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처럼
흰 눈이 짜다.
크리스마스 이브.
거리엔 사람들이 들어차나,
가슴 한 구석은
여전히도,
매뉴얼대로 거리를 둔다.
가로등 위에서,
열에 이끌려 녹아갔던
여름철의 날벌레들 같이,
아스팔트 위에서 허연 눈이
타이어에 짓눌리다 재처럼 검어지고,
그 날이 선 눈에 미끄러진,
나는 또 씁쓸해한다.
뜬 구름 하나 없는
지독하리만치 고독한 하늘이,
텅 비어버린 마음 같아
생각을 접고, 다시 걸어가던 중에
우연히 마주쳐버린 눈사람.
그는, 잔디 몇 줌이 섞인 흙더미처럼
짓누래진 두 덩이의 눈덩이였다.
참 순수하게 더러운, 그 자태.
난 무심코, 내 목도리를 건넨 채
집으로 돌아왔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이 겨울엔 눈보다 흙이 더 고결하다는
생각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