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 저 길바닥에 있는 담배꽁초는

죽는 순간에도

혼신의 힘을 다하여 연기를 내뿜는다


자신의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자신의 몸 반절을 희생한 대가로 얻는건

차가운 시멘트와 더이상 사용될리 없는 몸뚱아리 절반


어쩌면 연기는


이제 더 이상의 가치도 없는 쓰레기인지라

즈려밟히지도 못한채 무시당하는 꼴이 서러워

담배를 태우고 있는걸지도 모르겠다


그게 아니라면


자신이 버려진 순간 하나의 작은 결의를 맺었을지도 모른다

인간의 오락을 위해 자신을 절반을 희생했으니

남은 절반은 자신을 버린 인간에게 복수하는 용도로 사용하겠노라하는

그런 섬뜩한 결의를 말이다


오늘도 집앞에는 꽁초가 덩그려니 놓여있다

복수의 화살은 자신을 버린이가 아닌

자신을 위하는 이를 먼저 덮을거라는 사실도 모른채로

하염없이, 연기를 내뿜는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