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일 정말로 모든것이 그러하다면, 나는 겁쟁이로 남으리이다.


나는 눈을 감으리이다.


두 눈에 아로새긴 당신과의 추억이 옅어질까 두려워, 그 위에 새로운 풍경을 덮어씌우지 아니하리이다.


나는 주저하리이다.


손 끝에 아련히 남아있는 당신의 감촉을 잊게 될까 두려워, 그 위에 새로운 만남을 쌓아올리지 아니하리이다.


나는 귀를 막으리이다.


귓가에 아리게 남아있는 당신의 속삭임이 이지러질까 두려워, 그 안에 새로운 소리를 담지 아니하리이다.


그리하여 나는 병신이 되리이다. 병신이 되어 당신과의 추억을 이다지도 간직하리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결국엔 모든것이 사라져 없어지고 말 것이라면, 내가 아주 병신이 되더라도, 결국엔 그 모든것들이 사라져 없어지고 말 것이라면.


만일 정말로 모든것이 그러하다면, 그제서야 나는 비로소 용자가 되리이다.


당신과의 추억이 사라져 없어져버리기 전에, 아주 그렇게 되어버리기 전에 내가 먼저 스러지리이다.


그들을 영원히 간직하리이다. 그들보다 앞서 나아가, 내 기억속에 만큼은 그들을 영원히 남겨놓으리이다.


나는 그렇게 영원하리이다. 영원하지 못한 당신을 추억하며, 품에 안은 그것들로 인하여 영원히 남으리이다.


만일, 정말로 모든것이 사라져 없어질 것이라면.


만일 정말로 모든것이 그러하다면, 나는 실로 그러하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