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6년 정도 지나간 이야기..


10년 전에 첫취업했을때, 내 사회생활의 시작은 마이너스로 시작이었음. 


10대 시절 아버지의 첫번째 사업실패로 집안은 차압딱지가 붙을 정도로 빚쟁이였고,


아버지의 두번째 사업 실패로 20대 초반부터 내 이름으로 달려있는 은행 빚이 원금만 1억원이 있었고,

(입대했을때 나에게 얘기하지않고, 내 이름의 인감을 파서 은행의 지인에게 내 이름으로 은행 대출을 받음.)


내 학자금 대출도 2천만원 가량 남아있던 상황이었음.


첫 취업은 월 200조금 넘게 받는 ㅈ소기업을 다니다가 1년 채우고 운 좋게 더 좋은 큰 회사로 이직할수는 있었지만


이직한 회사에서 능력 부족을 엄청나게 느끼며 모든 것을 회사일에만 집중해야 간신히 따라갈수있는 그런 상황이었음.


그러다보니 여가랑 취미란게 아예 없었고, 회사에서 거의 퇴근도 2일에 한번꼴로 하다시피 했었고, 


쉬는 날은 그냥 자고 먹으면서 체력 보충하는게 끝이었음. 이때 유일한 낙이 쉬는 날 맥도날드 가서 점심 사먹는 정도.


이렇게 살다보니깐 돈을 쓸 시간이 없어서 돈은 참 잘모이더라.. 이 당시 한달에 260~300 사이로 매달 저축을 했었음.


그렇게 피폐하게 1년 넘게 살고있던 어느날, 아는 형님이 내 얘기 듣고 인생 좀 챙기라면서 소개팅 주선해주겠다고 하심.


근데 사실 나란 사람은 키도 171이라 평균키에도 못미치고, 외모는 거의 신이 내다버려놨나 수준으로 못생긴 놈이라


외모 관리 이런거도 포기하고 걍 깔끔하게만 다니자 하면서 머리도 늘 스포츠로 벅벅 밀고 다녔음.

(머리털이 곱슬거리는 돼지털이라 관리가 힘들어서 그런것도 있었지만)


돈도 뭣도 없고 유일하게 있는거라곤 600만원 주고 산 출퇴근용 구닥다리 중고차 하나뿐이라 


연애 자체를 생각도 안했고, 그냥 포기하고 살고있었지만.. 그래도 마음 한켠에 나도 연애는 해봐야지 하는 마음에


그렇게 소개팅을 나갔음. 상대는 나보다 2살 연하의 간호사분이었는데..


첫인상이 미소가 태양같이 밝은 분이구나 라는게 느껴졌었음. 


긴장해있는 나한테 먼저 말 엄청 걸어줘서 나도 말문이 트여서 서로 공통화제인 영화쪽에서 서로 많은 대화를 나누고 

(본인은 대학생때 영화 촬영 현장에서 일한 경험이 있고, 대학생때 유일한 취미가 영화감상이었음.)


그러다보니 생각보다 서로 말이 잘통해서, 화기애애하게 잘 끝났음. 심지어 애프터 신청도 그 분이 먼저 해주셨고


그렇게 몇번의 만남을 더 갖게 됐었음.


근데 이당시는 정말 내가 마이너스의 기운으로 가득찬 놈이었던지라 


5번째 만난 자리에서 술이 조금 들어간 상태에서 이런 얘기를 나눴었음.


나 : 솔직히 저는 가진것도 없고, 외모도 별로고, 주변에 대한 열등감으로 가득 차 있는 별볼일 없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을 이렇게 매번 먼저 불러주시니 너무 감사하다. 근데 이게 XX형님 때문에 그러는거면 괜히 시간 안내주셔도 괜찮다.


그분 : 자기한테 너무 부정적인데, 만나보니 겉은 차가워도 속은 굉장히 따뜻하고 좋은 분이라는게 느껴진다.

        자신을 너무 낮추지않았으면 해요. 충분히 괜찮고 좋은 사람이고, 그런 당신이 좋아서 만나는거에요.


이 소리 듣고나서 진짜 10대부터 철든뒤로 한번도 울어본적이 없었는데(현역 시절 부모님 첫면회 제외), 


부모님이나 동생들도 안해준 나 좋다는 소리를 난생 처음 들어서인지 모르게 눈물이 펑펑 나더라.


덕분에 그렇게 마이너스의 기운으로 가득찬 내 마음을 완전히 풀어주신 그 분 덕분에 제대로 된 인생 첫 연애를 시작하게 됐고, 


그렇게 1년 반 정도 만남을 지속하게 됐고 (만나는 동안 서로 계속 존대를 했었음.)


'저는 솔직히 아직도 사랑은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삶의 도리는 잘 압니다.  

평생 사랑이란 이름으로 도리는 지킬 자신이 있습니다.' 라는 나도 모를 개소리를 횡설수설하면서 프로포즈를 했고 


그 분도 그런 나의 프로포즈를 받아주셨음. 


그렇게 양가 부모님께도 인사를 드리게 됐는데...  생각보다 그 분의 집안이 생각보다 엄청나게 잘 사는 집안이라는걸 


그때서야 알게 됐음..(물론 대충 옷이나 핸드백 지갑같은거부터 명품같은게 많았고, 

본인도 언급은 안했지만 행색이나 행동 등 에서 부티가 좀 나긴했기에 잘사는 집안이라는것은 눈치는 채고 있었음...

다만 집안이나 부모님 같은거 물어보는게 실례라고 생각해서 한번도 물어보진않았었음.) 


여튼 첫 인사자리에서 그분 부모님께서 나와 집안을 포함해 이것저것 많이 물어보셨고... 


그러다보니 나에 대해서 매우 탐탁치않아하는게 느껴졌었음.

(그 분의 아버지는 회사로 치면 중견급 위치의 병원의 병원장이었음. 그 분은 당연히 그 병원에서 일하는 간호사였던거고.)


여튼 약속된대로 양가 부모님이 만나는 상견례가 이뤄졌고, 상견례에서 그 분의 아버님이 자신은 결혼을 반대한다고 하심.


집안 조사를 해서 미안하지만, 결혼을 하기엔 우리 집도 나도 너무 부족하다는거였음.


딸의 연애까지는 자유롭게 배려해줬지만 결혼까지는 그렇게 못하겠다며, 이 자리에 안나오고 싶었지만 


예의상 나온거고 자신의 의견은 전했으니 이만 가보겠다며 이 자리는 자신이 계산할테니 식사 맛있게 하고 들어가라고 하면서 


상견례 자리에서 나가셨고, 그렇게 상견례 자리는 파토가 남.


그렇게 상견례가 끝나고 몇주뒤 만났을때 그 분이 자신의 부모님이 너무 무례했다며 사과를 했고,


자신이 집안에서 나오기엔 힘들다면서 미안하다면서 눈물을 흘렸고, 그 눈물을 보고 나도 마음을 정리하기로 함.


'그 동안 준 좋은 추억들에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저 같은거보다 더 좋은 분 만나실거고,


저 같은거는 이제 잊고 행복하게 살아주세요.' 하고 그렇게 서로 헤어졌음. 


물론 그렇게 헤어진뒤 나 자신도 탈진할 정도로 눈물을 펑펑 쏟았고,   


내가 이러고도 계속 살아야하는게 맞는건가 생각이 계속 들었고, 그러다보니 인생현타 번아웃이 너무 심하게 왔는데, 


회사 내에서도 내 잘못으로 결혼 파토났다면서 안좋게 소문도 퍼지고 하니 더 버틸수가 없어서 


회사도 그만뒀고, 아버지는 나 때문에 온갖 망신살이 당했다며 내 탓을 너무 해대서 부자 사이도 소원해짐. 


그래서 집에서도 나와서 혼자 살게 됐고, 혼자서 몇달간 폐인 생활 하다가 그래도 걍 어찌저찌 


지금은 마음 잡고 지금까지 살고있음. 


하지만 그렇게 헤어진 이후로 이제 내 생에 연애란건 없구나 하고 아예 놓아버렸음. 

 

뭐 중간에 몇번 더 소개도 받아보고 했지만.. 이제는 나 좋다고 해주는 분도 없고, 내가 끌리는 분도 없었고.. 


지금은 주변에 결혼하려다가 직전에 파토났으니 마일리지 0.5인분 적립된 돌씽임.... 하고 셀프 자학하는 중임.


왜 이런 암울한 썰을 풀었냐면 오늘이 그렇게 헤어진 날이라서...


그래도 그 분과 함께한 좋은 추억들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고, 아직 그 추억들이 내 삶의 몇없는 원동력 중 하나임.


그 당시 찍은 사진들을 보면 성인이 된 이후로 내가 찍힌 사진들은 늘 찡그리고 있거나 음울한 느낌만 났었는데


그 분이랑 같이 찍은 그 당시의 사진들은 나라고 생각 못할 정도로 해맑게 웃고 있더라. 


꿈에서 그분의 태양같은 미소가 나와서 깨서 눈물 흘리다가 평소에 구경하던 순챈에서 넋두리 한번 써봤음.


만약에.. 만약에 시간을 되돌릴수있다면.. 헤어지기 싫다고 붙잡을거같아. 후회가 남지않게 말이야.


순붕이들은 나처럼 후회하는 선택 안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