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후타나리 용사 파티 x 서큐버스 틋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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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ag: 후타, 약간 지저분..?




 행군을 이어가던 용사파티는 도시에 들렀었다. 이런저런 업무와 재충전 등등의 일 때문이라던데, 솔직히 그런 건 모르겠고 더 이상 걷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좋았다. 

 그리고 도시에서의 일은...... 더 이상 생각하고 싶지 않다......


 도시를 떠날 때, 마차 하나를 마련했다. 말은 없었지만, 마법사가 어찌저찌하더니만 알아서 굴러가기 시작했다. 


 다음 여정 동안 먹을 식료품을 실었고, 서큐버스 하나도 실었다. 


 그래, 나.


 걷게 시켰다간 금새 지치고 퍼져버려서 도저히 행군을 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였다. 식료품에 대한 걱정은 없었다. 서큐버스는 인간의 음식을 먹지 못한다는 게 근거였다. 


 더 이상 걷지 않아도 된다는 점만은 좋았다. 그러면서도, 주변에 즐비한 식량 속에서 오직 '착정'을 통해서 살아가는 서큐버스라는 점이 실감나서. 이 식품처럼 나도 '먹히는 존재'라는 것이 자꾸 상기되서 우울했다. 


 그런 우울감도 잠시였다. 옛 시대의 마차니만큼 승차감은 불쾌했다. 곧바로 멀미가 나기 시작했다. 

 좁은 짐칸 속에서 식료품이 뒤섞인 냄새. 그리고 이리저리 흔들흔들, 가슴도 흔들흔들. 머리카락도, 엉덩이도 흔들흔들.


 "우, 우읍......."


 "어? 야! 레오나! 이거 여기다 토하려고 해!"


 마법사에 말에 또 중단되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먹은 것 없는 입에선 헛구역질과 함께 침만 흘렀다. 


 천으로 둘러쌓인 답답한 짐칸, 멀미, 어지러움, 흥건한 땀, 헛구역질. 

 그 와중에 주변에서의 쏟아지는 따가운 시선. 


 용사와 마법사의 시선이 험악했지만, 별다른 말이 없다는 걸 위안 삼았다. 


 "거룩하고 자비로우신 주님이시여, 당신께서 빚어내신 이 땅에 한낱 음마의 더러운 타액이 쏟아짐을 용서하지 마시옵고....."


 성녀는 두 손 모아 기도를 올리고 있다. 조용하게 들리는 기도문에 본능적인 거부 반응이 온다. 그런데 저 내용이면 벌해달라는 건가?


 "....괘, 괜찮아...? 등 두드려줄까.....?"


 그나마 챙겨주는 듯한 게 레인저인데,


 "우윽.... 흑? 허억!쿨럭, 크헉!"


 "...어, 어? 미, 미안해...!"


 너무 세게 쳐서 땅바닥에 머리를 박을 뻔했다.


 하여간 그런 소동 끝에, 짐짝처럼 마차에 실고선 다시 길을 떠나려는 찰나였다. 


 "이렇게 실어둬도 행군이 늦어지는 건 매한가지군....."


 "그래도 엄청 뒤쳐지진 않잖아. 뭐. 안그래도 브레리가 볼일 좀 보겠다고 하더라도 했고."


 레인저님이, 볼일.... 


 아.

  

 서큐버스는 기질적으로 배설을 하지 않는다고 했다. 흡수한 정기로 삶을 영위하며, 과잉 섭취한 정기는 땀이나 체향, 페로몬 따위로 내뿜는다는 게 마법사의 설명이었다. 하지만 용사 파티는 어쨌거나 인간이니까. 얘네들은 오줌도 싸니까. 

 여자들은 오줌을 싸고, 후타나리도 오줌을 쌀 테니까. 


 그러면  "오줌을, 어디로 쌀까."


 남성기? 여성기? 서서? 앉아서? 

 누워서? 엎드려서? 공중제비? 위로? 아래로?


 머리가 맛이 가서 그런가 별 되도 않는 생각만 떠오른다. 왜 이러지? 

 자꾸 발정하니까 진짜 멍청해지는 거 같아. 어떡해. 아. 자꾸 이상한 생각만 하고.


 "정말, 음마들의 사고란 역겹고 더럽기 짝이 없군요."


 그 순간, 정말 씹어뱉는 듯한 말이 날카롭게 꽂혔다. 


 "성녀님.....?"


 대꾸도 않았다. 정말 못볼 것 봤다는 혐오스러운 표정으로 쳐다봤다. 

 새삼스러운 건 아닌데, 아니, 갑자기?


 "당신의 역겨운 침을 이 땅에 질질 흘린 걸로도 모자라서, 그 따위 지저분한 생각이나 하라고 편하게 마차에 실어준 줄 아는 건가요?"  


 당황스러워서 아무 말도 못했다. 아니, 내가 뭘 잘못했다고.


 억지로 머리를 굴렸다. 무슨 생각했지? 

 자꾸 생각이 서큐버스에 물들어 가는 거 아닌가 몰라. 멍청해지는 거 같아....


 공중제비. 위, 아래? 어쩌다가 그게 나왔더라? 오줌쌀 때. 어, 어?


 "아.... 저, 그게...."


 "그래요. 이번엔 어떤 더러운 말을 내뱉을지 기대가 되는군요."


 변명하려던 입을 닫았다. 괜한 말은 안하느니만 못할 게 뻔했다. 

 아니, 나도 나지만. 그렇게까지 민감하게 반응.... 할 문제인가?


 이 용사 파티랑 어울리니까 뭐가 정상인지를 모르겠다. 자꾸만 서큐버스의 정신머리를 갖추기도 했고...


 "궁금할 수는 있겠지."


 목소리가 들려온 쪽으로 고개가 돌아갔다. 


 마법사다. 


 "나는 그것도 유의미한 현상이라고 생각해서."


 뭔소리 하는 거지. 내가 딴 생각하는 사이 갑자기 화제가 옮겨갔나?


 성녀가 '지금 마족 따위를 두둔하는 건가요?' 하면서 목소리 높이기를 은근 기대했는데, 성녀는 가만히 있었다.


 대신 마법사가 말을 이었다. 실험 결과를 예기할 때처럼 침착하고 기계적으로 설명했다. 


 "소변은 여성기에서 나와."


 "어....."


 뭐라 반응해야할지 모르겠다. 


 아하, 그렇군요! 어, 정말요?설마 그럴리가! 정말, 대단해요! 

 했다가 맞을 거 같아서 그런 어정쩡한 감탄만 나왔다. 


 마법사는 바지춤을 톡 건들면서 말을 이었다. 


 "이건 신성의 상징, 그러니까 후천적인 거라서. 배설은 원래의 기관인 여성기로 수행한다. 이게 내 이론."


 뭔가 명쾌한 듯 싶으면서도 의아하다. 대체 왜 자ㅈ...... 남성기가 신성의 상징인거지. 


 여기 신은 대체 뭐하는 존재인 거지. 성녀를 보면 유추할 수 있으려나?


 "눈 돌려요, 더러운 마족."


 ......성녀가 저 모양인 걸 보면 신도 정상은 아닌 게 분명했다.


 그다지 알고 싶던 사실은 아니었지만 흥미롭긴 했다. 

 간만에 마법사의 점잖은 모습을 보기도 했고.

 그보다는 멀미 기운이 조금 가라앉은 게 다행이었다.


 "실험체, 감상은 어때?"


 "어, 어....."


 감상이랄 게 있나? 신이 당신들처럼 정신 나간 거 같아요. 이럴 수는 없잖아.


 "부, 불편할 거 같네요. 그, 뒤처리, 하는 게....."

 

 그냥 떠오르는 데로 막 뱉었다.


 실제로 본 적도 없고, 이 몸뚱이로는 할 일도 없지만, 소변 보고 나서는 닦아낸다고 들었다. 

 그런데 남성기가 있고 고환도 있으니 꽤 불편할 거 같다는 게 당장 떠오르는 생각이었다. 


 마법사는 그 대답이 썩 좋지 않았는지, 미간을 조금 찌푸렸다.


 "......맞아."


 그런데 목소리는 다른 곳에서 낫다. 

 낮고, 음침하고, 가라앉는 듯한 음성.


 "나는 존나 지저분해."


 "브레리? 너 언제....?"


 "어머, 브레리?"


 성녀와 마법사가 뒤를 돌아봤다.  

 거구의 다크엘프가 고목처럼 우뚝 서있었다. 


 빛을 잃은 황금색 눈동자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자지는 엄청 작은데. 불알만 엄청 커가지고, 오줌 쌀 때 붙들고 싸는 데도 자꾸 묻어."

 

 레인저가 말을 제대로 하는 건 몇 번 없는 경우였다. 

 그리고 그 때마다 레인저의 상태는 안좋았었다.


 "레, 레인저님....."


 "물론 너랑 하기 전에는 엄청 열심히 씻는데. 비누랑 향유까지 써서 해서 엄청 씻어. 그런데."


 뒷말을 더 해서는 안 될 것 같았다. 경험에서 비롯된 판단이었다. 

 논리의 비약을 지적하는 건 무의미했다. 이건 직접 말려야 했다. 


 하지만 다크엘프 레인저는 너무 멀리 있었고 내 몸은 여전히 정상이 아니었다. 


 "자지 작고 불알 큰,  잡종병신년에게서 나는 냄새는 못 씻으니까." 


  아.

  이건 좀 크다.


 "잡종이 풍기는 추악하고 더럽고 끔찍하고 역겨운 냄새는, 씻을 수 없는 거니까."


 "아니에요."


 음울한 나열을 끊는 부드럽고 온화하지만 단호한 외침.


 "누가 당신더러 그렇게 말하던가요?"


 생기 없는 황금색 눈동자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서, 성녀님. 저..... 저는, 태어났을 때부터, 잡종....."


 "잡종이라뇨. 그 분께서 당신에게 그런 낙인을 찍으셨나요?"

 

 "아, 아. 그으.... 저, 저는. 엄마가, 저를...."


 "그래서. 지금 누가 당신에게 그런 말을 하나요? "


 "....아, 아뇨. 그치만. 성녀님..."


 성녀가 손을 올려 레인저의 어깨를 붙잡았다. 그 손에 레인저가 크게 움찔했다.


 "저, 저 같은 거에게...."


 "당신은 저와 마법사, 용사님과 같이 용사 파티의 일원이에요. 당신을 낮추는 건 모두를 낮추는 거라고요."


 "....아, 아니. 아니에요. 저, 저는......"


 "당신은 용사 파티의 레인저입니다."


 거목 같던 레인저의 몸이 조금씩 허물어졌다.


 ".....저, 저는....."


 "용사님이 믿는 레인저, 마법사의 친우, 저의 동료. 그게 당신이란 말이에요."


 "......흐, 흐으윽.... 서, 성녀님......"


 허물어진 커다란 나무는 성녀에게로 기댔다. 


 성녀는 온화한 표정으로, 하이얀 손길로 레인저를 감쌌다.


 "마음껏 우세요. 그렇게라도 쌓여있던 게 풀릴 수 있다면, 언제든지. 마음껏 우세요."

 

 거대한 몸에서 나오는 울음은 깊고 굵었다. 

 하지만 성녀는 자기보다 큰 레인저의 울음을 평온하게 받아냈다.


 

 그 동안 지켜보던 마법사가 참았던 한숨을 토해냈다. 


 "아하아, 씨. 좆되는 줄 알았네....."


 동감이었다. 일단 지금을 넘겼다는 안도감에, 한 손으로 가슴을 쓸어내렸다.


 "후우......"


 "실험체, 너 운 좋은 줄 알아. 성녀 없었으면 진짜 골 깨졌을....."

 

 마법사가 말이 없길래 옆을 돌아봤다. 


 나를 보고 있다. 못마땅한 표정. 


 그 뾰족한 시선이 향하는 곳을 따라갔다. 


 내 손이 올려진, 내 가슴.



 아니, 또 내가 잘못한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