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 서양을 홀리다: 유럽 문화에 스며든 동양 예술~
-프롤로그-

안녕하세요, NoMatterWhat입니다. 드디어 기다리던 책이 사서(@맛없는쵸코맛 님이 추천해주신 이지은 저 <귀족의 시대 탐미의 발견>) 동양 문화 부분만 후딱 읽고 와서 글을 올려보려고 합니다. 이 글이 몇 편이 될지는 지금 쓰고 있는 저도 잘 모르겠어요. 뭐 열심히 쓰다보면 언젠가는 다 쓰겠지...싶습니다. 여하튼 본격적으로 들어가기에 앞서, 이 글이 무엇을 다룰 건지 간략하게 소개먼저 해보려고 합니다. 

글을 시작하며: 이 글은 어떤 글인가?

제가 고등학교 때 오리엔탈리즘에 대해 다룬 영어 지문을 발표해야 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오리엔탈리즘이 단순히 서구의 시각에서 동양을 비하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일정 부분 동경을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특히 본격적인 산업혁명 시작 이전에 더욱 그랬죠)을 알게 되고 흥미로웠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 발표 후에 언젠가는 이 주제에 대해 글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 이후에 관련 전시회(왕이 사랑한 보물)을 방문해서 따로 조사해보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이 글은 앞서 예고드렸던 시누아즈리를 포함해서 유럽에서 다양하게 유행한 동양풍 문화에 대해 다루는 글입니다. 우선 어떻게 동양의 문화가 서양에 침투하기 시작했는지, 그 예시에는 어떠한 것이 있는지, 그리고 어떻게 몰락했는지 순으로 다룰 예정입니다. 그럼 진짜로 시작해보도록 하죠. 

그곳에는 황금으로 가득찬 왕국이 있다

이게 어느 곳을 가리키는 말일까요? 엘도라도라고 생각하시는 분이 꽤 있을 듯 한데, 그걸 의도한 것은 아닙니다. 아, 말리 왕국의 전설적인 부자왕 만사 무사를 떠올리는 분이 있을 수도 있겠네요. 하지만 역시 아닙니다. 제가 말씀드리고자 한 건 서양인들이 본 중국의 모습입니다. 산업혁명 이전, 그리고 조금의 시간이 더 지나서까지 서양은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의 자본력에 눌려있어야 했으니까요. 아무튼 본론으로 돌아와서, 동양의 문화가 서양으로 침투하기 위해서는 어떤 요소들이 선행되어야 할까요? 가장 중요한 것은 당연히 교류이겠죠. 교류가 없는데 문화고 자시고가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동양-특히 중국-과 서양이 서로의 존재를 인식한 것은 엄청나게 오래전으로 되돌아갑니다. 고대 한나라와 로마 제국은 서로의 존재를 대강이나마 인식하고 있었다는 것이 기록에 남아있기 때문이죠. '대진국'이라고 들어보셨나요? 중국에서 로마를 이르는 말이 바로 이것이었죠. 하지만 이때는 대강 어디어디에는 이런 나라도 있구나~수준의 인식에 그쳤습니다. 사실 너무 당연하죠. 서로간에 거리가 너무 멀잖아요? 아무튼 의미있는 교류가 시작되었다라고 보려면 몽골제국 이후, 의미있는 거래가 시작되었다고 하려면 16세기 명나라 대에는 와야합니다. 그러면 우선 무엇이 동서양 교류에 영향을 미쳤는지 부터 알아보도록 합시다. 



가장 첫 번째로 꼽을 수 있는 것은 몽골 제국 그 자체였습니다. 인류 역사상 가장 거대했던 제국을 꼽으면 빼놓지 않고 들어가는 몽골 제국은 그 존재만으로 동서양 교류사에 어마어마한 영향을 미쳤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이들의 가장 큰 업적은 바로 동서양의 주요 교역 루트 3개를 완전히 장악했다는 데에 있습니다. 즉, 몽골 초원지대를 통과하는 초원길, 인도양을 이용한 바닷길, '실크로드'라고도 불리는 사막길이 강력한 국가의 관리 하에 안전하게 관리되기 시작한 것이죠. 이는 필연적으로 상업상의 번영을 불러오게 됩니다. 더구나 제국 전역을 거미줄처럼 연결하는 역참제는 이러한 교류를 더욱 촉진하죠. 이렇게 연결된 교역로를 통해 굉장히 많은 사람이 오고가게 되는데, 그 중에서는 프랑스의 수도승 뤼브룩, 로마 교황의 사절 카르피니, 베네치아 상인 마르코 폴로가 있었죠.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인간은 바로 마르코 폴로입니다. 역사에 관심이 있으신 분이라면 한 번은 들어보았을 인물이죠. 네, 바로 <동방견문록>을 작성한 인물입니다. 그가 원나라를 방문하고 작성했다는 책 <동방견문록>은 동양에 대해 굉장히 과장을 해 묘사를 했고, 이는 사람들에게 동방에 대한 환상을 심어주기에 충분했습니다. 

<동방견문록> 못지 않게 유럽인들의 환상을 자극한 것은 바로 '프레스터 존'의 전설입니다. 저 동방 어딘가에 사제왕 요한이 다스리는 이민족 기독교 국가가 존재한다..라는 것입니다. 물론 그런 건 없었죠. 그나마 후에 에티오피아 제국이 그럭저럭 들어맞는다고 해야하나... 아무튼 이 전설 역시 꽤 오랜시간 동안 유럽인들을 지배한 전설이었습니다. 물론 책은 책이고, 전설은 전설일 뿐이죠. 세상에 어떤 미친놈이 전설하고 책 하나 믿고 목숨 걸고 동양과 거래를 하려 했겠어요? 진짜 중요한 건 따로 있었죠. 

향기로운 금을 찾기 위하여

그렇습니다. 바로 향신료가 문제였죠. 향기로운 금이라는 게 과장이 아닌 것이, 한창 비쌀 때 후추는 같은 무게의 금으로 계산되곤 했으니까요. 그러면 이렇게 향신료가 비쌌던 원인이 뭘까요? 수요는 많은데 공급이 그에 따라가지 못해서?  맞는 말입니다. 하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중간에 끼어있는 사람들이 너무 많았다는데에 있습니다. 인도에서 생산된 향신료가 이슬람 세력을 거쳐 지중해를 지나 베네치아로 운송된다. 벌써 끼어있는 세력이 너무 많죠. 하여튼 예나 지금이나 유통 이거는... 아무튼, 이렇게 유지되던 상황이 한 순간에 뒤바뀌게 되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바로 오스만 제국이 굉장히 강성해졌다는 점입니다. 강력한 해군을 앞세운 오스만 제국은 그동안 유지되고 있던 지중해 무역을 독점하게 됩니다. 이렇게 되자 안그래도 비쌌던 향신료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게 됩니다.

이렇게 유지되던 무역에서 비잔티움 제국이 멸망하고 베네치아가 지중해 제해권을 잃는다면? 

이렇게 지중해 무역권이 말라 죽어가는 와중에 이베리아의 두 국가-포르투갈과 에스파냐는 발상을 약간 비틀게 됩니다. '이렇게 된거 우리가 아프리카를 돌아서 동양과 직접 교역을 하면 어떨까?' 포르투갈과 에스파냐는 사실상 지중해 무역권에서 소외된 처지였기에(아무래도 중심부와는 거리가 좀 있죠), 이는 굉장히 매력적인 제안으로 보입니다. 게다가 에스파냐는 이제 막 이슬람 세력을 몰아낸 상황. 이런 다양한 요인들로 인해 이베리아 반도의 두 국가는 신항로 개척을 국가적 사업으로 보고 지원을 하게 됩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는 가시적인 성과로 돌아오게 되죠. 이를 목격한 유럽의 국가들은 너도나도 신항로 무역에 뛰어들게 됩니다. 이게 바로 그 유명한 대항해시대의 시작입니다.  

이렇게 시작된 교역은 단순히 향신료를 주고받는데 그치지 않았습니다. 


에스파냐는 필리핀에, 포르투갈은 마카오에 각각 센터를 두고 명나라와 교역을 시작해나갔고, 이는 당연히 품목의 다양화로 이어지게 됩니다. 17세기에는 해운 강국으로 크게 성장한 네덜란드가 동남아시아와 일본에 거점을 두고 교역을 시작합니다. 이제 향신료는 물론이고 중국의 비단, 차, 도자기 등이 유럽으로 유입되기 시작한 겁니다. 이렇게 해서, 유럽에서 유행하기 시작한 최초의 동양 문화-시누아즈리가 서서히 퍼지기 시작합니다.

글을 쓰다보니 배경설명으로 한 편을 다 채웠네요. 어떻게 보면 이 글이 프롤로그 비슷하게 되었는데, 해결한 것 없이 벌려놓은 일만 점점 늘어나는 것 같아 조금 부담이 되네요. 뭐 시간은 많고 할 일은 없으니까요. 한 편 한 편 천천히 써나가도록 하겠습니다. 다만 다음 편이 1920' 세계사 3편일지 이거 2편일지는 저도 잘 모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