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켜든 칼 넣지 않듯이,

바친 넋 연연하지 않았노라.


누구는, 그대가 빈 하늘을 닮아

끝없이 스스로를 공허하게 사르다

시든 줄기 같은 몰골로 누웠다 하나,


그댄, 무덤가에 핀 풀꽃같이

그 끝을 알 듯하여도,

다만 피어오를 뿐이었으니.


못 다문 눈망울을 칼 삼아

오직 하늘만 겨누고 누울 뿐인,

그 어느 무력한 자들보다야.


어찌 그대가 옳지 않으랴!

하늘에 물으니, 비가 피를 닦고

땅에 물으니, 묻힌 칼 녹 아니 스네.


잃은 줄 안 그대의 선친을

피 뿜는 가슴으로 견뎌 지켜낸,

그댄 이제 시가 되어 아니 썩나니.


강산이 무너지고, 바다가 마르어도,

이 무덤이 과연 무덤이겠는가?

그대의 충혼, 공고히 뿌리내렸거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