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덧 23번째 생일이 왔다.

23번째 생일. 아마 누군가 말해주지 않았다면 생일인지조차 모르고 넘어갔을 오늘. 다행이라면 다행이랄까, 본인도 잊어버린 생일을 기억해주는 이가 있어 어찌저찌 생일상은 받았다.


23번째 생일상은 여태까지 생일상과 달랐다.

너무도 친하지 않고, 그렇다고 멀지도 않은 이들이 보내주는 기프티콘과 축하메시지. 

포차집에서 소맥으로 잔뜩 취하게 마시지도 않고, 나름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가볍게 맥주 한 잔.

누가 누구와 사귄다. 여자랑 몇 번 자봤냐. 토토에 꼴아박았다 같은 서로의 우스꽝스런 행동을 안줏거리삼는 이야기도 이제 없다.

지금부터 오고가는 이야기는 누가 누구와 언제 결혼하고, 누군가는 창업을 준비하고, 누군가는 회사생활을 한탄하고, 또 어디가 블루오션이니 레드오션이니 떠드는 정보공유방일 뿐.

그렇게 생일잔치가 마지막 커피 한 잔으로 싱겁게 끝나고 집으로 되돌아오는 길.

미련이 남아 핸드폰을 붙잡아보지만, 정작 내가 답장을 기다리던 사람은 몇 년, 혹은 며칠째 조용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