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의 주먹이, 꽉 쥐어진다. 발 밑에는 부서진  모형 프라스틱 모델이 널부러져 있었다.




"......."




 리미티드 에디션이었다. 일본에서만 판 물건이라 국내에는 몇 개 들어 오지도 않았었다. 중고 장터에서 눈물을 글썽이는 애 아빠한테 1대 30의 경쟁을 뚫고 간신히 데리고 온  아이였었는데......




"거 참 장난감 하나 부서진거 가지고 존나 요란 떨어요. 진짜. 미안 하다니까?"




 그런 정선의 바로 앞에는 그의 동생 선영이 팔짱을 끼고, 미안한 내색이라곤 전혀 느껴지지 않는 


말투로 정선을 향해 그렇게 말했다.




"......."




 말 없이 부들부들, 떨리는 정선의 몸. 떨리는 몸을 진정시키고 정선은 선영에게 낮게 깔린 목소리로


말했다.




"야......내가 지금 진짜로 빡치는게 뭔 줄 아냐?"




".......뭐가."




"니가......이 씹지랄 해 놓고 지금 내 앞에서 안 맞을 줄 알고 가드도 안올리고 있는거 이 개새끼야!"




그리 말함과 동시에, 쏜살같이 선영에게 달려들어 선영을 뒤에 있던 자신의 방 침대위에 눕힌다.




"아악! 엄마! 엄마! 이새끼 미쳤나봐, 아아아악! "




 고래 고래 소리를 지르며, 몸부림 치며 어머니를 찾는 선영.  하지만 어머니는 진즉에 장을 보러 나가시느라 자리를 비웠고,

정선은 그런 선영의 거친 저항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완전히 자빠트리고 난 후, 정선은 덥고 자는 담요를 들어 그녀의 앞에

섰다.




"....지금부터 이 이불을 덮어 씌우고 너를 존나, 밟을꺼다. 마지막으로, 할 말 있냐?"




".....이런 미친새끼가, 이거 맞아? 나 여자야 여자! 아무리 동생이어도 그렇지 여자를 팰려고하네.

 진짜. 너 어디 아픈거 아니야?"




 선영은 자신이 여성임을 어필하며 외려 신경질적인 표정으로 정선을 쏘아붙였다. 하지만 정선은 그런 그녀의 

대답에 실성한 놈처럼 이빨을 다 드러내 웃으며 말했다.


"히히! 맞아! 많이 아파! 너가, 나를 부쉈잖아! "


"그러니까 ,너도 많이 아팠으면 좋겠다....헤헤!"


샤라락, 선영의 머리 위로 덮어지는 이불. 


"야...야!!  아니아니 아니....오빠!! 아아악!!"


"너도 한번 부서져 봐!"  


"잠깐 잠깐, 잠깐!!!"


 헝클어진 이불 사이를 뚫고 선영의 손이 튀어나왔다.


".....이거."


손에 잡혀있는 것은, 핸드폰.


"또 뭐 개 좆같은거 보여 줄려고....."


하면서도 정선은 내민 핸드폰에 얼굴을 가져다 대었다. 휴대폰 화면 속에는 어여쁜 아가씨가 정선을 바라보고 환히 웃고있었다.


".... 24살.  163cm, D컵."


".....진짜야? 허위 매물 아니고?"


"아 진짜,  이 아저씨 맨날 속고만 살았나...."


 정선이 관심을 보이자 선영은  이불을 걷어내고 툭툭, 헝클어진 머리를 매만졌다.


"싫어?"


 선영의 고압적인 눈매. 


 고작 소개팅인데 이거에 리미티드 에디션을 망가뜨린걸 용서 하면 안되는건데..... 활짝 웃으며, 발길질을 이어 나갔어야 하는게 맞는거 아닌가. 이성은 그렇게 생각 었지만 휴대폰에서 자신을 바라보며 환히 웃고있는 여인내의 얼굴에 정선의 머릿속에 가득하던 프라모델의 살아 생전 모습은  그 순간 사라졌다. 




"......진작에 말씀 하셨어야죠. 어이구, 이거 실례가 많았습니다. "


주저앉아있는 선영에게 정선은 공손하게 손을 건냈다.


"그래. 앞으로도 그렇게 예의있게 말하고."


공손하게 건내 받은 손으로 선영은 자리에서 일어난 후에 툭툭, 정선의 어깨를 치며 그렇게 말했다. 


"그리고 이발은 좀 하고 다녀라. 너저분하게 머리가 그게 뭐냐?  락커야?"


"오늘 당장 이발 하겠습니다!"


 정선은 복명 복창하듯, 허리를 꼿꼿히 세우며 말했다.  그런 정선의 자세가 맘에 드는지, 흐뭇하게 웃으며 선영은 정선의 방 문을 열었다.   


"그래. 나 쪽 팔리게 하지 말고. 알겠지? 금요일이다. "


"예! 어르신."


"그럼."


 짧게 손짓하며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는 선영의 뒷모습에 허리를 굽히며 인사하는 정선의 모습. 문을 닫고 사라지자 정선은 다시 자신의 휴대폰을 꺼내어 본다. 보내준 사진. 보고 또 보았는데 완전한 정선의 이상형이었다.


"큭큭큭...."


 정선을 사진을 바라보며 음흉하게 웃었다. 이게 얼마만의 소개팅인가, 생각하며.  5년동안 홀로 지내는 크리스마스는 너무 외로웠다.  올 해도 그렇게 보내나 싶었는데......아닐 수도 있겠다 싶었다. 


일자로 쭈욱, 스크레치가 돋은 정선의 갤럭시s 20 핸드폰이 반짝였다. 


 금 간 핸드폰에 불빛이 잠시 꺼진 후, 다시 켜졌다. 패턴을  z버튼으로 그리고 들어 간 화면에 보이는 것은 네이버 지도, 블로그, 맛집 어플 등등에서 보이는 사진들이 대부분이었다.   


"흠, 평점이.....나쁘진 않네. 어, 이집도 괜찮네? 흠.....어딜 골라야 되나......"


 위에서 부터 아래로, 쫙 빼 입은 정선은 한 손으로는 담배를 꼬나물고, 나머지 한 손으로는 스크롤을 넘기며 맛집을 찾고 있었다.

뭘 먹을까. 파스타는 조금 없어 보이고,  파인 다이닝은 조금 부담스러운데. 역시 적당한 가격의 비스트로가 괜찮으려나?




"후우......." 


 12월의 날씨는 제법 쌀쌀했다. 해가 저문지라 특히, 바람도 많이 불었다. 필터에서 삼켜진 담배연기가 입김과 함께 정선의 입에서 쏟아져 나왔다.  희뿌연 담배연기가 자욱해졌다.


"안녕하세요.  저는  선영이 오빠 송정선이라 합니다, 흠 너무 어색해. 가볍게 안녕? 나는 선영이 오빠 정선이라고 해! 흠.....초면에 반말은 좀 아닌데..... "


 정선은 첫 조우때 뱉을 대사들을 하나씩 읊고 있었다. 사실상 5년을 솔로로 산 샘이고, 일하는 일터에 여자라곤 온통 아줌마들 뿐이라 젊은 여자들이랑 어떻게 말 해 왔는지를 다 까먹었다. 싱그러운 여대생들을 상대로 내가 어떻게 말했더라? 오래된 엘범을 뒤져보듯이 하나 씩 기억을 더듬어가며 정선은 멘트를 정리하며 담배를 태워나갔다.   타 들어가던 담배의 심지가 거의 필터의 끝까지 오자 발 밑으로 꽁초를 버린 후, 말끔하게 정돈한 검은 구두로 잔불을 껏다.



그러던 와 중 걸려온 전화. 


"아 예. 아....다 오셨다고요? 아 제가 데리러 가겠습니다. 잠시 후에 뵈요."

 

 깍듯한 존대.  정선은 신이 난 표정으로 전화를 끊고 몰고 온 자차 앞으로 걸어나갔다. 골목 코너를 돌자,

세차까지 말끔하게 해 마치 새 차처럼 광이 번쩍 번쩍 나는 15년식 검정색 말리부가 그의 눈 앞에 보였다.


"흠~ 흠흠흠~~~"


 경쾌하게 휫바람 까지 불며 차를 툭툭 터는 정선.  휴대폰 카메라를 거울 삼아, 비싸게 한 머리를 한번씩  

다시 다듬으며 어디 문제가 있는 곳은 없나 확인 해보았다. 집에서 봤던 모습과는 180도 다른 꽤나 말끔하게 

생긴 단정한 외모.


 또각 또각.   


그렇게, 외모를 다듬던 정선의 뒷편 쪽에서 힐 소리가 났다. 정선의 횡경막이 부풀어 오른다.드디어, 오신 것인가?


"아! 안녕.....! "


 정선은 준비 한 온 멘트를 뿌리기 위해, 멀리서부터 손을 들어 힐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고개를 돌려 환영의 인사를 하려 손을 

들어 흔들었다.


"......."


 하지만, 정선의 인사 멘트는 미쳐 정선의 입에서 다  뱉어 내지기도 전에 흔들던 손은 멈추었다. 

든 손 그대로 딱딱하게 표정이 굳어버린 정선의 얼굴. 


".....?"


 의문이었다. 또 너무도 낮설었다. 사진을 받은게 지난주 토요일이고, 카카오 톡으로는 몇 일 동안 대화도 좀 나눴었는데. 

프로필 사진도 분명 건내 준 사진이랑 비슷하게 생겼었는데도 불구하고 너무도 낮설었다. 


 그래 아니겠지, 그냥  내가 뻘쭘하게  다른 사람한테 인사 한 것이겠지.  하지만 그런 정선의 생각을 비웃기라도 

하듯 또각 또각,육중한 힐 소리를 내어가며 자신의 앞까지 와 웃으며 인사를 건내는, 그녀......


" 아, 죄송해요! 조금, 늦었죠? 어머니가 잠깐 집에 택배좀 시켜 놓으셔서..... 죄송합니다. 헤헤."


 감미로운 목소리, 수화기 너머 들리던 그 비음섞인 목소리 그대로였다. 두 손 바닥을 부딫치며 , 애교 넘치는 목소리로 말하는 그녀의 모습. 정선은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과, 눈 앞의 여성의 얼굴을 번갈아 보며 확인했다.


"예....? 제 얼굴에 뭐, 묻었나요?"


눈을 똑바로 쳐다보는 것이 부끄러웠는지 발그레해지는 그녀의 두 볼 살.


"아....머리아파."


 정선은 현기증이 나는듯 머리를 움켜 쥐며 옆에 세워 둔 자신의 차 안으로 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녀 또한 그가 들어가자, 보조석으로 쫄래쫄래 다가가 문을 열고, 안에 탑승했다.


 정선은 말 없이 벨트를 맸다.그런 정선을 보고 그녀또한 안전 벨트를 매려 했다. 허나, 푸짐한 살들에 걸려 벨트의 잠금쇠까지 꼭지

닿지 않았고,보조석에 안전벨트가 제대로 차 지지 않자, 차 안에서는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저 죄송한데, 이거 벨트좀  조금 풀어 주시겠어요?"


그녀는 살짝 당황한 표정으로 정선에게 말했다.


"......."


 정선은 씁쓸한 표정으로, 보조석의 안전벨트를 최대한 느슨하게 바꾸어 간신히 홈 안에 비집어 넣었다. 시끄럽게 차 안에 울려퍼지던 소리가 멈추고, 그녀는 어색하게 웃으며 정선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아! 고마워요 진짜." 


"괜찮아. 하하.......하......"


 영혼이 빠져나간듯한 웃음. 정선은 눈동자를 마주치고 짧게 웃은 후, 정면으로 고개를 돌린다. 무표정한 얼굴로 대 놓은 차의 시동을 걸었다. 


"저녁은 어떤거.....드실꺼에요? 이 근처에 파스타집이나 비스트로 괜찮은데 많은데 혹시 이 근처에 알아 보신 곳이라도......"


"...그냥 삼겹살로, 갑시다." 


"......예? 삽겹....살이요?"


"....삽겹살이요. 싫어요?."


"딱히 그건 아닌데, 조금 특이해서요."


".....맛집이에요....거기......"


 정선은 회한이 가득 차 보이는 얼굴로 말했다. 그리 말하면서 또 정선은 옆에 있는 차 창문을 열었다.  피지 않으려 안 주머니 속에 꼬옥 숨겨 둔 담배를 꺼내어 입에 물고 불을 붙였다.  찬 바람이 차 안으로 들어오고, 붙인 담배 끝에서 연기가 올라왔다. 


"후......하......."

 

정선은 궐련을 한 움큼 빨아 연기를 삼키고, 바깥으로 내 뱉는다. 찬 바람을 타고, 뭉게뭉게 바깥으로 사라지는 흰 연기.


"소주는 좀, 하실 줄 아시나?"


바깥으로 담배 연기를 한 움쿰 내 뱉은 정선. 정선은 그녀를 바라보며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


  정선은 처음엔 얼굴값을 한다고 생각했다.  사진으로 주고 받았던 모습들을 본다면 충분히 자신을 가질만한 외모였기에. 

조금, 공주병이 도진 거 같지만 뭐 그 얼굴인데 그럴수도 있지. 


"이태것 많은 남자를 만나 봤는데, 정선오빠는 참 특이한 스타일이신거 같아요."


 볼 살이 발그래해진 그녀의 얼굴.  술이 취한듯 홍조가 띄었다. 콧소리를 내며 새침한듯한 표정으로 정선을 바라보며 말하는 그녀. 

사진에서 보낸 그대로의 얼굴이었다면 나름대로 귀여울법도 했겠지만서도, 사진과는 아무 연관없는 저 살 찐 년이 저러고 있으니 

정선의 기분은  몹시 불쾌했다.  


 '혹시 그 콧소리,콧구멍에 지방이 껴서 나는 소리인가요?' 라는 말이 여기까지 나올뻔 했지만 그래도 동생의 지인이니까 참기로 했다. 


"......."


 말 없이 꿀떡 삼키는 술. 정선은 맨정신으로는 도저히 못 버틸꺼 같아 얼른 빨리 취해버리기나 해야지, 싶은 생각에 빈 속에 연거푸 

소 를 잔으로 들이켯었다. 


"......멋있어."


 근데 술이 취하는게 아니라, 깨어가는 기적이 일어났다. 옆에서 자신을 지긋이 바라보고 있는 그녀의 표정과, 말 때문에. 

뭐라고?  이게 멋있다고?


"다들 처음에는 운치 있거나 분위기 좋은 곳으로 먼저 가서 점잖게 식사 한 이후에서야 술 한잔 같이 하자고 하는데 초장부터 

바로, 술이라니......너무, 적극적이신거 같아요. 그쵸?"


 그리 말 하며, 손을 이용해 허벅지 아래를 쓰윽, 훑고 지나가는 그녀의 나쁜손. 


'당장 그 냄새나는 앞발을 치우지 않으면 잘라서 장충동으로 진공택배 보낸다.' 라는 문장이 또다시 입구멍 앞 까지 올라왔다가, 

간신히 삼킨 술과 함게 밑으로 내려갔다.




"......"


 술로 말을 넘기지 않으면 생각나는 온갖 욕지거리를 다 뱉어 낼 것 같아, 정선은 말 없이 계속 술을 마셨다.  말이 없는 그의 얼굴을

보면서 그녀는 흡족한듯 웃고 있었다.


"후.....덥다. 아 왜 이러지.....오늘......? "


 손부채를 펄럭이며 현기증이 살짝 나는듯 이마에 잠깐 머리를 대어 보다, 입고 온 옷을 조금씩 풀기 시작하는 그녀. 

 오, 맙소사. 제발, 그러지마.....




"오빠는, 안 더워요? "


 은근 슬쩍 자신의 흉부를 힐끔 힐끔 보여주며 말하는 그녀.  보고 싶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이 목격하게 된 그녀의 흉부 상태로 

인해 하나만큼은 인정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래....D컵은 맞네, 이 씨팔.


"......."


"후훗. 그렇게 빤이 쳐다보시면, 부끄러워요."


정선의 시선을 느낀 그녀는 앙탈부리듯이 몸을 흔들며 말했다. 


".....씨발."


도저히 그 꼴은 못 보겠는지, 자기도 모른채 입 밖으로 뱉어진 쌍욕.


"에.....?"


눈을 땡그랗게 뜨며, 놀란 표정으로 정선을 바라보는 그녀. 


"아, 아니. 좀, 드시라구요. 이거 익었으니까. 하 하."


쳐다보는 표정에 조금 뻘쭘해진 그는 황급히 익은 고기를 그녀의 앞접시에 놓아 줬다.


"자상하시기 까지....."


"하하...하하....."


어찌 해야 할 까, 어떻게 해야 할 까 머리가 어질어질 해 진 정선은  어색하게 웃으며 다시 한번 얼굴을 위에서 아래로, 쓸어내렸다.



"아 저, 잠깐....화장실좀....."


  그녀가 자리를 비우고 나서야  화가 잔뜩 난 표정으로 두들기는 정선. 정선의 얼굴에 묻어난  분노는 빠른 타자질 소리 그대로

전해졌다.  



 삼겹살집에 들어 간지 꽤 오랜 시간이 흐른 후,


 전화기 다이얼을 누르는 소리와 수화기에 귀를 가져다 내고 말을 이어 나가는 정선의 목소리가 들렸다.  


"예예.....예. 아, 보인다."


 취기가 오른듯, 얼굴이 살짝 붉으락 해 진 정선의 얼굴.  오른손을 흔들어, 들어오는 차를 부른다.  골목으로 들어 온것은, 택시. 

그는 택시가 앞에 서자 황급히 문을 열고, 왼쪽 어깨를 다 차지하고 있던 그녀를 좌석에 뉘였다.




"어흐....어....어...."


 다행히도,먹는 것 만큼 술은 쌔지 않았다. 술마저도 쌧으면 그대로, 모텔로 끌려가 먹히는 각이었는데. 물론 정선또한 술이 그렇게

쌘 편은 아니었으나  잡아 먹힐지도 모른다는 공포에 정신을 바짝 차리며 마셨기에 다행히도 그녀를 먼저 보낼 수 있었다.   


"어휴, 고생이 많으시네.  하하,  여자 친구에요?"


실실 눈으로 웃으며 정선에게 묻는 중년의 택시 기사. 


".....?"


 그런 택시기사의 농담에 웃음기를 싹 뺸 표정으로, 정선은 그를 노려보았다. 사람이라도 찔러 죽일듯한 정선의 표정에 

당황한 택시 기사.


"커흡.....제가 또 쓸 데 없는 소리를 했구만."


헛기침을 하고 다시 핸들을 잡고 정면을 보았다.


여자도 택시에 잘 넣어놨겠다, 문을 닫고 나가려는 정선의 손을 잡는 그녀.


"정선오빠.....어디가요....."


인사 불성의 상태임에도, 자신의 이름을 부르며 손을 부여잡는 그녀의 모습.


"하하하..... 하하하......"


 정선은 허탈하게 웃으며, 자신에게 엉겨붙는 그녀를 거칠게 밀어내며 기어코 택시의 문을 닫고 나가는것에 성공한다.

슬픈표정으로 입만 웃고 있는 정선의 모습.  터덜터덜 걸어가고 있는 그의 얼굴에는 광기가 잔뜩 서려있었다.  



 뚜벅 뚜벅, 차에서 내린 정선은 지하 주차장에서 전화했다. 



"으으음.....뭐  왜? 데이트는, 잘 됐어? 큭큭큭...."


자고 일어난듯한 목소리로 잘도 웃는 선영의 목소리. 


"......올라간다."


툭. 


 짧은 한마디와 함께 엘리베이터에서 전화를 끊은 정선. 엘리베이터 거울에 내비친 정선의 표정은 무언가를 잃어버린듯

한 허무한 표정이었다. 부러진 모형 플라스틱 모델들이 아스라히 그의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 리미티드 에디션....행복하게

해 주기로 약속 했는데..... 만져질듯 말듯한 부서진 모델들에게 손 뻣으려 했지만 이미 그들은 강을 건너고 말았다. 


 분노한 표정으로 이불을 뒤집어 씌우고 연신 발길질을 해 나가는 정선과  그 밑에서 어머니를 부르짖는 선영을 마지막으로 

이야기는 끝을 맺는다. 


-쓰던건 내일쯤 올라감 이건 옛날에 쓰던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