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방패의 전설 모음집(계속 업데이트) - 창작문학 채널 (arca.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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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화, 전쟁 다음 전쟁


비록 적지 않은 피해가 있었지만 또 다시 그들은 승리했다. 특히 이번 전투는 기술적인 면에서도 큰 성과를 거뒀는데, 바로 손대포의 발견이었다. 비록 아직은 여러모로 부족한 점이 많았지만 정말로 획기적인 발명이었다. 그리고 시간은 흘러 약 2주 뒤, 아인은 지진으로 무너진 도서관을 복구 중이던 잔을 오랜만에 만났다.


“많이 바빠 보이네, 잔.”


“여기 말고도 고쳐야 할 곳이 많으니까.”


잔은 반쯤 복구된 도서관을 막연하게 바라보다 한숨을 쉬었다.


“지진으로 도서관의 수많은 기록이 소실되었어. 이 세상 어디에도 없던 것들이었는데…”


잔이 씁쓸한 표정으로 도서관을 바라볼 때, 아인이 입을 열었다.


“지난번에 그건 어떻게 한 거야?”


잔은 무슨 말이냐는 듯 아인을 바라보더니 얼마 전 정령군주와의 싸움에서 보여준 그것을 말하는 것임을 알아차리고 말을 이었다.


“나도 몰라. 그 정도 범위의 마법은 내 실력으로는 부릴 수 없어. 나도 어떻게 했는지…”


“잠재력일세.”


잔의 말을 끊으며 나타난 사람은 대마법사 ‘올리버’였다.


“스승님, 어떻게 아시고…”


“자네들의 행선지는 카이저께 들어서 알고 있지. 르블랑 양, 자네가 부린 마법은 지팡이 끝의 보석이 보여준 잠재력일세. 이 보석이 마나 결정인 것은 자네도 잘 알 것이야. 마나 결정은 건드린 사람의 마나에 따라 색이 변하지. 하지만 그 색은 그 사람이 가진 마나의 양을 결정지을 뿐, 보석 안의 마나에는 엄청난 잠재력이 숨어있다네. 그 위험한 순간 보석의 잠재력이 뛰쳐나온 걸세.”


“그렇군요.”


“르블랑 양, 마법사들의 등급이 올라간다는 것은 자신이 자신의 보석을 더욱 잘 제어한다는 것이지. 더욱 수련에 매진하게나. 행운을 빌지.”


잔은 그에게 경례를 하고선 다시 도서관 재건을 위해 움직였다. 멀어져 가는 잔을 보며 올리버는 아인에게 속삭였다.


“르블랑 양을 신경 써서 봐주게나. 저건 단순한 보석만의 잠재력은 아니네.”


“네?”


아인이 무어라 물어보려 했을 때에는 이미 올리버는 사라진 뒤였다. 아인은 궁금증을 뒤로한 채 마리에게로 발걸음을 옮겼다. 드워프 제국도 ‘빛의 아이들’이 국교인 만큼 그들의 성당이 있었고, 마리는 지난 2주 동안 그곳에서 머무르며 환자들을 치료하고 자신의 신앙생활에 전념했다. 아인이 근 일주일 만에 그녀를 만났을 땐, 어느새 성당에 몰려 있던 환자가 그때의 10분의 1 정도로 줄어 있었다.


“환자들도 많이 줄었네.”


“응, 사제들의 노력 덕분이야.


“그나저나, 항상 궁금했던 게 있는데. 잔은 그렇다 치고 너는 왜 날 따라온 거야?”


마리는 천장을 멍하니 올려다 보다 말했다.


“그러게~ 잘 모르겠네.”


곧이어 다른 누군가 그녀를 부르고, 그녀 역시 자리를 뜨자 아인도 뒤이어 자리에서 일어났다. 숙소로 가려던 그때, 황실의 경비병이 급히 달려왔다.


“아인 씨, 지금 당장 황실로 와 주시길 바랍니다!”


아인이 황실에 도착했을 땐 마누엘이 와있었고 곧이어 잔과 마리도 도착했다. 요나탄 황제는 그 어떠한 때보다도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왔군.”


황제가 아인을 보며 말하자 아인은 그에게 경례를 했다.


“황제 폐하, 무슨 일이옵니까?”


“방금 북부 감시초소에서 온 전갈일세, 북쪽 황무지에서 오크의 대규모 남하가 시작되었다는군.”


“또 시작이구만…”


“이젠 연례행사 수준이야…”


황실의 벼슬아치들이 수근거렸다. 소리가 줄어들자 마누엘이 황제에게 물었다.


“폐하, 이번에도 놈입니까?”


“오크 군대를 이끄는 지도자는… 이번에도 ‘불멸의 레드암스’일세.”


그 말에 아인 일행을 제외한 모두가 술렁거렸다. 마누엘은 아예 한탄하기 시작했다.


“저… 폐하, 송구하오나 레드암스가 누구입니까?”


아인의 물음에 마누엘이 대신 말했다.


“오크들은 부족생활을 하지. 우리가 확인 한 걸로만 수십 개의 부족이 북쪽 황무지를 떠돌고 있어. 각각의 부족은 서로 사이가 좋지 않기 때문에 오크가 남하해도 막아내기란 쉬운 일이었지. 허나 10년 전, 붉은 팔 부족이 오크 부족들을 통합하기 시작했어. 단 5년 만에 수십 개의 부족을 통합한 그들은 계속해서 20여년 전 자기들이 빼앗긴 영토를 되찾으려 하지. 그 붉은 팔 부족의 부족장이 바로 ‘불멸의 레드암스’라고 하는 녀석일세.”


황제가 마누엘의 말을 이어갔다.


“원래 오크는 전투에서 명예롭지 못한 행동을 죄악시 여겨 오로지 정공법 만을 사용했네. 하지만 레드암스는 달라, 그 놈은 전법을 사용할 줄 알지. 그 누구보다 신체능력이 뛰어난 오크를 전법을 사용하여 움직이니 우리 입장에서도 고역이 아닐 수가 없네. 이제까지는 어찌어찌 막아내었지만… 이번에는 그 규모가 상상을 초월한다는군.”


“이렇게 있을 시간이 없습니다. 폐하, 저에게 병사를 주십시오! 제가 놈들을 막아내겠습니다!”


“좋다, 마누엘 경, 자네에게 동원할 수 있는 최대한의 병사를 주지. 놈들을 막아내게나. 그리고, 자네들도.”


황제의 말에 아인 일행도 따라 나섰다. 마누엘은 가족들에게 작별인사를 하고는 군대를 이끌고 북쪽으로 나서기 시작하였다. 용암 늪을 지나며 아인과 마누엘은 오크를 막을 방법을 의논하기 시작했다.


“기동성에서 우위를 보여 섬멸하는 방법은 어떻습니까?”


“해봤지만 놈들이 타고 다니는 다이어울프는 말이나 불 도마뱀의 기동성을 상회하네, 우리가 역으로 당했지.”


“마차를 새워서 다이어울프의 속도를 늦춘 다음 공격하는 건요?”


“시도해봤지만 다이어울프의 신체능력이 예상 밖이었네. 그걸 가뿐히 뛰어 넘더군.”


“마법을 이용한 트릭은 해보았나요?”


“드워프 중에는 마법사가 없어서 제대로 해본 적은 없지만 놈들의 주술사가 다루는 정령에 무력화될 걸세.”


“장창을 이용한 밀집대형은 어떤가요?”


“처음에는 효과가 있었지만 나중에는 놈들이 대책을 새우더군.”


아인이 구상해낸 대부분의 전략은 이미 이전에 사용했던 것 들이었다. 아인은 이전의 출정때와 달리 말이 잘 통하는 지휘관과 함께하게 된 것에 안도하며 이런저런 전술을 생각하면서 오크들의 목표이자 영원한 불의 땅과 황무지의 경계인 북부감시초소에 도착했다. 상황은 절망적이었다. 감시병들의 보고에 따르면 오크들의 규모는 수 천에 달했으며 대부분이 수없이 많은 전장을 거친 정예병이었고 선봉에는 언제나처럼 ‘불멸의 레드암스’가 있었다. 현재 진군속도로는 내일쯤이면 초소에 다다를 예정이라고 했다. 마누엘은 전군에게 전투태세를 갖추라고 명령하고 아인과 함께 여기까지 오며 구상한 대로 진형을 짜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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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4대 종족이 모두 등장했구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