죠죠 2차) 6-6. 수감 번호 FE40536 쿠죠 죠린 ②


----------

죠린은 새의 껍데기에서 나온 자그마한 시체에 경악했다.


‘뭐야…?! 작아. 하지만… 지… 진짜 육체… 이미! 그 여자가! 토막토막… 살해했어!’


그때, 게스가 콘크리트 계단을 울리며 2층으로 빠르게 올라오고 있었다. 죠린은 놀라 주변을 두리번거리다 근처 기둥 뒤로 아슬아슬하게 숨었다. 게스가 2층까지 거의 다 올라왔을 때, 죠린은 시체가 복도에 널브러져 있는 것을 눈치채고 빠르게 ‘실’을 이용해 그것도 숨겼다. 게스는 죠린이 사라진 쪽을 유심히 노려보더니 반대쪽으로 사라졌다.


‘대체… 저 게스라는 여자! 저 여자… 펜던트 속 작은 돌로 모종의 능력을 얻은 게 틀림없어… 하지만 뭐지? 저 작은 인간은?! 게다가 잉꼬의 사체를 인형 옷처럼 입힌 건 대체 무슨 이유에서지? 뭘 하고 있었던 건데?!’


한참을 게스가 사라진 방향을 보던 죠린은 벽을 짚고 있던 손에 붉은 피가 묻은 것을 알았다. 아니, 손에 묻은 것이 아니었다. 그 벽에, 엄청나게 피가 흐르고 있었다. 놀란 죠린이 뒤쪽을 돌아보았을 때, 거기엔 자기만한 크기의 콘센트가 벽에 박혀 있었다. 설마 하는 마음에 시체 쪽을 돌아보자 그 시체가 자신만한 크기로, 아니 자신이 그 시체만한 크기로 줄어들어 있었다.


“뭣이!”

‘아니…?! 이건?!’


그 순간, 거대한 게스가 나타나 죠린을 노려보며 잔뜩 화가 난 얼굴로 소리쳤다.


“역시 너였구나~ 죠린! 어떻게 삐짱을 훔쳐간 거지?!”


“이… 이건?! 설마! 내 ‘몸’이…!”


게스는 죠린을 한 손으로 움켜쥔 채 복도를 달리며 정신 나간 사람처럼 흥얼거렸다.


“죠린~ 죠린~ 죠린~ 죠~리이이이이인~!”


그러더니 게스는 감방 구석 책상 위로 죠린을 집어 던졌다. 죠린이 집기를 뒤집으며 쓰러지자 게스는 감방 밖을 두리번거리다 죠린을 보며 기괴하게 웃었다.


“뭐, 됐어. 어떻게 삐짱을 훔쳐간 건지는 더 이상 아무래도 상관없어. 그런 덜 떨어진 녀석은… 죠리~인. 나… 네가 진짜 점점 더 좋아지기 시작했어. 사이좋게 지내자고 했던 것도 거짓말이 아니야. 정말이야. 친구가 되고 싶어! 진짜 네가 좋아졌어.”


죠린의 관심은 전혀 다른 곳에 있었다.


“뭐… 뭐야?! 이 몸은! 무슨…?!”


“있지, 들어봐 죠린. 부탁이니까 아무 말 말고 내 말 좀 들어봐! 너, 무슨 죄로 들어온 건지는 몰라도 이런 데서 몇 년씩 썩고 싶지는 않지? 생각만으로 ‘사람을 작게 만드는’ 이 능력! 느닷없이 터득한 이 능력에 나 자신도 놀랐지만 이건 ‘하늘’이 내려준 기회야! 탈옥하는 거야, 우리. 중요한 건 ‘신뢰’야… 내게 협조하면 여길 빠져나갈 수 있어.”


예상 외의 말에 죠린은 놀라는 것도 잊어버렸다.


“스스로는 작게 만들 수 없어… 하지만 이 교도소의 감방이나 문은 ‘전동 잠금 방식’이야. 그리고 그건 저 문 너머… 쭉 가면 나오는 ‘컨트롤 룸’의 스위치로 열고 닫아. 죠린! 네가 들키지 않게 거기까지 가서… 몰래 숨어들어 스위치를 조작하면 탈옥할 수 있을 거야! 우리 둘이서.”


“바… 방금 전까지 잉꼬 안에 들어 있었던 ‘사람’은 누구야?”


게스는 갑자기 험악한 표정을 지었다.


“헤이! 아무 말 말라고 했지! 내 말 안 들려?! 쥐는 말이 없다고!”


게스는 죠린에게 쥐 시체를 집어 던지며 소리쳤다.


“입어!”


죠린은 경악했다.


“내장은 다 발라냈어. 잉꼬 사체는 결점이 있었지… 새는 손으로 뭘 들거나 쥘 수 없으니 말이야. 하지만 쥐라면 OK! 앞다리가 있어. 게다가 만에 하나 복도에서 남의 눈에 띄더리도 의심받지 않고 달아나는 것도 가능하고.”


게스는 잉꼬 사체를 대충 들었다.


“이 녀석은 바로 얼마 전 게으르다는 이유로 잘린 ‘간수’야. 소장이나 다른 사람들은 집에 간 걸로 알고 있지. 하지만 더 이상 아무도 모를 거야. 딱하기도 해라.”


게스는 사체를 변기에 넣고 물을 내렸다. 그 다음 그녀는 죠린에게 다가가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아무 말 말라고 했지만 ‘말끝마다 찍찍 소리 붙이면’ 귀여우니까 봐줄게. ‘다녀오겠습니다 찍찍~’이라든가 ‘배고파요 찍찍~’ ‘안녕히 주무세요 찍찍~’이라든가 말이야~ OK? 이게 룰이야. 자, 죠린. 꾸물거리지 마! 얼른 입어! 이미 시작됐어!”


게스는 마치 어린아이가 인형에 옷을 입히든 죠린을 쥐의 가죽에 집어넣더니 도대체 어떻게 만들었는지 모를 쳇바퀴에 집어 넣었다.


“달려라! 달려라! 달려라! 달려라! 달러라! 달려라! 네 몸으로 문의 스위치 레버를 당길 수 있을지 없을지 몰라! 근력을 단련해야 해! 달려라! 달려라! 달려라! 달려라! 달려라! 달려라!”


죠린은 그녀의 말대로 따를 수밖에 없었다. 아닌 게 아니라 게스가 쳇바퀴를 돌려버렸기 때문이었다.


‘으아아아아아아! 뭘 만든 거야! 위험해… 이 여자! 너무 위험해!’


그 다음엔 게스는 죠린의 위로 책 두 권을 올렸다.


“들어올려! 찍찍아! 벤치 프레스야! 문의 스위치는 이 정도 무게가 아닐걸… 아마도 변기 레버보다 더 무거울 수도 있어! 하지만 너라면 할 수 있을 거야!”


죠린은 작아진 몸으론 책 두 권도 버티기 힘들었다.


“떨어뜨린다! 한 권 더!”


그때, 게스는 죠린의 상태가 무언가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채고 책을 치웠다. 역시나, 죠린은 짧은 순간 지우개와 잉크병을 가져와 책들을 받치고 있었다.


“뭐 하는 거야? 응? 어느 틈에 지우개를… 그건 무슨 의미지? 그러니까 응? 그 행위의 의미가 뭐냔 말이야? 죠린? 난 널 완전히 신뢰하여 협조해 주겠다는데 넌 내 맘을 무시하고 약삭빠르게 얼렁뚱땅 넘어가려는 거지?! 내 눈을 피해서! 네 행위는 그런 의미지? 응? 그런 의미 맞지? 야!”


게스는 맛이 간 사람처럼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우리 둘의 관계는 끝장이냐고! 대답하지 못해?!”


그러더니 갑자기 게스는 미소를 지으며 표정을 풀었다.


“농담이지롱~ 농담이야. 찍찍아. 마음에 들었어. 그 의지야. 발상의 전환, 굿이야! 그렇지 않고선 컨트롤 룸까진 도저히 못 가! 베리 굿.”


죠린은 시시각각 변하는 그녀의 감정과 생각에 경악했다.


‘이 여자… 무슨 짓을 저지를지 알 수가 없어… 어쩌다 이런 일이… 어쩌면 좋지… 이대로 계속 작아진 채라니! 그리고 뭐냐고? 이런 일이 터지는 내 인생은 대체?!’

 ----------

쥐린 귀여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