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96년도부터 지금까지 쭉 해운대(좌 2동)에서 살고있다. 그 때는 아기였는데, 해운대 신시가지가 들어서자마자 온 가족이 동래에서 해운대로 이사를 가게 되었음. 그 때의 해운대는 전국적인 관광지이기는 했지만 해수욕장 해변 일대에 국한되었어.



위 사진이 90년대 초반의 해운대임.
위의 언덕이 '달맞이 고개' 인데, 저 때만 해도 부산의 외곽이었기 때문에 크게 발전하지 못했다.
참고로 달맞이고개 바로 앞에 짓고있는 건물이 한국콘도인데, 저걸 2010년에 철거하고 저 자리에 엘시티가 들어선다. 한국콘도 옆에 크게 짓고있는 건물은 파라다이스 호텔&카지노.

2012년의 해운대 모습. 구도상 마린시티에서 찍은걸로 보임.

해변 끝에 있었던 팔레드씨즈 옆의 한국콘도가 철거되고 엘시티 부지로 바뀐다.

그리고 조그만 빌라/주택/음식점만 있었던 곳에 2300세대의 힐스테이트 위브가 지어져 달맞이고개의 이국적인 풍경을 완벽하게 해쳐버림.




2018년 3월 경에 용호동 이기대공원에서 산책하다가 찍은 사진임.

2000년대~2010년대의 해운대 변화의 핵심은 빽빽하게 들어선 마천루라고 생각한다.

센텀시티/마린시티가 본격적으로 개발되면서 해운대의 스카이라인을 바꿔버렸고, 초대형 백화점이나 고급 호텔이 들어섬에 따라 부산에서 가장 세련된 동네가 되었다. 문제는 마린시티 반대편의 달맞이고개 일대지.

엘시티와 힐스테이트 위브가 들어서면서 굳이 마천루를 짓지 않아도 충분히 매력있는 동네까지 주상복합이 들어섰다.



우리집 거실에서 찍은 사진임.

2013년에 힐스테이트 위브, 2018,9년에 엘시티가 다 지어지면서 이쪽 스카이라인을 망쳐버림.

마린시티나 센텀시티의 개발을 두고 이제와서 뭐라하는 사람은 거의 없어. 어차피 수영비행장과 수영만 매립지에 아예 새롭게 건설된 계획도시니까. 근데 여기는 아름다운 해운대 해변과 달맞이고개의 보존을 위해 고도제한을 묶어버린 곳이었는데, 2000년대 후반에 왜인지 갑자기 풀어버렸다.



달맞이고개 전망대에서 찍은 해운대와 광안리, 용호동 일대의 모습이다.
집에서 5분 걸어가면 달맞이 산책로가 나오는데, 평일에 일 끝나고 항상 들러서 산책하고, 주말에는 아침에 나와서 걷다가 바다 보이는 해수탕에서 목욕하는 게 나름 삶의 소소한 행복이지.


근데 저 그지같이 높기만 한 엘시티 들어서고 나서는 전망이 너무 답답해졌다. 주변 스카이라인과의 조화따위 없어. 롯데타워처럼 아예 높아서 독보적인 랜드마크라도 되던가.. 랜드마크타워가 410m, 나머지 둘이 330m쯤 되는데, 바로 곁의 힐스테이트 위브나 해운대 해변 맞은편의 두산위브더제니스랑 높이 차이가 생각보다 많이 나지도 않아서 멀리서 보나 가까이서 보나 항상 애매함.


그나마 밤에는 상단에 미디어파사드가 들어와서 좀 나은 것 같기도..
랜드마크타워는 상업시설, 전망대, 시그니엘 호텔 들어서고 나머지 두 동에는 다 아파트가 들어선다한다.


한창 내부공사 중인데, 아래쪽에 워터파크랑 쇼핑몰?은 내년 1,2분기쯤부터 차차 오픈한다고 한다.
해운대해수욕장(중동)일대는 항상 차가 막히는데, 얘 완공되면 더 심해질 예정이다.
부산시는 진짜 생각은 하고 허가를 해준건가?


지금까지 봤던 400미터급 이상의 극초고층 빌딩 중에 얘가 가장 평범한 것 같다..
마린시티에 아이파크나 제니스는 주변 스카이라인과 광안대교랑 잘 어울려서 차 광고에 맨날 등장하던데, 얘는 완공되고 나서도 긍정적인 이미지는 아닐 듯. 또 타워 두 동을 모두 아파트로 돌려버린 것 자체가 해운대 일대 마천루의 한계를 보여주는 게 아닐까 싶다. 적어도 롯데타워는 레지던스같은 주거시설의 비중을 2/3 이상으로 늘리지 않았다.

사실 해운대는 저런 랜드마크가 필요가 없다. 저것보다 훨씬 낮지만 와관이 더 멋진 마천루도 널려있고, 훨씬 거대한 쇼핑센터들도 센텀시티와 동부산(오시리아)에 많고, 시그니엘 들어선다 하는데 똑같은 6성급 호텔이 마린시티의 파크하얏트, 기장에 힐튼호텔도 있다. 부산 원도심이나 서부산에 저런게 있으면 모를까..

엘시티와 힐스테이트 위브를 필두로 해운대 해변 뒤쪽에는 30층~40층 급의 여러 주상복합이 지어지고 있고, 몇 년 뒤면 도시미관을 해치는 건 그렇다치고 일단 교통이 개같아질 것 같다. 규제를 하지 않는이상 거주용 마천루들이 끊임없이 지어질 수 밖에 없는 이유는 그만큼의 수요가 있기 때문이다. 나의 부모님도 힐스테이트 위브 지어질 당시에는 불만이었는데, 막상 지인들이 그쪽으로 이사가고 집들이 갈때마다 엄청난 영구 조망권에 반하셔서 곧 20년 넘게 살던 집을 팔고 그쪽으로 전세 얻어서 이사준비 중이다. 엘시티도 막상 다 지어지면 도보로 10분 거리에 영화관 쇼핑몰 워터파크 들어서는거라서 좋아라 하며 이용할 것 같긴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