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가 열리는 나무





 깊은 숲속. 나는 다리를 절뚝거리며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며칠 전 누군가 놓은 덫에 걸려 정강이뼈가 부서지는 심한 부상을 당한 탓이다. 덕분에 며칠째 사냥에는 빈번하게 실패하고 쓸데없는 에너지만 소모했다. 무리하게 움직인 탓에 으스러진 다리는 덜렁거리다 못해 이내 떨어져 나갔다. 시야가 흐려졌다.

 


‘여기까지인 건가 ….’

 


 다리 부상의 문제가 아니다. 고통은 익숙해졌고 사실상 거의 떨어져 나간 상태였으니까. 문제는 벌써 며칠째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대로 정신을 잃으면 다시는 일어설 수 없다. 최대한 힘을 짜내어 옆에 있던 커다란 나무에 등을 붙이고 웅크리듯 옆으로 누워 정신을 붙들기 위해 갖은 노력을 했다. 뭐라도 먹지 않으면 이마저도 탈진으로 오래 버티지 못할 것이다. 숨을 고르며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렸을 때 나는 내 눈을 의심했다. 고기가 열린 나무가 보였다.

 


 과일 대신 고기가 열린 나무가 있다. 커다란 고깃덩어리가 나무에 매달려 있다. 나는 틀림없이 심한 허기 때문에 생긴 환영이라고 생각했다. 아니, 사실 아무 생각도 하지 못했다. 정신을 차린 나는 몸을 질질 끌어가며 고기를 향해 기어가고 있었다. 도중에 몇 번씩이나 정신을 잃을 뻔했다.

 


 다행히 고기 열매는 그리 높은 곳에 있지 않았다. 열매 자체는 꽤나 높은 가지에 매달려 있었지만, 열매의 크기가 내 몸과 비슷할 정도로 상당히 크고 아래를 향해 길게 뻗어있는 열매의 모양 덕분에 손쉽게 접근이 가능했다. 

 


 나는 힘겹게 고기 열매의 아랫부분을 입에 물었다. 달콤함이 한가득 퍼졌다. 한 입. 두 입. 얼굴에 피를 잔뜩 묻혀가며 고기에 코를 박고 살점을 뜯어 먹었다. 역시 그냥 죽으란 법은 없나 보다. 

 


 고기의 형태가 조금 이상하다고 눈치챈 건 고기를 절반쯤 뜯어먹고 나서 허기가 사라진 이후였다. 마치 선물처럼 얇은 천으로 포장되어 있었고, 생닭처럼 털이 거의 없었다. 생각 없이 물어뜯었음에도 부드럽게 찢기고 삼킬 수 있었다. 마치 이 세상의 것이 아닌 것처럼.

 


 며칠 후 나는 고기 열매를 다시 볼 수 있었다. 땅 위에서 걸어 다니는 고기 열매는 생닭 같은 피부와 포장 껍질을 빼고 본다면 평범하게 살아있는 동물처럼 보였다. 그때만 하더라도 나는 고기 열매가 다 익어서 땅에 떨어지면 저렇게 동물로 성장하여 걸어 다닐 수 있게 된다고 생각했다. 바로 그 순간 주변을 서성이던 고기 열매는 애벌레처럼 몸에서 실을 뽑더니 자기 목을 감았다. 그리고는 높이 있는 나뭇가지를 골라 몸을 매달기 시작했다. 잠시 후, 마치 공격받은 애벌레처럼 꿈틀거리다가 이내 잠잠해졌다. 그리고 곧장 고기 열매의 색이 하얗게 변하며 순식간에 익어버렸다. 

 


 고기 열매. 아니 신의 열매의 비밀이 풀리는 순간이었다. 약하고 상처받은 이들을 위해 내려주신 신의 선물임에 틀림없었다. 신의 은총을 눈앞에 두고 해야 할 일은 정해져 있었다. 이후에 신의 열매를 발견할 때마다 네발 아니 세 발로 엎드린 몸을 더 낮게 웅크리며 열매를 향해 신에 대한 감사를 표했다. 있는 힘껏 꼬리를 살랑이는 것도 있지 않았다. 열매가 하얗게 익어 움직임이 멈출 때까지.

 


-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