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생각하라.


모든 인류가 그렇듯. 날이 가면 갈 수록 언제나 생각을 해야 하는 미래다. 현재가 팍팍하더라도 미래를 생각 해야 하는 이유는 뭘까. 오늘도 현진(現進)씨는 잠시 눈을 감고 생각해보았다.


'왜 사람은 미래를 생각 해야 하는가.'


모든 사람들이 다 미래를 생각하진 않는다. 과거에 얽매이든,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도 있지만 왜 미래를 생각하는 것인지는 그는 이해를 할 수가 없다. 그는 우선 다른 이를 찾아보기로 했다. 처음으로 찾아간 사람은 자신을 묶고 다니는 특이한 취미가 있는 회고(襘古)씨에게 찾아갔다.


"미래를 생각해야 되는 이유를 아세요?"


그러자 회고 씨는 입을 열었다.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과거는 계속 생각하는 것이 나을지도. 과거의 추억을 생각하면 기분이 좋아지거든."


"그래도 미래를 생각해야 되는 이유를 알고 싶네요. 과거의 미래는 현재니까."


"... 그렇다면 내 생각을 알려줄게. 미래는 너라는 연필이 그릴 선이야. 과거의 너가 선의 시작이라면. 현재의 너는 그걸 이어가고 있고. 미래의 너가 슬슬 어떤 그림을 그릴 지 보는 거지."


현진 씨는 그 말을 곰곰이 곱씹었다. 그림이라... 우리는 살면서 얼마나 많은 그림을 그리고 있는가. 사소한 낙서부터 진지하게 수행평가로 내놓을 그림까지. 그것을 곰곰이 생각해본 현진 씨는 회고 씨에게 가볍게 목례를 했다.


"고마워요. 덕분에 조금 생각이 이어나간 것 같네요."


"별 말씀을. 현진 씨에게 도움이 되서 다행이네요."


그렇게 가볍게 인사를 마친 후 그는 다시 다른 사람을 찾아갔다. 그는 상래(想來)씨를 찾아갔다. 찾아오자마자 그는 무언가를 보고 있다.


"상래씨. 오랜만이네요. 오늘은 무엇을 하고 있나요?"


그러자 그는 밑을 보고 인사를 하기 시작했다.


"아아. 현진씨. 오랜만이네. 요즘은 무엇을 하고 계시는가."


"미래를 생각 해야 되는 이유를 알고 싶어서요."


"뭐... 그야 별거 있겠는가. 이리로 오게."


그는 금세 능숙하게 판을 깔기 시작했다. 그러곤 자신의 도면을 보여준다.


"자네는 알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우린 살면서 무수히 많은 판을 짜네. 도박이든. 게임이든."


고개를 잠시 끄덕인 현진 씨는 그에게 말을 건넸다.


"그림도 같은 맥락인가요?"


"아아. 그런 셈이지. 응. 음... 그러면 이렇게 해보지. 자네는 무언가를 설계할 때... 도면을 그리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지 아나?"


"그야 개판나지 않겠어요?"


"그거지. 개판이 나지 않게 위해서 최소한의 설계는 해야 하는 것이지. 머리로만 설계를 하면 무수히 많이 수정을 하다보면 개판이 나니까. 왜 도면대로 하지 않으면 그렇게 갈구는 지를 대충 생각해보게."


"어디서 많이 들어본 것 같지만... 말이죠."


그는 나름대로 결론을 지었는지 미소를 지었다. 이내 그는 인사를 하며 다시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왔다.


판도와... 진로라. 도통 모르겠지만 하나 확실한 것은. 어느정도의 틀은 필요한 것인가 싶다. 그러곤 그는 숨겨두었던 총의 총알을 꺼냈다. 2발. 그는 이내 1발을 버렸다. 그러곤 장전을 하고 당겼다. 탕! 하는 파열음과 동시에 그에겐 꽃이 피어 올랐다. 꽃잎이 바람을 타다가 이내 바닥에 가라앉았다. 누구보다도 고통스러웠겠지만 그는 미소를 지으며 쓰러져있다. 그러자 회고 씨와 상래 씨의 모습이 사라졌다. 그 곳에 남은 것은 오로지 행복한 현진 씨의 모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