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BT+ 채널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뵙습니다. 지금까지는 조금이라도 더 빨리 여성으로써 살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기에 가끔 올리는 근황이랍시고 푸념만을 늘어놓았고, 저 스스로도, 제 글을 보시던 여러분들께도 상당히 답답한 시간이었으리라 생각됩니다.

거의 만 6년 이상 동안 이분법적인 여성의 정체성을 가졌다고 생각했는데, 최근에(3~4달 정도 전부터) 정체성 또는 그 정의 방식에 변화가 생긴 것 같습니다.


정체성 - 어린 시절:
어릴 때 통상적으로 여성향 취미로 여겨지는 것들(스티커 수집, 여아를 타겟으로 한 애니메이션 등)일부에 관심이 있기는 했는데, 사실 좋아했다기보다는 '굳이 취미나 좋아하는 것들을 성별에 따라 나눌 필요가 있는가, 특정 성별이라면 어떠한 것을 좋아해야만 하는가, 내 생각이 맞다면 편견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 정도로 생각했고, 중학생 시절까지는 확실한 남성의 정체성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고등학교에 진학하고 여초 환경의 영향인지는 모르겠지만 모종의 계기로 여성의 정체성을 가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되어 여기에 오게 되었습니다.


정체성 - 현재:
굳이 이분법 하에 편입되어야 한다면 '여성(에 가까운) 젠더를 가지며, 집합론적으로 봤을 때 적어도 남성은 아니다.'라는 결론에 도달한 것 같습니다. 호칭은 한국어 기준 여성의 것으로 부르고, 또 불리고 싶습니다.

 
앞서 언급한 팬시류에 시각적으로 끌리긴 하지만 그걸 일반적인 방식으로 즐기지는 않고 음악적 영감을 얻는 데(?) 사용할 뿐 취미로써 크게 관심을 두는 편은 아닙니다. 개인적으로 취향인 형태의 옷이 몇 가지 있고 자유롭게 입어보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만 그게 적극적인 외형적 표현으로까지 이어지지는 않고 머리 속에서 형태와 질감 등 옷의 요소를 분석하게 됩니다(여러 가지 이유로 겉으로는 패션에 관심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이전에는 제가 원하는 외형을 갖추는 것을 '젠더의 표현'으로 생각했으나, 현재는 '자기 표현'으로 보고 있습니다.

 

성적 지향: 정체화 이전은 물론 지금까지도 여성에게만, 좀 더 넓게 보면 현재 제가 생각하는 정체성에 해당하는 사람(생물학적 성별에 관계없이 적어도 외형적 측면에서 여성적이라고 여겨지는 젠더 표현을 추구)까지입니다.


디스포리아: 예전에는 간헐적으로 상당한 수준의 디스포리아를 겪었는데, 어쩌면 그것도 보다 빨리 의료적 조치를 끝낸 분들에 대한 부러움에 불과했을 뿐 '삶이 무의미하다'와 같은 수준의 강한 디스포리아는 지금까지 겪어본 적이 없던 것 같습니다. 현재는 이름, 호칭, 목소리, 신체적 특징 일부에만 있을 뿐 하루라도 빨리 성전환 수술을 받고 싶다던지 하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다만 남자의 신체적 특징이 상당 부분 남아있기에, 호르몬 치료가 어느 정도는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편 정신적으로는 여러 상황과 맥락에 있어 남성으로 취급당할 때 상당한 불쾌감이 느껴집니다.


결론적으로 스스로에게 항상 만족하지 못하고, 때로는 혐오하기도 하지만, 다른 사람에게 어떠한 성별로써 규격화되기보다는'나'라는 한 명의 사람으로써 정의되길 바랍니다. 성격과 취향은 많이 다르지만 제가 요즘 하는 게임에 등장하는 한 캐릭터가 생각나는 부분입니다. 두서 없이 쓰긴 했지만 여러분들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말씀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1월 초에 고대안암병원 예약이 걸려 있으니, 일단 차분히 상담을 다시 받아 보고자 합니다. 만일을 대비하여 F64.0 진단을 받아 두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하는데, 현재 저의 생각을 있는 그대로 말씀드린다면 진단에 있어 불리한지(F64.9 등 .0 이외의 진단을 받을 가능성이 높은지)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