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g: 후타나리, 백합?
참고했지만 사실 더 꼴리는 생각바구니 : https://arca.live/b/tsfiction/97058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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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또! 그 정조대를 풀어달라는 소리겠지!”
“아뇨, 그게 아니라…….”
“아니면, 뭐! 그 두꺼운 로브가 답답하다고 할 셈이냐!”
마왕 토벌 파티의 리더이자 파티원이 의지하는 정신적 지주, 황제가 직접 공인한 소드 마스터인 용사는 엄한 얼굴로 다그쳤다.
“몇 번을 말했느냐! 너의 그 음탕하기 짝이 없는 보지와, 걷는 것만으로도 출렁거리는 젖통과 엉덩이가 나와 동료들을 미치게 만든다고!”
그런 용사의 폭언을 듣는 대상은, 온몸에 로브를 칭칭 두른 채 두 눈만 빼꼼 내보이고 있는 서큐버스였다.
“흥! 이러한 매도에도 발정하고 흥분하는 게 너희 족속이지! 나는 다 알고 있다! 그러니 그 정조대는 결! 코! 풀어 줄 수 없다!”
굳은 결의가 돋보이는 말에 서큐버스의 분홍빛 눈동자가 조금 흔들렸다. 용사는 서큐버스의 반응과 자기 말에 만족한 듯 보기 좋은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서큐버스는 용사에 말에 감명받은 것도, 그 같은 모욕에 흥분한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머리가 차가운 편이었고, 좀 더 직접적으로는 황당한 반응에 가까웠다.
따져보면 말이 안되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마왕을 토벌하러 가는 용사 파티에 마족인 자기가 있다는 것도, 용사와 성녀, 궁수와 마법사까지 완벽한 밸런스를 갖춘 파티가 일손 하나 돕지 못하는 서큐버스를 데리고 다니는 것도.
사실 본질적으로, 지금 이 자리의 용사를 포함해 모두가 여성인 파티원들이 서큐버스에게 음욕을 품는다는 것부터가 상식적으로 말이 안됐다.
“그러니 어서 너의 막사로 돌아가거라! 안 그러면 또 성녀와 참회의 시간을 갖게 될 것이다!”
용사는 '용사'라는 이명이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잔인한 미소를 지었다. 서큐버스가 입고있는 품 넓은 천옷이 움찔했다. ‘참회’의 시간이 두려운 게 아니었다. 성녀와 참회의 ‘시간’이, 그 때 하는 짓이 생각난 탓이었다.
하지만 그렇다 할지라도, 지금 서큐버스에게는 꼭 말할 내용이 있었다.
“용사님, 제발…… 이번 한 번만 얘기를 들어주세요…….”
간절함이 와닿았는지, 아니면 서큐버스 종족의 특유의 야릇한 목소리 탓인지, 용사는 얼굴을 조금 붉히고 헛기침을 했다.
“크흠, 그럼 네 말을 들어는 보마.”
서큐버스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이제부터가 고비의 시작이었다.
어떤 곤충들은 상대에게 위협적으로 보이거나, 혹은 혐오감을 불러일으키는 색상으로 몸을 보호하곤 했다.
지금 서큐버스가 용사에게 말하려는 것도 같은 맥락이었다. 이 상식에서 벗어난 파티원들로부터 자기를 보호하기 위해서, 궁극적으로는 이 정신나간 파티에게서 풀려나기 위해서.
“저어…….”
용사는, 팔짱을 낀 체 서큐버스의 말을 듣기 시작했다.
“사실 남자였어요…….”
근거를 댈 수 없지만, 자기 입으로 밝히고 싶지는 않았지만, 지금 서큐버스는 그 정도로 절박하고 다급한 심정이었다.
그런 마음이 통했는지, 용사의 오만한 표정이 의아함으로, 의혹의 눈초리는 의심으로, 의심은 곧 경악으로 바뀌었다.
“뭐라……?”
용사의 표정은 그에게 용기가 되었다. 서큐버스의 목소리로 고백을 이어갔다.
“물론 지금 저는 서큐버스지만…… 그니까, 전생. 네, 저는 전생에 남자였어요.”
용사의 표정이 한층 더 굳어졌다.
“제가 지금 이 몸에 오기 전에는 평범한 인간 남자였어요!”
서큐버스는 자신의 이력을 이어 소개했다.
“근데 환생을, 그러니까, 신께서 다른 몸으로 환생시켜준다는 걸 서큐버스로 환생시키는 바람에…….”
“거짓말.”
하지만 용사가 그 말을 끊었다.
“무, 물론 믿기지 않겠지만 저는 정말로…….”
“너 같은 천박한 마족이, 감히 신을 들먹이는 거짓말로…….”
용사가 의자에서 일어섰다. 서큐버스는 그제야 아차 싶었다. 신이 현존하고 권능을 부리는 세계에서는, 함부로 입에 올리는 것조차도 신성 모독으로 큰 죄가 되었다.
하지만 용사가 주목한 건 그게 아니었다.
“……나를 이렇게 또 홀리는구나.”
“……용사님?”
“이렇게 음탕하기 짝이 없는 몸이, 경박하고 야한 몸뚱이가 어떻게 남자라는 것이냐…….”
용사의 양 볼이 붉어졌다. 나름 적잖은 시간동안 용사 파티에 있었던 서큐버스는 그게 분노가 아니란 걸 알 수 있었다.
“요, 용사님. 제가 잘못 말했습니다. 그러니까 제발!”
뒤늦은 사죄에도 불구하고 용사는 서큐버스가 걸친 천옷을 꽉 붙잡았다. 그리고 용사가 서큐버스의 천옷을 확 젖혔다.
“이렇게 꼴리는 몸을 하고서, 어떻게 네가 남자라는 말이냐!”
“꺄아아앗!”
서큐버스는 새된 비명을 질렀다. 두꺼운 로브에 감춰졌던 서큐버스의 육감적인 몸맵시가 드러났다.
한쪽이 머리 하나 크기는 되보임직한 젖가슴, 두 손으로 감싸면 쥐어질 듯한 얇은 허리, 어깨 너비보다도 커보이는 골반과 엉덩이, 두툼한 허벅다리. 머리부터 발가락 끝까지 정욕에 충실한 몸뚱이였다.
“요, 용사님! 저 정조대까지 찼잖아요! 내일 마왕군이랑 싸울 것 같다고, 성녀님이 오늘은 절대로 하지 말라고 했잖아요!”
황급하게 외치는 서큐버스였지만, 상대로 하여금 색욕을 품게 만드는 서큐버스 특유의 체향까지 방안에 감돌기 시작했다.
“네가 나쁜 거야.”
용사가 그 정조대를 붙잡았다. 서큐버스가 헛숨을 삼켰다. 용사는 자기의 대검을 휘두르던 완력으로, 강철로 된 정조대를 부서뜨렸다.
“날 꼴리게 만든…… 네가 나쁜 거야!”
더 이상 몸을 가릴 게 없었다. 도망도, 반항도 무의미했다. 서큐버스는 이젠 울먹이는 소리를 냈다.
“용사님, 제발…….”
다급하게 바지를 벗은 용사 앞에서, 서큐버스의 그런 만류도 멈췄다.
“아.”
용사에게 말했듯, 자기는 분명 서큐버스가 되기 이전 남자로서의 자각과 기억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서큐버스의 육체와 본능은 거스를 수 없었다.
꿀꺽-
여자에게는 있어서는 안 되는, 하지만 용사를 비롯한 파티원들은 모두들 갖고 있는 남성기.
서큐버스라면 마왕보다도 우러러보며 당연히 복종하고 모든 걸 내줘야하는 절대 존엄의 대상이 바로 눈 앞에 서있었다. 서큐버스는 다리에 힘이 풀려 털썩 주저앉았다.
“어떠냐. 이래도 네가 남자라고 주장할 테냐?”
용사는 침착을 되찾았다. 이성을 잃어가는 건 서큐버스였다.
“안 대…… 저, 정말. 안대는 데에…….”
풀린 발음으로 거부를 말했지만, 이미 두 눈은 단단하고 우람한 음경에 고정되어 있었다.
“일어나거라!”
“흐읏!”
용사는 서큐버스를 강제로 일으켜 세웠다. 머리채가 아닌, 탐스러운 젖가슴을 꽉 움켜쥐고서. 성감이 인간의 몇 배로 발달한 서큐버스였지만, 여전히 시선은 용사의 그것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네 년의 불순한 보지도 벌써 내 '성검'을 받아들일 준비가 된 것 같구나!”
용사의 말마따나, 서큐버스의 음순은 벌써부터 꿀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아니, 아닌데에…….”
“이년! 똑바로 말하지 못할까!”
“끄하아앙!”
용사는 우악스러운 손으로 젖가슴을 세게 당겼다. 서큐버스는 그런 고통조차도 쾌감으로 전환시켜 느끼는 종족이었다.
“바른 대로 말하라. 어떠냐. 내 자지를 받고 싶으냐?”
백성들의 지지와 기대를 받는, 제국군의 귀감이 되는 존재라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음험한 말투와 천박한 단어 사용이었다.
하지만 서큐버스는, 서큐버스답게.
“네, 네헤에……, 용사님 자지, 서큐버스 보지에, 너어주세여혀…….”
용사는 만족한 웃음을 지었다. 서큐버스도, 음탕하고 풀어진 미소를 지었다.
“네가 어떤 존재인지, 오늘 밤 내가 똑똑하게 각인시켜주겠다!”
그렇게 호기롭게 외치고 나서, 한밤중이 되도록 서큐버스에게 음욕을 해소하는 용사였다.
막사에서 새어나오는 서큐버스의 달콤한 신음에 꼬여, 다른 파티원들도 서큐버스를 ‘이용’하게 된 건 조금 나중의 이야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