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조용히 죽어가자.

 

창밖에서 매섭게 몰아치는 눈보라도

 

봄을 기다리던 인고의 시간도

 

이제는 무의미한 것.

 

조용히.

 

모포를 덮고 자는,

 

단잠에 빠진

 

어른들을 깨우지는 말고.

 

우리 조용히 죽어가자.

 

짝을 지을 것 없이,

 

언제나 그렇듯이

 

홀로 눈밭에 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