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dennis0203입니다.

홀덴 코모도어의 위키백과 문서를 훑다가 이런 걸 발견했습니다.

 

 

HSV. 즉 홀덴 스포츠 비히클즈라는 곳은 기억하시는지요?

여기는 1988년부터 홀덴의 고성능차 전문 디비전으로 활동해온 곳입니다.

영국의 엔지니어링 업체인 TWR 사와 함께 차를 튜닝했고, 이후에도 그 후신인 월킨쇼 레이싱과 2016년까지 같이하다가 다른 곳이랑 손을 잡았죠.

 

그런데 HSV가 있기 전에도, 홀덴은 HDT(홀덴 딜러 팀)이라는 곳과 같이 고성능차 버전을 만들었습니다.

1987년까지만 하더라도 HDT는 이미 수년 전에 피터 브록(Peter Brock)이라는 카레이서에게 넘어가긴 했어도, 홀덴차를 꾸준히 튜닝해왔지요.

1980년부터 홀덴 코모도어를 튜닝해오는 건 물론 그걸로 경기에 계속 참여했습니다. 애당초 피터 브록과 그 팀이 홀덴에서 일했던 사람이기도 했고...

 

 

그런데 그러한 관계가 1986년의 어느 날, 갑자기 깨지는 계기가 생겨납니다.

마침 피터 브록과 HDT 팀에서는 새로 업데이트된 VL 코모도어를 가지고 코모도어 그룹 A SS를 만들고 있었고, 평소처럼 나름 괜찮게 사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1987년 생산분을 "Brock Director" 버전으로서 기획하는 중에, 피터 브록이 갑자가 "에너지 폴라라이저"라는 자그마한 상자를 가져와서 보여주었습니다.

 

 

 

이 에너지 폴라라이저(편광판)이라는 상자는, 플라스틱 용기에다가 수정이랑 자석이 들어가 있는 물건입니다.

그리고 브록은 홀덴의 허락 없이 자체적으로 설계한 새 뒷바퀴 서스펜션과 같이, 그 상자를 보닛 사이에 추가하면서 이렇게 말했지요.

 

" 이 에너지 폴라라이저가 들어가면은 차를 구성하는 입자들을 다시 맞춰주거든. 그러면 뭔가 구린 구석이 있는 차라도 좋은 차로 탈바꿈한단 말일세!"

 

게다가 브록은 그 이점에 대해서 "연료 성능과 핸들링 개선, 지면에서 오는 충격 완화" 등등이 있다면서 전반적으로 차가 좋아진다고 해명했지요.

물론 그걸 뒷받침해줄 법한 과학적인 근거는 없다시피했습니다. 그럼에도 브록은 그게 '최첨단 장비'라면서 에너지 폴라라이저를 추가하는 걸 밀어붙였지요......

 

 

 

......그리고 당연하겠지만, 그런 이야기를 접한 사람들은 다들 "뭥미?"라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홀덴 내부와 언론에서는 말할 것도 없었고, 심지어는 브록의 동료들조차 어이를 상실했다고 합니다. 특히 홀덴이 더 당황했고요. 이때 홀덴에서는 자사 차에다 에너지 폴라라이저를 집어넣는 것 자체를 승인할 수 없다고 퇴짜까지 놓았는데, 브록은 오히려 그걸 대범하게 밀어붙여서 경기에도 투입하려고 했고, 아예 1987년 2월에는 시판용 차에도 그걸 추가한 체로 판매했습니다. 거기에 타이어 공기압을 매우 낮은 수준으로 맞출 것까지 권장해서 말이지요. 게다가 홀덴이 시험차를 요구하니까 차를 제공하지 않은 건 덤이었고요.

 

덕분에 홀덴에서는 "답이 없다"는 듯이 그해 2월 27일에 HDT와의 계약관계를 완전히 끊어버렸습니다. HDT에서 브록이 에너지 폴라라이저로 일을 저질러버린 덕분에 팀 내부의 레이서 2명이 HDT를 떠나버렸고요. 그리고 홀덴에서는 피터 브록보다 "훨씬 개념있는" 전문 팀을 찾아다녔고, 마침 영국에서 TWR을 운영중인 톰 월킨쇼를 만나 HSV를 따로 설립했습니다. 그리고 HDT와 톰 월킨쇼와의 관계를 못해도 2016년까지 꾸준히 이어져오면서 수많은 고성능 차들을 만들어왔지요.

 

 

이후 피터 브록은 라다 사마라호주 포드의 차들을 튜닝하면서 세월을 보냈고, 1991년부터 자신의 코모도어를 타고 경기에 출전하다가 1994년에 다시 홀덴 레이싱 팀에 합류했습니다. 1997년에 공식 은퇴한 후에도 호주의 자동차 경기에도 몇 차례 얼굴을 보여주다가, 2006년에 경기 도중 사고로 세상을 떠났지요. 호주의 대표 카레이서였던 피터 브록의 61년 삶은, 나름 파란만장하게 끝을 맺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