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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두 달은 몸에 맞는 용량을 조정하느라 엄청 적은 양을 먹어서 변화가 지엽적이고 적게 나타났지만 이 부분도 기록해봤어

3일차: 후각이 민감해짐. 이전에는 맡기 어려웠던 미세한 냄새와 사람의 체취가 구분이 갈 정도로 잘 느껴졌음.

6일차: 아침발기 없어짐. 이 때 얼마나 기뻤는지 몰라.

20일차: 상체 지방이 많이 빠졌는지 주변에서 몸 선이 얇아졌다는 이야기를 듣기 시작함. 거울로 봐서는 티가 안 났는데, 옷 태는 바뀌나 봐.

36일차: 고통이 더 잘 느껴지기 시작함. 뜨거운 걸 만지거나 길 가다 누군가와 부딪혔을 때 이전보다 확연히 큰 아픔이 느껴졌음. 그래봐야 1.3배 정도라 그리 큰 체감은 아님.

49일차: 하체 지방이 늘어난게 느껴짐. 내가 상체 근육을 빼느라 운동을 안 한 것도 있지만 하체에 살이 더 찌기 쉬워지는 것을 느낌.

62~3일차: 이 때부터 복용량을 늘려서 몸에 맞는 용량을 복용하기 시작함. 하루만에 가슴에 멍울이 잡히고 성장하기 시작함과 동시에 식욕이 증가함. 밤을 새면서도 졸리다는 생각보다 음식 생각이 더 많이 날 정도.

64일차: 가슴이 너무 아픔. 엎드리는 건 절대 불가능 하고 옷에 쓸리거나 어디 부딪히거나 눌리기 라도 하면 염증에 딱밤 맞은 것 처럼 열이 오르고 아픔. 다행이 염증은 아니더라...

75일차: 여전히 가슴은 작지만 이 때가 여름이었던지라 브라 없이는 티셔츠를 입으면 조금씩 티가 나기 시작했음. 고로 내 밑가슴 사이즈에 맞는 주니어 브라를 착용하기 시작함.

80일차: 피부의 텍스쳐(질감)이 바뀌는 걸 체감했음. 다만 피부가 얇은 곳(안쪽 팔, 목, 쇄골 근처 등)만 바뀌었고 나머지는 아직인가 봄.

92일차: 우울할 때가 늘어나고 쉽게 눈물이 나옴. 몸이 힘들 때보다 마음이 힘들 때 더 많은 슬픔과 우울을 느끼는 걸 확인함.

117일차(현재): 갑작스레 늘어난 우울은 사라졌지만 감수성이 풍부해짐. 책을 읽다가 슬프거나 감동적인 장면이나 혹은 그런 걸 상상하는 것 만으로 눈물을 참기 힘들고, 더 많은 매체를 찾아보게 됨. 책, 만화, 영화, 드라마 등 마치 늘어난 감수성을 뇌가 즐기고 있는 느낌이 들 정도.



아직 기간이 짧지만 HRT 과정에서 팁을 주자면

0. 자기가 HRT를 준비하고 있다면 빠르게 술을 끊어라... '앗 이거 간에 문제가 생겼구나' 싶을 때가 오기 전까지 최대한 긴 기간동안 지정 성별의 성 호르몬 억제제를 복용해야 하는데 억제제는 간에 쉽게 무리가 간다

1. 자취중이라면 우울이 늘어날 때 껴안을 수 있는 인형을 사둬라. 미국 병원에서 환자에게 주는 곰인형에도 값을 매기는 데는 다 이유가 있더라...

2. 주니어 브라는 의외로 빨리 필요하다. 가슴에 멍울이 잡히기 시작하면 3~4일마다 잡에서 얇은 티셔츠를 입고 거울 앞에서 이리저리 움직여 보며 확인하는게 좋다. 아니면 불상사...가 생길 수 있어...

3. 늘어나는 식욕을 충족시키되 살은 안 찌우기 위해 갖가지 맛의 저칼로리 보존식을 사두는걸 강력히 추천.

4. 감수성이 풍부해 졌을 때 보면 좋은 작품은 자기 성적 지향에 맞는 로맨스나 코미디 혹은 감동적인 작품이 좋다. 범죄, 폭력, 스릴러, 공포는 피하는게 낫다. 자신이 그런 장르 매니아라면 공포와 스릴러는 괜찮을지 모르지만 폭력과 범죄물은 그래도 자제하는게 낫다.

5. 우울한 시기에는 가끔 집안일이나 생업에 무리가 갈 정도로 우울한 날이 생긴다. 그리고 주로 그런 날은 갑작스레 다가와서 도저히 예측할 수 없다. 그럴 때를 대비해서 집안일을 이전보다 강박적으로 하는 습관을 들이거나 직장에서 자신의 위치를 조금 조정할 필요가 있다.

세상 많은 HRT 희망자들 모두 힘 내. 당신이  이런 부분에서 힘들어 하는 것 만큼은 나아질 수 있도록 나는 항상 응원하고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