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원래 풍납동에 살고 있었다.

그때는 학교도 다녔었다. 중학교 2학년 때까지. 

그때부터 친구가 한 명씩 사라졌다. 

학교에서 친구가 실종된다는 건 꽤 큰 일이였지만, 

선생님은 아무 말도 하지 않으셨다.

물어봐도 무시했다. 

그렇게 친구가 매일 한 명씩 없어지고, 남은 건 단 10명. 

그 중엔 나와 내 여자친구 김소연도 있었다. 

우리는 두려워했다. 우리도 언젠가는 실종될 것이기 때문에. 

그리고 다음날, 소연이가 사라졌다. 

그리고 그 다음날, 나의 절친인 배두현도 사라진 것이다. 

아이들이 하나 둘 씩 사라지기 시작한 지 3주일이 지난 날 밤, 나는 어머니에게 말했다. 

어머니는 이미 학교에서 아이들이 사라지는 것을 알고 있었다. 

“무서워요.”

“괜찮다, 아들. 너는 내가 지켜줄 테니까.” 


그리고 그날 밤, 나는 어디론가 끌려갔다. 


1년이 지난 오늘. 

나는 이곳에 갇혀있다.

아침, 점심, 저녁. 

하루 세끼, 시간은 정확하게 맞춰서 식사. 

아침식사가 끝나고 3시간 동안 수학 문제집 2권. 점심이 끝나고 2시간 동안 영어 4권. 다 풀면 2시간 동안 생물 3권. 그 다음 2시간은 물리 3권. 저녁식사 끝나고 10시간 동안 자율학습. 공부 이외의 것을 하면 그린룸으로 끌려간다. 취침은 오전 4시부터 오전 6시까지 정확히 2시간. 방은 따로따로 격리.

그린룸은 우리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곳. 그곳에 들어갔다 나오면 몸에서 무언가가 하나씩 없어져있다. 귀,눈알,코,손가락 등등이 그 무언가다. 

이곳은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있는 “신학원” 이다. 선생님은 단 한 명 뿐인데, 우리는 선생님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원장” 이라고 부를 뿐, 그가 어떻게 생겼고 누구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내 친구, 그러니까 배두현에 따르면 “신학원”은 총 세 곳이 있다고 한다, 이곳 대치동과 양천구 목동, 노원구 상계동에. 아이들은 세 곳 중 가장 가까운 곳에 끌려간다. 배두현은 “원장” 의 통화를 엿들은 적이 있다. 

그리고 1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미쳐가기 시작했다. 이젠 알람이 없어도 자동으로 깨어나기 시작했고, 꿈에서도 공부를 하고 있었다. 깨어나도 마찬가지지만. 

내 여자친구 소연이와 내 어머니의 소식은 없다. 단지 배두현은 2주일에 한 번씩 마주치는 꼴.  


그때였다. 스피커에서 울리는 소리였다. 

“K138번 김소연, 김소연은 당장 방으로 돌아와라. 명령을 어길 시 퍼플 룸으로 보내겠다.” 

퍼플 룸.. 퍼플 룸이 무엇이지? 하면서도 나는 김소연 이라는 이름 석 글자에 놀랐다. 

김소연, 그녀는 아직 살아 있었다. 그녀가 뭘 한 거지? 

“다시 한 번 반복한다. K138 김소연이 탈출을 시도한다. 위치는 90,-177,79. 90,-177,79. 누구든 잡아오는 사람에게는 1일 휴식을 상으로 주겠다.” 

그 순간 모든 방의 잠금 장치가 열렸다. 

나는 밖으로 뛰쳐 나갔다. 나를 포함한 수천 명의 학생들이 좌표를 향해 뛰기 시작했다. 하지만 김소연은 쉽사리 눈에 띄지 않았다. 


그때 나는 느낄 수 있었다. 긴 머리, 오똑한 코, 살짝 튀어나온 광대뼈. 김소연이다! 나는 황급히 그곳으로 뛰어갔다. 

“뭐야.. 서민현?” 그녀가 놀란 투로 말하였다.

“김소연!” 

나는 있는 힘껏 그녀를 끌어당겼다.  

“서민현. 설마 날 잡아 바칠 건 아니지?” 

“당연히 아니지.” 

우리는 서재 밑 넓은 서랍 속에 숨어있었다. 

“우리를 발견하지 않을까?” 

“괜찮아. 내가 누군데. 좌표를 속였지.”

“좌표를 속이다니?” 

“방해전파를 쐈어.” 

“우리 빨리 이 지옥에서 탈출하자.” 

우리는 서랍 문을 열고 나왔다. 동시에, 수많은 학생들이 우리를 보았다. 

“저기 있다!” 

“쫓아라!” 

나는 김소연의 얼굴을 보고 외쳤다. 

“뛰어!” 


그 순간, 배두현이 쫓아오는 학생들을 막기 시작했다. 

“얘들아! 가!” 

“알았어!” 


하지만 그 혼자서는 막기 힘들었다. 

곧이어 다시 쫓아오기 시작하더니, 점점 우리에게 따라붙기 시작했다. 

“망했다. 출입문이 잠겨 있어.” 

“어떡..헉!” 

결국 우리는 붙잡히고 말았다. 

“둘 다 퍼플룸으로 보내 주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