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어느 날이었다.

 

늦은 시각 학원을 끝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던 선혜는 어느 한 곳에 비를 맞고 서 있던 한 소년과 마주치게 된다.

 

선혜는 무서웠지만 그 소년이 왜 이런 곳에 가만히 있는지 걱정스러워 물었다.

 

"저기 왜 이러고 있어..?"

 

소년은 숙였던 고개를 살짝 든다.

 

'허억...완전...'

 

선혜는 눈이 커지며 입이 자연스레 벌어졌다. 자신 앞에 있는 이 소녀는 완벽한 브이라인에 투명한 흰 피부와 오똑한 콧날...그리고 우주의 별들을 담은 것 같이 반짝이면서도 어두운 면이 돋보이는 눈동자를 보면서 감탄했다.

 

'이,이렇게 생긴 사람이 있구나.....'

 

사람이 아니라 CG 같았다. 미남 연예인 실물 보는 것 이 이런 느낌인 걸까....

 

선혜는 자신이 너무 딴 생각으로 넘어 간 것 같아 정신을 차렸다. 그리고 비를 맞고 있는 소년에게 우산을 내밀어 그 소년이 비에 젖지 않게 했다.

 

 

"어디 가는 길이야? 비가 많이 오는데 내가 데려다 줄께"

 

소년은 아무말이 없었다.

 

그렇게 한 걸음 걷자 소년도 따라 걸었다.

 

선혜는 일단 걸어가보기로 했다. 자신이 움직이지 않으면 소년도 움직이지 않아서였다.

 

 

뚜벅뚜벅...뚜벅뚜벅...

 

10여분을 걸었을까.. 선혜는 점점 팔이 저릿했다. 소년은 키가 선하보다 10 cm 이상 컸고 또 한 덩치해서 선혜의 오른쪽 옷은 이미 다 젖여있는 상태였다.

 

선혜는 소년을 도와주려 했지만 비에 젖은 옷과 신발 때문에 많이 피곤하고 지진 상티였다.

 

 

"저기...너 어디로 가는 길이었어?"

 

선혜의 물음에 소년이 선혜를 3초 정도 본 후 말했다.

 

 

"시연이 서점"

 

"어 나 거기 아는데!"

 

처음으로 들은 소년의 목소리와 자신이 아는 건물 이름이 나와 선혜는 웃음을 지어보이며 말했다.

 

 

"우리집에서 3분밖에 안 되는 거리거든. 잠깐만"

 

선혜는 스마트폰을 꺼내 시간을 확인했다.

 

 

"5분에서 8분정도 걸어가면 되겠다"

 

 

선혜가 웃으며 말하자 소년은 살짝 웃어보이며 답했다. 

 

그런데.....

 

갑자기 소년의 동공이 커지더니 손이 떨리기 시작했다.

처음엔 작게 떨려서 선혜는 몰랐지만 손이 떨리는 게 너무 심해져 우산을 들고 있던 선혜의 손과 부딪치는 바람에 선혜는 소년이 손을 심하게 떨고 있다는 걸 알기 된다.

 

 

"너..너 왜 그래? 괜찮아..?"

 

소년은 무언가를 보고 매우 두려워하고 있었다. 그러더니 결국... 우산 밖으로 나가 어딘가로 달려가버렸다.

 

 

"야!!! 너 어디가!!!"

 

선혜가 큰 소리로 외쳤지만 소년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무엇'을 피해 도망갔다. 하지만 선혜는 왜 소년이 갑자기 뛰어간 것인지 이유를 몰라 답답하기만 했다.

 

 

 

 

**** 1년 후****

 

 

 

"선혜야 학교 가야지~"

 

엄마가 다정하게 선혜를 부른다.

 

 

"으음...싫어...1분만 더..."

 

선혜가 졸음 섞인 말투로 말하자 엄마가 작게 한숨을 쉬어 보이곤 말했다.

 

 

"그거 6번째 말하고 있는 거 알지?"

 

"아..마도?"

 

"당장 안 일어 나!! 너 이러다 지각한다고!!"

 

 

갑작스런 큰 소리에 선혜는 귀를 막아버렸다.

 

 

"아 알겠다고!!"

 

 

서둘러 교복을 입고 밥을 허겁지겁 먹었다. 문을 열고 '다녀오겠습니다'라고 힘차게 인사를 한 뒤 선혜는 계단을 뛰어 내려갔다.

 

 

 

 

 

 

 

 

 

학교가 끝나고 터벅터벅 집으로 가던 선혜는 하늘에서 비 한 방울이 머리에 맞았다. 선혜는 저동적으로 어느 한 곳의 시선을 두었다.

 

'시연이 상점'

 

 

벌써 1년이나 지났다. 1년  전 선혜는 시연이 시점을 지나갔지만 서점은 문이 굳게 잠겨져 있는 상태였다. 혹시 몰라 그 소년이 올까 봐 몇 분 기다렸지만 결국 그 소년은 오지 않았고 1년이 지난 지금까지 보지 못 했다.

 

 

거의 그 소년에 대한 기억이 흐릿해 질 때쯤이면 어느 날 비가 온다든지 시연이 상점을 지날 때 그 소년이 자연스레 떠올라 잊혀지지 않았다.

 

 

'이름이 뭘까..'

 

언젠가는 만날 수 있을까라며 생각에 젖어들 때쯤 누군가 뒤에서 선혜의 어깨를 툭툭 건드렸다.

 

 

고개를 돌려 뒤를 돌아보니 키가 큰 남자가 선혜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어...너는...?"

 

 

그 소년이었다. 1년 전에 만났던 그 소년. 그 소년은 1년 전과는 많이 다른 모습으로 선혜 앞에 나타났다. 조금 길었던 앞머리는 깔끔하게 짤라져 있어 정돈된 상태였고 키는 조금 더 커진 것 같았다.

 

너무도 갑작스러운 소년과의 만남 때문에 선혜는 잠시 정신을 놓고 있었다.

 

 

 

"안녕?"

 

 

소년의 목소리에 흠칫한 선혜는 살짝 고개를 끄덕여 보았다.

 

 

소년은 빙그레 웃더니 한마디 한다. 

 

 

 

"나 알아?"

 

 

 

뭐지.. 이 이상한 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