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미적분에 치이고 에스파냐에 뺨맞아 멘탈이 크리스피 해진 NoMatterWhat입니다. 뭐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제가 쓰던 에스파냐 편이 날아가는 바람에 아무것도 하기 싫었습니다. 그러다 어느 분이 성 용어를 정리해달라는 요청을 해 주셨습니다. 고래서 준비했습니다. <특별 성교육-당신도 이것만 알면 ㅅ 마스터!> 지금 시작합니다.


일단 그 분께서 요청해 주신 내용은 궁, 요새, 성의 차이가 무엇이냐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 드리면, 용도가 다 달라요. 


일단 기본적으로 용어정리를 해 봅시다.


성: 방어용 시설 전체를 지칭하는 큰 개념

요새: 군사적 요충지에 설치된 방어 시설

궁: 왕족의 거처


근데 이 개념은 세세한 건 나라마다 다 달라서 설명하려면 동양과 서양을 나눠서 봐야 합니다. 일단 동양부터 보도록 합시당.


동양의 방어 체계는 기본적으로 도시에 성벽을 빙 둘러 세우고 중요한 길목에 방어 시설(요새의 개념이지만, 딱히 이걸 요새라고 지칭하진 않습니다. 그냥 성이라고 불렀죠)을 세우는 방식으로 운영됩니다. 즉, 적이 오면 소규모의 성에서 적들을 최대한 요격하고 대도시의 성에서 최종적으로 방어전이 벌어진다는 겁니다. 


그래서 동양의 성은 도시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었습니다. 제일 중요한 건 대도시 자체이지 작은 요새가 아니니까요. 그래서 왜 역사책을 읽다보면 평양성 함락, 뭐 한성 함락. 이런 식으로 말하는 걸 찾을 수 있습니다. 여기서 평양성이 함락되었다, 라는 걸 읽을 때 우리는 단순히 평양성이라는 방어시설이 함락된 것이 아닌, 도시 자체가 적의 손에 넘어갔다고 인식합니다. 정리하면 동양에서 '성'이라는 단어는 방어용 건축 시설을 광범위하게 지칭하는 용어지만(그렇기에 요새가 함의되었죠), 주로 도시 그 자체(혹은 그 도시를 두르고 있는 성벽)라고 인식해 주시면 되겠음돠.


그럼 궁궐은 뭐냐. 왕(혹은 황제)와 그 가족들이 사는 곳이죠 뭐. 기본적으로 대도시 안에 건설되었고, 그렇게 높지 않은 담장으로 안과 밖을 구분합니다. 궁궐은 딱히 방어시설이라고 할 만한 것이 없습니다. 그래서 적이 몰려온다, 고 하면 빤쓰런을 하거나 그냥 죽어야 했죠.


이상이 동양에 대한 설명이었습니다. 이번엔 서양으로 가보죠. 우리가 흔히 아는 성이 나오기 시작한 건 대략 11세기 부터입니다. 이때의 성은 단순히 영주의 저택과 그것을 보호하는 규모가 크지 않은 것이었죠. 당장 가난하고 사람도 없는데 중국처럼 성을 큼직큼직하게 지을 수 있겠습니까. 이때까지만 해도 성은 영주의 거처+크지 않은 보호 시설+영지민(농노)의 임시 대피소 역을 했습니다. 이게 서서히 변화하기 시작한 것이 12세기, 십자군 전쟁이 지속되던 무렵입니다.


십자군 전쟁이 발생하면서 본격적으로 유럽이 부유해지기 시작합니다. 그 덕분에 단순히 큰 저택에 불과했던 성은 도시를 감싸는 성벽까지도 포함하게 되고, 영주의 저택은 더 견고한 방어시설이 되었죠. 근데 그게 크기가 그렇게 크지는 않았습니다. 생각해보세요. 아무리 돈이 많아졌어도 중국만 하겠습니까;; 그래서 성벽 안에는 부유한 사람들이 들어와 살기 시작했는데, 이들을 성 안 사람들, 즉 부르주아라고 지칭합니다. 부유한 상인들과 수공업자가 도시의 자치권을 산 자유도시 역시 이때 형성됩니다. 물론 이때도 방어시설은 있었죠. 여담이지만, 이 시기에 건설된 도시들은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습니다. 게르만 권 국가 도시 중에 뒤에 ~부르크 붙으면 다 이때 지어진 겁니다. '부르크'가 독일어로 성이라는 뜻이거든요. 


그럼 요새는 어떻게 되느냐. 동양의 개념과 큰 차이는 없습니다. 고로 패ㅡ스.


그럼 궁궐은? 이게 좀 차이가 나는 요소입니다.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초기 성=영주의 거주지라고 했잖습니까? 왕도 크게 다르진 않았습니다. 왕도 기껏해야 강한 영주에 불과했던지라, 성=궁궐이었습니다. 이게 바뀐 건 화약의 등장과 함께 중앙집권이 시작된 시기입니다. 모가지 따일까봐 성에서 지낸건데 차피 대포 있으면 죽는 건 똑같고. 왕이 슬슬 끗발 날리기 시작하는데 좁아터진 성 안에 있는 건 성에 안차고. 그래서 이때부터 방어의 개념이 전무한 궁궐들이 생겨나게 됩니다. 여러분이 아시는 유럽의 무슨무슨 궁들 있죠? 고런거 생각하시면 됩니다. 


이렇게 서양까지 봤습니다. 근데 서양도 아니고 동양도 아닌 애매한 곳이 하나 있어요. 바로 성진국 일본입니다. 일본은 헤이안 시대 말기 무사들이 권력을 잡기 전 까지는 어쨌거나 대강 중앙집권을 추구했기에 동양의 그것과 비슷한 성질을 보여줍니다. 이게 뒤집힌게 막부가 들어오면서 였습니다.


살벌한 시대를 거치며 다이묘들이 거주하는 성은 마치 요새와 같이 바뀌게 됩니다. 물론 산 위에 성도 여러 개를 쌓아서 일이 터지면 저기로 튀었지만, 혹시 못 튀면 집에서 싸워야 하니까요. 


그러다 에도막부에 들어서서는 약간의 변화가 생깁니다. 막부는 각 번의 다이묘들이 한 성만을 가질 수 있게 하였고, 자연스럽게 다이묘들의 성 근처로 도시가 발달하기 시작합니다(이 도시도 성벽을 둘렀고요). 이걸 조카마치라고 합니다. 더구나 산킨고타이 제도(수도인 에도에 다이묘들의 가족을 인질로 잡아두고, 다이묘는 영지와 수도에서 번갈아가며 생활하게 한 제도)는 이러한 흐름을 촉진했습니다. 다이묘들이 왔다갔다하면서 돈을 써야 했으니까요. 이 과정에서 돈을 번 상공인층을 조닌이라 합니다. 이들은 도시의 성벽 안으로 이동해 거주지를 형성했습니다. 이들을 보면 서양의 부르주아와 비슷해 보이지 않나요? 


겁나게 길었지만 정리하자면 


1. 일본 초기는 동양의 성과 비슷>후에 서양의 성과 비슷해짐. 


2. 일본의 궁궐은 에도막부 까지는 요새와 비슷해 보임.


입니다.


아이고 힘드네요. 물론 여기에 적힌 건 대략적인 내용이라 국가, 시대별로 다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략적인 단어의 이해에는 도움이 되실 거라고 봅니다. 담에는 에스파냐의 성교육으로 돌아오겠습니다. 오늘도 감샤합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