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투리 연구하느라 업로드가 늦어졌습니다. 역시 소설쓰기는 어렵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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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9일 토요일 오후 2시, 대전역. 리와인더들과 오랜만에 다시 만날 때가 온 것이다.
 
대전역은 사람들이 많았다. 크리스마스가 얼마 남지 않은 성수기여서 그런지 아주 북적북적했다. 이 사람이 저 사람같고 저 사람이 이 사람같아 이런 곳에서 대원들을 찾는 것은 거의 한양에서 김서방 찾기였다. 
 
그렇게 정처없이 기다리면서 걸어다니고 있는데 앞에서 사람 몇 명이 반갑다는 표정을 지으며 다가오더니 내게 말을 걸어왔다. 한 명은 분명 시즈오카 씨였는데 나머지 2명은 처음보는 분들이었다.
 
"하현수 씨! 오랜만입니다."
한 남자가 30° 정도로 몸을 숙여 인사하며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사무적이면서도 친근한 느낌이 들었다. 영락없는 시즈오카 씨의 목소리였다. 나도 인사를 받아치긴 해야 하니까 똑같이 몸을 간단히 숙여 인사를 되받았다.
시즈오카 씨가 말했다.
"저희의 요청에 진짜로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별 말씀을요. 한 명이라도 더 참여하면 좋은거죠. 그나저나 옆에 계신 나머지 두 분은 누구시죠?"
"아, 하현수 씨는 처음 뵈시겠군요. 왼쪽에 계신 남자분이 최은준 씨, 그리고 오른쪽에 계신 여자분이 멜리사 푸르니에 씨입니다."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네다, 동무."
첫번째 분의 말은 약간 서툴고 어눌한 면이 있었는데, 외모와 억양을 보아 서양 사람 같았다. 그리고 두번째 분이 하신 말은 평안도 사투리였다. 흔히 아는 평안도 사투리에 서울말이 약간 섞여들어간 듯한 느낌이었다.
나는 그들과 일단은 초면이었지만 목소리와 출신성분으로 그들과 관련된 기억을 떠올려보았다. 일단 멜리사 푸르니에 씨의 목소리는 린장 시에서 내가 안드로이드의 습격을 받기 직전에 전화너머로 들렸던 목소리랑 같았다. 두만강 어딘가에 파견된 분 중 한 명으로 생각되었다.
그리고 두 번째 분은 그의 한국식 이름과 평안도 사투리로 유추해보아 북한 사람인 것 같았다. 그걸 생각해내자 그가 김정은을 만났다는 것이 머릿속을 스쳤다. 가장 중요하고 위험한 일을 맡으신 분이 이 분이셨구나 하고 생각했다.
"저도 처음뵙겠습니다. 하현수라고 합니다."
"고, 저번에 압록강 쪽 동무들을 구해주셔서 감사드립네다. 덕분에 우리 동무들이 살앗소웨다."
최은준 씨가 감사의 말을 표했다. 사투리는 여전했다. 나는 갑자기 칭찬을 들으니 당황스러웠지만 기분은 좋았다. 그래서 이 김에 분위기를 타 최대한 정중하게 감사를 표하기로 했다.
"저야말로 감사드립니다. 북한 쪽 작전을 성공해주셨잖습니까? 덕분에 우리 쪽의 일이 줄어들어서 중국에 구호작전을 충분히 펼칠 수 있었습니다."
'구호작업'이라는 말을 하니 그 때의 기억과 동료들이 떠올랐다. 지금은 다리가 절단되었을 미야자키 씨랑 안드로이드의 습격으로 친구를 잃었다던 한혜림 씨... 그 생각을 하자 궁금한 것이 생겼다.
"그나저나 미야자키 씨랑 한혜림 씨는...?"
시즈오카 씨가 대답했다.
"에... 그 분들은 지금 다른 분들이랑 서울에 계십니다. 지난달에 안드로이드의 습격이 있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그 후로 저희들은 항상 공격에 대비해서 무리지어 다니며 무장에 가까운 상태를 하고 있습니다. 지금도 총을 가지고 다니고 있습니다. 무방비로 혼자다니면 위험하잖습니까."
시즈오카 씨가 자신의 가방을 들어올려보이며 말했다. 하긴 일리가 있는 말이었다.
"그나저나, 열차 오는데 언제가십니까?"
"생각해보니 그러는 게 좋겠슴무다. 하현수 동무, 날래 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