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평일에 찾은 작은 우동집엔 철없는 사람들만이 조용히 고개를 박고 있었다.


여름 주말에 찾으니 밖에서부터 줄을 섰더라. 여자 동반해서 어깨가 산만해진 살 탄 남자가 자꾸 줄을 이탈해 팔자걸음으로 통화를.


에어컨 새치기라는 처맞을 짓을 한 나는 땀방울을 황급히 숨기며, 다찌 뒤 텅 빈 간이석에 움츠려 앉아 철든 남녀의 등들을 보다. 힘겹게 목을 축이느라 내려놓은 내 버즈와 키오스크 영수중을 뒤늦게 들어온 살 탄 남자가 눈을 부라리며 쳐다보다.


옆자리의 짧은 머리 남자는 팔뚝부터 허리까지 모든 게 가느다란 여자를 앉혀놓고 자기가 하는 사업과 크로스핏의 차이를 설명해준다. 어조가 워렁충창 사근사근한 것이 아주 동화구연이다.


내가 듣는 노량진 인강 강사처럼 생긴 40대 아재는 옆 의자 등받이에 팔을 걸치고 옆옆 30대 여자에게 “황금연휴잖아. 올라가는 거하고 내려가는 거하고 드럽게 막혀. 천안에서 대전까지 차로 두 시간 반 걸리는 게 말이 되냐? 말이 되냐고.”라 불평한 뒤, 놀랍게도 일행째로 우루루 일어나 사전 조율된 비즈니스 담화를 주인과 나눈 뒤 가게를 나간다. 관찰을 종합해 봤을 때 그 4인조 혼성 그룹의 직종은, ‘전국 유랑 요식업 난민 공동체’이다.


나는 어째서인지 다가오는 불안함에 내 몫의 팔천구백 원 고기우동을 다 비우고도 허기를 느껴, 살 탄 남자 무리와 수다하며 쉬던 주인을 시켜 미니 돼지덮밥을 사천구백 원 더 주고 먹으니 삼 일 만의 쌀밥이 달고 무겁다.


‘다음엔 꼭 철든 사람이 되어서 오자. 최소한 인트라넷 메일을 보내는 사람이 되자.’ 돌아온 아파트의 승강기에서 공부를 더 제대로 하자는 생각을 하다. 외식 나가던 하강기에서만 해도 ‘오늘도 한껏 철없는 사람이 돼보자.’고 다짐하며 쳐들었던 얼굴을 손바닥으론 이미 주물럭댄다. 어차피 일렉기타 하나조차 손에 못 넣는 병신일 바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