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들보가 들었다.
들보로부터 세상은
위와 아래라는 두 부분으로 갈라져,
그 서로가 엉겨붙는 일은
그날부로 다신 일어날 수 없는 일 같았다.
그새,
하늘로부터 눈이 내린다.
세상 어느 곳에서 이 눈을 본대도
모두가 그를 가리켜 하얗다 부를 것이다.
허나, 난 그 눈이 내리는 광경을
들보 위를 거치는 순간과
들보 밑을 기는 순간으로
나누어 볼 수 밖에 없는 까닭으로,
들보에 눈이 의탁하는 순간,
그 전후의 내가 본 눈이
정녕 같은 눈일 수가 있는가란 의문을 품는다.
그러나, 들보는 눈에 묻힌다.
들보로부터 세상은
다시 백색이란 색상 가운데 뭉쳐져,
그 서로가 별개가 될 일은
그날부로 다신 일어날 수 없는 일 같았다.
고로,
난 의문을 버리게 된다.
그러나,
그 들보가 세상과 다른 색을 품으면
다시 난 의문을 품으리라.
문답은 깨달음을 준다 하지만,
나는 매년 이 문답을
내 앞 들보와 주고 받고 있으니
나의 우물엔
깊이를 모르는 깊이만 있겠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