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널 원망하지 않냐고?"



고개를 올려 자신을 품에 안은 시우를 보며 틋순이는 입술을 오물거렸다. 


그야, 당연히 원망하지 않는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 


아무리 술에 취했다고는 해도 그건 강간이었으니까. 



"널 원망하면, 뭐가 달라져?"



애석하게도 현실은 그리 공평하지 않았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시우는 강자였고, 자신은 약자였으니까. 


애초에 제대로 된 신분도 없어서 보증을 서주고 있지 않은가. 



"인정할 건 인정해야지. 내가 널 싫어한다고 해서 현실이 바뀌진 않잖아."


"여전히 난 네가 안기라면 안기고, 핥으라면 핥아야하니까."


"당장 네가 내 행동 하나하나에 간섭하고 싶다면 난 물을 마시는 것도, 자리에 앉는 것도 네 허락을 받아야 하는 처진걸."



그럼에도 따라야 하는 자신이 어쩐지 슬퍼져서 틋순이는 피식- 비소를 지었다. 


시우의 표정은 점점 썩어들어갔지만, 틋순이는 계속해서 잔뜩 쉰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네가 갑자기 나한테 질리면. 나는 그대로 끝이야. 할 수 있는 게 없으니까."


"그러니 내가 그나마 사람답게 살려면 네 관심을 받아야 해. 그게 몸이던, 마음이던."


"어차피 달라지지 않는다면, 네 기분을 맞춰주는 쪽이 너나 나나 좋지 않아?"



넌 네게 순종하는 예쁜 인형을 얻을 수 있어서 좋고, 나는 네 애정을 받을 수 있어서 좋잖아. 


그리 속삭이며 품 속으로 파고드는 틋순이를 더 강하게 끌어안으며 시우는 눈을 감았다. 






뭐랄까. 현실에 수긍해버린 틋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