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마당에 벚꽃 피고

산책길 개나리 흔들리고

따뜻한 바람 일렁여도

아직도 겨울의 순수함

기분좋게 바닥에 깔린

못다한 겨울의 차디찬 구름


아직 그곳엔 남아있구나



온 세상 더위에 땀흘리고

그 열기에 지쳐 화내고

무더위에 식물들 죽어가도

아직도 봄의 선선함

기분좋게 내 머리 스치는

거목 아래의 시원한 바람


아직 이곳엔 남아있구나


저어기 날아가던 붉은 잎

푸를 때가 엊그제 같았는데

언제 아름답게 물들었는지

하늘하늘 자기 몸 흔들며

높디 높은 하늘을 헤엄치다

내 손 위에 살포시 떨어진다


아직 나에겐 남아있구나


마지막 단풍잎 여행 마치고

누워있던 나그네의 모자 위에

천고마비의 하늘 가득 채운

그림자없이 새하얀 구름 닮은

아직 아무도 밟지 않아 순수한


                    눈


바람없이 그저

나비잠 자는 아이처럼

따뜻한 고요 속에서

세상을 하얗게 칠해간다.


목화 같은 순수함

언제나 이곳에 남아있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