋㅋ....


아궁이덕분에 화력걱정이 없어서 중식 자주해먹는거도 장점아닌 장점 ㅋㅋㅋㅋ


마지막으로 하고싶은말은
도시-지리채널에서 춘천 망신 다시키는 한분 있으신데 춘천 살고있는게 정말 맞긴 한지 의심스럽습니다.
한번 살아보고 이야기하세요, 원주민들은 어이가없어서 웃음만 나옵니다 그려 ㅎㅎ....

아, 강원도청 화천으로 옮긴다는 얘기도 있던데
도청 출퇴근하시는 어머니는 대찬성이시더라구요 ㅎㅎㅎㅎㅎㅎ

궁금한 이야기 질문하셔두 됩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