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폐 채널

물론 저렇게 종이에다가 0만 그리는건 좀 그렇지만.


시작은 한번의 초인플레이션을 끝내기 위해 리디노미네이션을 한 나라에서 12장의 권종을 만들어내는거야.

1,5,10,50,...100,000 짐바브웩 달러로 12종류. 여기까지는 살짝 베트남스럽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짐바브웨처럼 얼마 못버티고 말도 안되는 초인플레이션의 징조가 보이기 시작하는거지. 할 수 있는게 얼마 없는 무능한 정권은 초인플레가 터진 나라에서 그랬던 것처럼 이미 있는 돈에 도장을 하나 찍어서 돈의 액면가를 백만배로 뻥튀기하려고 한거야. 그런 생각을 한 찰나, 더 좋은 생각이 났지.

어차피 도장은 한두번이 한계니까 지폐의 뒷면에 홀로그램 스티커를 붙이는 칸을 그리자. 홀로그램 스티커는 위조가 어려우니까 도장보다도 나을거야.


그래서 멍청한 정부의 멍청한 조폐국은 40개의 칸을 그리고, million이라는 글씨가 새겨진 작은 홀로그램 스티커를 붙였다.

그 다음은 trillion,quintillion,septillion이었겠지?

여튼 이 홀로그램 스티커는 처음에는 조폐국에서 그나마 제대로 관리했지만,  나중에는 관리가 허술해지면서 믿을 수 있는 미국 달러를 받고 팔아제끼기 시작했어. 물론 호구..아니 국민들도 처음에는 돈을 벌 수단이라고 생각했지만, 결국 일종의 재산세에 지나지 않음을 알게 되고 자국의 지폐를 버리게 되지.

그러면서 인플레이션은 심각해지고, 38번째 홀로그램 스티커가 출시되는 날, 조폐국은 스티커 칸 수를 100칸으로 늘린다는 선언을 했대. 결국 분노한 시민들과 반군을 못이기고 피의 대숙청이 일어났지. 대부분의 조폐소와 지폐, 그리고 홀로그램 스티커가 이때 불탔었고.


그러다가 이 일련의 사태가 일어나기 시작할때쯤, 어떤 폐가에서 상태 좋은 100짐바브웩 달러 지폐가 발견되었고, 망가진 조폐소에서 홀로그램 스티커가 나오게 되지. 사람들은 무능한 정부를 비난하고 잊지 않기 위해서 지금까지 나온 38개의 홀로그램 스티커를 하나씩 붙이고 박물관에 박제..아니 전시했단다.

여기까지가 10^230 짐바브웩 달러의 한맺힌 이야기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