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올랐다면 뒤돌지 말고 나아가 주오.
이미 늦은 아스라한 저편의 꿈이기에.
부서져 가루난 것들, 모든 조각을 모은다 하여도 고칠 수 없는 것.
달콤하게 데운 우유 한 잔, 맥주 한 잔.
되돌아오지 않을 부연 추억이기에.
서서히 그 몸 줄여 닳아갔던 연필, 지우개.
나 그대였기에, 그곳에 있었기에.
그 언젠가 설 수 없게 되고, 더는 볼 수 없게 된다 하여도.
입에 담지 말아 주오.
은빛 재는 흩어지지 않았기에 아름다우니.
내 흙 되어 떠난 날 더듬지 말아 주오.
이야기는 끝맺어져 마지막 온점과 함께 덮였으니.
다만 기억해 주오.
나란 이 있었음을.
그대 친구로서 나, 시간을 함께하며 여러 날밤을 지새웠음을.
다만 전해 주오.
그대 삶의 서책에 내 이름 오를 일 없겠으나, 이 이름 석 자와 함께.
비록 먼저 날갯짓 하여 떠난 이라 하여도, 그대 친구 잊지 말아 주오.
다만 이 말이 하고 싶었소.
고맙소, 미안하오, 안녕히 있으오.
나의 친구, 몇 남지 않은 소중한 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