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청풍마을에 아침이 밝아왔다. 홍랑과 청국은 아침 일찍 일어나 밖으로 나왔다. 한 곳밖에 없는 입구는 마을 관리를 편하게 만들지만 그래도 방심할 순 없다. 홍랑과 청국은 별서로 교대로 감시를 하며 입구쪽을 지켜보았다.


이때, 갑자기 어떤 남성이 마을 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서구식 검은 복장에 검은 중절모를 쓰고있고 이상하게 생긴 안경을 쓴 검은 수염의 젠틀하게 생긴 남자가 뒤에 본인의 키만한 정체불명의 종이덩어리를 들고오며 다가오고 있었다. 그리고 입구를 통과하자마자 남자는 마을쪽을 바라보며 큰 소리로 외쳤다.


“이봐라! 청풍장의사님이 도착한 것이다! 이 마을은 언제나 봐도 멋진것이다!”


홍랑과 청국은 너무 수상하여 마을 입구 쪽으로 달려가기 시작하였다. 이때, 마을 사람 중 한명이 달려가고 있던 이들을 부르고는 말하였다.


“저기... 저분은 우리 마을 사람입니다.”


그러자 홍랑이 놀라며 말하였다.


“네? 저 사람도 이 마을 사람이라고요? 아니 이런 외진 마을에 저런 복장을 한 사람이 있을 리가... 있었으면 우리도 진작에...”
“저 사람 우리 마을에 잘 안 옵니다. 여기서 태어나고 자라시다가 이제는 이세계 여기저기를 떠돌아다니는 모험가에요.”
“모험가라고요...?!”


순간 홍랑의 눈빛은 180도 달라졌다. 외부세계에 관심이 많은 홍랑은 검은복장의 남자에게 달려와 말하였다.


“혹시 당신이 혹시 이세계 여기저기를 떠돌아다니는 모험가인가요?”
“아니다! 나는 모험가가 아니라 장의사이다!”
“장의사라고요?”
“그렇다! 나는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며 세계를 기록하고 사람을 연구하는 장의사이다!”
“오오! 반갑습니다! 저는 홍랑이라고 합니다!”
“반갑다 홍랑!”


그러자 청국이 다가와 말하였다.


“잠깐만요? 저는 홍랑의 동료인 청국이라고 하는데요 제가 아는 장의사의 의미는 당신이 말한 것과 다른 걸로 알고있습니다. 당신은 도대체 정체가 뭡니까?”
“내 정체는... 나도 모른다! 난 그저 이름이 뭔가 폼나보여서 장의사를 칭하는 것이다!”
“저런”


이때 홍랑이 장의사 등 뒤에 매고있는 종이덩어리를 보고 말하였다.


“도대체 등 뒤에 매고있는 것은 무엇입니까?”
“그건 내가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면서 기록한 천하도이다!”
“천하도요?”
“그렇다! 혹시 궁금하다면 지금 보여줄 수 있을까?”
“당연하죠!”


그러자 청국이 말하였다.


“홍랑,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모르는 사람을 함부로 집에 들여보내는 건...”
“괜찮아 청국, 보니까 적은 아닌 것 같은데? 집에 보내들여도 될 것 같다.”
“알았어.”


그리고 홍랑과 청국은 장의사를 데리고 별채로 이동하였다. 장의사는 별채에 들어오자마자 바로 들어눕고는 말하였다.


“역시 안은 너무 편하군!”


청국이 홍랑에게 귓속말로 말하였다.


“아무래도 저 사람 사기꾼일수도 있을 것 같다.”
“에이 설마... 사기꾼이면 우리가 죽여버리면 되는거고 일단 믿어보자.”
“그래도 난 저 사람을 잘 못 믿겠어. 일단 난 마을이나 좀 돌아다니고 올게.”
“그래.”


이후 청국은 마을 쪽으로 이동하였다. 그리고 홍랑은 장의사가 있는 방으로 들어가 말하였다.


“자, 그럼 안으로 보내드렸으니 지도를 펴서 보여주실 수 있으신가요?”


그러자 장의사가 곰곰이 생각해보고는 말하였다.


“아무래도 이 별채는 내 지도를 펼치기에는 너무 좁은것같다! 대신에 지금 크기의 내 지도에 20분의 1 크기의 축소판이 있는데 그걸 보여주도록 하지!”


그리고 장의사는 갑자기 종이덩어리 사이에서 또 다른 작은 종이를 꺼내더니 그 종이를 펼쳐냈다. 그 종이는 바로 천하도의 축소판이었다. 축소판임에도 불구하고 그 크기는 별채의 방을 꽉 채운 크기였다. 홍랑은 축소판 천하도를 보고는 신기해하며 말하였다.


“우와... 세상이 이렇게 넓군요.”
“그렇다! 이 세계는 동서남북으로 나누어져있고 그 중앙에는 옥황상제가 다스리는 황국이 있다! 이중에서 우리가 지금 살고있는 세계는 바로 동쪽 세계이다! 그리고 서쪽 세계에는 나와 비슷한 스타일의 복장을 한 푸른 눈의 사람들이 살고있고 남쪽은 기이한 생물들과 종족들이 살고있고 또 북쪽은 달아난 마귀들의 후손인 마족들이 살고있지! 그들은 각자 다른 문화를 이루며 이 행성에 살아가고있다!”
“오오 신기하군요, 그럼 우리가 살고있는 청풍마을은 어디쪽에 있나요?”
“청풍마을은... 여기 있는 것이다!”


장의사가 가리킨 곳은 동쪽에서 거의 끝자락에 있는 곳이었다. 홍랑이 장의사를 바라보고 말하였다.


“아니 이 마을이 이렇게까지 외진 곳에 있었어요?”
“그렇다. 이 마을은 내가 놀기엔 너무 좁은 물이었다. 그래서 나는 이 마을을 나와 환도에서 공부를 하고 이후엔 이 천하를 돌아다녔다. 동서남북을 다 돌아다녔지만 아직까지 중앙 세계는 한번도 와보지 못했다! 이제 내 목표는 저 중앙세계에 가는 것이다!”
“중앙세계는 어떻게 갈 수 있는거죠?”
“그건 나도 모르고 아무도 모른다! 다만 지도의 중앙에 있는 것은 확실하다! 내가 저 중앙세계에 도달한다면 처음으로 황국에 도달한 지상세계의 사람이 되는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나는 장의사 벤을 만들어 사람들이 자유롭게 이동하도록 할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인간계와 천상계의 교통이 보다 더 편안해진다! 황국에 장의사 벤이 굴러다닌다면 정말 멋질것이다!”
“꿈이 참 대단하시군요!”


뒤이어 장의사가 홍랑에게 물었다.


“그나저나 너는 모험하는 것이 꿈이냐?”
“네!”


홍랑이 당당하게 대답하였다. 그러자 장의사가 말하였다.


“그렇군! 모험은 언제나 즐거운 법이지! 그런데 이 나라에는 안타깝게도 모험가 호패가 있어야 자유롭게 모험을 떠날 있다.”
“호패요? 그게 없으면 어떻게 되나요?”
“그러면 나중에 탐관오리들에게 모험가가 아니라 도적으로 간주되어 나라의 적이 될 수 있다.”
“그럼 어떻게해야 그 모험가 호패를 받을 수 있는 것입니까?”


홍랑의 질문에 장의사가 손가락으로 청풍마을을 가리키고는 서쪽으로 쭉 이동하며 말하였다.


“잘 들어라! 이 마을을 기준으로 마을 입구에서 출발해 쭈욱 길을 걷다보면 ‘환도’라는 도시가 있다. 그 마을은 너희와 같은 신이한 능력을 가진 모험가들이 많이 머물고 있는데다 신의 보호를 받는 곳이라 어떠한 나라도 건들 수 없는 도시이다. 이 도시에서 매년 경연대회를 여는데 거기서 1등하면 모험가의 호패를 받을 수 있다. 홍랑이 능력자들이 겨루는 경연대회에서 1등을 차지해서 모험가가 된다면 정말 멋질것이다!”
“오오! 그렇군요!”


어제부터 외부 세계를 궁금해했던 홍랑은 장의사의 말을 듣고 무척이나 신기해하고있었다. 이때, 갑자기 마을 사람이 급히 달려와 말하였다.


“홍랑님! 지금 흑건적들이 또 나타났습니다!”
“왜 하필... 하여튼 빨리 출동할게요!”
“나도 가는 것이다!”


홍랑은 급히 마을 입구로 이동하였다. 장의사 또한 짐을 챙기고는 밖으로 이동하였다. 그곳에 도착하니 마을쪽에는 촌장과 부촌장을 비롯한 시민들이 몰려있었고 입구 밖에는 흑건적 무리들이 무장하며 이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청풍은 일찌감치 소식을 듣고 마을 입구에 도착해있었다.


“홍랑, 청국은 얼른 나와서 우리의 칼을 받아라!”


그러자 이를 바라본 홍랑이 말하였다.


“어제 그렇게 혼나놓고 오늘 또 왔군.”
“우린 이 마을을 점령할 때까지 계속 올 것이다.”
“그럼 오늘 다시한번 혼내...”


이때, 장의사가 홍랑의 어깨를 잡으며 말하였다.


“아니! 저 녀석들은 내가 처리하겠다!”
“네...? 여기까진 어떻게 오신건지...”
“혼자는 외로운 것이다. 내가 나서서 싸우겠다!”


홍랑은 오늘 처음 본 장의사가 갑자기 나서는 것에 대해 불안했지만 그래도 장의사를 좀 믿어보기로 하였다. 그리고 장의사는 어느때보다 비장한 모습으로 흑건적들의 앞에 섰다.


흑건적 선발대의 대장이 장의사를 보고 부하에게 말하였다.


“저 녀석 누구냐? 아는 사람 있냐?”
“아니요? 처음보는 사람인데요?”
“흐음... 일단 전투력은 모르겠고 생긴걸 보아하니 관종인건 확실해.”


그리고 장의사가 말하였다.


“자! 잘들어라! 나는 축지법을 쓰는 장의사님이시다! 나의 축지법으로 너희들을 쓰러뜨리기 전에 얼른 돌아간다면 정말 좋을것이다!”


그러자 흑건적 대장이 말하였다.


“그렇군요. 혹시 가까이 다가가도 되겠습니까?”
“싸우지 않을거라면 상관없다.”


그리고 흑건적의 대장은 부하들을 데리고 장의사에게 다가갔다. 장의사는 껄껄 웃으며 이들에게 다가갔다. 그러자 흑건적이 장의사를 검을 장의사의 목에 갖다대며 덮치더니 말하였다.


“잘들어라! 마을을 내놓지 않으면 저 녀석의 목숨이 날라갈 것이다!”


홍랑은 순간 고민하였다. 이때 장의사가 말하였다.


“이봐라! 나는 사실 축지법을 쓸 수 있는 사람이다! 죽기 전에 축지법 한번 써보자!”


그러자 흑건적이고 홍랑, 청국이고 모두 의아해하였다. 하지만 마을 사람들은 모두 그러려니하는 눈빛이었다. 홍랑이 촌장에게 말하였다.


“혹시 저 사람, 원래 그런 사람인가요?”
“그렇다.”
“헐”


그리고 흑건적이 장의사에게 물었다.


“축지법? 니가 그 축지법을 쓴다고?”
“그렇다! 나는 축지법으로 하늘도 날 수 있다! 나를 풀어주면 공중부양하는 것도 보여주겠다!”
“그래! 공중부양 한번 보자!”


그리고 흑건적은 장의사의 밧줄을 풀어준 뒤 말하였다.


“자! 이제 축지법을 보여주어라!”
“그래! 일단 좀만 더 뒤로 가겠다.”
“그래라!”


그리고 장의사는 계속 뒤로 이동하였다.


“더 뒤로 가야하나?”
“그렇다!”


그리고 장의사는 계속 뒤로 갔다. 마침내 장의사는 보이지 않을 만큼 뒤로 이동하였고 이에 흑건적 대장이 수상하여 말하였다.


“이봐! 더 가야하나?”
“페이크다 이 병신들아! 롸잇나우!”


그리고 장의사는 무서운 속도로 도주하였다. 흑건적들은 꽁지빠지게 달아나는 장의사를 보고 박장대소를 하였다.


“하하하! 멍청한 녀석! 꽁지빠지게 달아나는거 보소 ㅋㅋㅋ 저런 놈은 굳이 쫒아가서 잡을 가치도 없겠군!” 


뒤이어 흑건적의 대장이 부하들을 바라보고 말하였다.


”애들아! 잘 봤...   ?”


순간 흑건적 두목의 눈에는 두 눈을 의심할만한 광경이 펼쳐졌다. 순간 정체불명의 보라색 기운이 나타나더니 흑건적 쪽으로 이동하였고 그러자 건장한 흑건적들이 모두 쓰러진 것이었다. 마을 사람들은 모두 충격에 빠졌으며 홍랑도 꽤 당황하는 눈빛이었다. 그리고 청국은 초조한 표정으로 이를 지켜보았다.


이때 보라색 기운이 흑건적 대장에게 다가오더니 그대로 흑건적 대장을 가려버렸고 잠시후 기운이 사라지더니 흑건적의 대장도 똑같이 언덕길 아래로 굴러떨어지기 시작하였다. 홍랑과 마을 사람들이 넋을 잃으며 이를 지켜본 가운데 청국은 무언가 알아챈 것 같은 눈빛이었다. 청국은 속으로 말하였다.


‘저 기운... 어제 느꼈던 기운하고 똑같아...’


뒤이어 촌장이 쓰러진 흑건적들에게 다가가고는 이들을 만져보고 말하였다.


“모두 죽었어!”


촌장의 말에 그곳에 모은 사람들의 충격은 배가 되었다. 특히 홍랑과 청국의 충격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 그동안 흑건적들을 상대로 이기는대로 모두 살려두었는데 이번에는 모두 죽은 것이었다. 급히 청국이 나서서 말하였다.


“잘 들으십시오! 흑건적들은 이제 예전처럼 물건만 뺏으러 오지 않을것입니다! 이젠 우리의 목숨도 앗아갈 수 있습니다! 모두 이에 대한 대응방안을 마련해야합니다.”


과연 홍랑과 청국, 그리고 청풍마을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그리고 흑건적들의 목숨을 앗아간 보라색 기운의 정체는 도대체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