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이유 없이, 그저 몽롱한 기분이다. 이보다 더 적절한 표현은 없으리라.

최근에는 그렇게 좋아했던 술도 끊은데다가 잠도 늘어질 정도로 잤을 터인데 왜 이리도 늘어지는 걸까?

어째 꿈이랑 현실 사이의 얇은 막이 담배 연기 흩뿌리듯 사라져 가는 느낌이다.


뭘 해도 현실감이라는 게 들지 않는 것이, 더럽게 지루한 1인칭 게임을 15인치짜리 화면 밖에서 바라보는 화자의 심정...

을 400자 내외가 아니어도 상관 없으니 되는대로 아무렇게나 서술하시오. (3.2점) 

'내 눈에는 안개가 꼈고, 입 속에는 거미줄이 얽혀 있으며 귓구멍 속에는 먹구름이 드리웠다.'

대충 2.4점짜리 대답이로다. 아마도 지랄맞은 세상을 보기 싫어서 눈이 흐려졌나봐.

나는 저 쓰레기들을 보고 싶지 않은데, 저 하이에나 같은 작자들은 왜 똥파리 마냥 내 머리 위에서 날 귀찮게 하는 걸까.

나를 째려보는 저 수많은 눈깔들을 향해서 뭐라도 말을 해야 할텐데 모가지에서 튀어나오는 건 다만 마른 기침 뿐이 없었다.


저 눈. 나는 저게 매우 싫었다. 하얀 공에 검은 점 하나 그려넣은 저 덩어리가 싫었다.

당장 내 낯짝에도... 음, 몇 개 였는지 기억은 안 나지만 내 머리통에도 달려 있었던 그것.

새벽 이슬도 이렇게까지 뚝뚝 맺히지 않을 만큼 즙을 쏟아내는 이 눈깔이 저주스러웠다.

  

그만 좀 쳐 울라고 뒤통수를 맞았던 그 날. 달달한 것이라도 먹으면 슬픔을 억누를 수 있다는 말 한 마디에,

그 달콤함에 사로 잡혀 뇌에 충치라도 생겼는지, 단 것이라면 눈을 까뒤집고 달려들었던 시기가 있었다.

결국 다리 한 짝을 대가로 지불하고 나서야 정신을 차릴 수 있었지만...

그래도 예전처럼 눈물이 넘쳐흐르지는 않는다. 아마도 내 눈물주머니는 발가락에 하나씩 달려있었던 거겠지. 

나머지 한 쪽도 없어진다면 그 때는 정말 눈물조차 나오지 않을 것 같다.

아니, 아마도 웃지 않을까?

모든 사람들이 날 보고 웃고 있을테니까. 

저 후레자식들 같으니. 껄껄!




아무튼 별 도움 안 되는 잡생각들이 머릿속을 헤엄치느라 정신이 반 쯤 가라앉기라도 하면,

어느 샌가 몸 한 구석이 쑤셔온다. 스트레칭을 해도 가시지 않는 찌뿌둥함이 근육 사이사이로 얼룩져 사라지지를 않는다. 

재작년 즈음에 잘라낸 왼발이 내 등을 걷어차기라도 하는 걸까. 가만히 서있기도 그렇게나 힘이 들더라.

이제는 두 발로 설 필요가 없으니 주저앉는 게 더 편해졌다.  심리적인 부담감이 반으로 줄었으니.

외다리 인생, 신발은 뭣하러 두 짝을 사고 뭣하러 두 발로 걷는 연습을 했었던가.

우리가 왜 넘어지냐 묻는다면, 허수아비도 아닌 것이 감히 깽깽이 발로 뛰려 했기에 바닥에 입을 맞추는 것이라 대답하겠다.

정작 두 발로 뛰던 시절에도 성실한 사람은 절대 아니었건만, 지금은 게을러 터진 앉은뱅이가 되었구나.

보고 있자면 절로 한숨이 나온다.


이 빌어먹을 백수 한 놈을 위해 누가 동전이라도 한 닢 던져주면 좋으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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