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로키 산맥 어딘가에 위치한 198-4방공호에는 4명, 아니, 3명과 1대의 '인공지능 안드로이드'가 존재했다.


인간과 로봇간의 전쟁이 시작된지 3년이 지났지만, 토양은 정화의 기미를 보이지 않아 아직도 방공호에 있는 신세.


그런 와중에 로키 산맥 총괄부에서 198-4방공호 내에 인간으로 위장한 안드로이드가 존재한다고 알린 것이었다.


그것이 누군지 모르기에 은밀히 인간에게만 알릴 방법이 없어, 결국 198-4방공호 모두가 그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도대체 누가 안드로이드야?!"


로이는 지금까지 같이 지내왔던 넷 중 안드로이드가 섞여 있었다는 사실에 분노한듯 보였다.


물론 전쟁동안 로봇 진영에서 50억의 인간을 학살했고, 인류가 승리하기는 했지만 오염된 환경에서 살 수 있는 건 전부 파괴시킨 로봇이지 인간이 아닌 상황이기에 로봇 진영에 대한 증오심이 깊은 건 당연했다.


"지금까지 어떻게 숨긴거죠? 인간의 몸을 따라한 바이오 디바이스가 있다고는 들었지만, 어떻게 지금까지 숨겼을까요?"


프레이는 허탈감과 '어떻게?'라는 의문에 휩싸여 있었다.


"적대적인 안드로이드라면 직접 우리를 해하지 않았을까요. 아니면 전쟁에 패배한 걸 알고서는 몰래 숨어살기로 한 건가."


게리는 안드로이드가 왜 은신하며 아무 짓도 하지 않았는지에 대헤 생각했다.


"이러면.... 앞으로 두려움에 떨면서 기다려야 하나요? 존재가 밝혀진 참에 무슨짓을 할지 걱정하며....."


심성이 가장 고운 루이는 다른 사람의 정신건강을 걱정했다.


"젠장, 앞으로 그 안드로이드에 대한 정보를 찾아내 알려주겠다는군. 며칠이 걸릴지 몰라."


로이의 불평과 함께 2071년 5월 13일은 지나갔다.


















다음날 3명과 1대(미확인)는 방공호 중앙 거실의 테이블에 모여 총괄부의 통신을 기다렸다.


[....아...아... 잘 들리는지 모르겠군.]


"들린다. 빨리 말하라고."


날카롭게 대답한 로이를 포함한 나머지 모두 전날보다는 피곤해 보였다.


[좋아, 알아낸 정보만 말해주지. 우선 그 안드로이드는 자기가 안드로이드인지 모른다.]


"스스로를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는 말인가요?"


[그렇다. 우리 쪽에서 준비해둔 질문 목록이 소용없어졌다. 새 구별법을 고안해야해. 이 이외에 알아낸 사실은 없다. 하지만 앞으로 3가지 가량 더 알아낼 전망이니 통신을 기다리도록.]


그걸 끝으로 통신이 끊어졌다.


"망할, 도움 되는게 하나도 없군. 그저 기다려야 한다니."


"그래도 이번주 안에는 가려낼 수 있겠죠?"


"잘 모르겠네요, 루이."

























다음날도 넷은 모였다.


[들리나.]


"그렇다. 그런데 내가 어젯밤 기가막힌 구별법을 생각해냈어. 인공지능을 가졌든 아니든 그놈은 로봇이잖나? 그러니 인간만 할 수 있는 반응을 알아채면 되는거야."


[일단 들어보지. 예를 들면?]


"인간이 생물학적으로 역겨워하는 반응을 로봇이 낼 수 있나? 예를 들면......"


이후 글로 표현하기도 어려운 끔찍한 상황에 대한 짧은 묘사가 방공호를 휩쓸었다.


"제발 그만하세요!"


루이의 외침에 로이는 말을 멈췄다.


다른 이들의 표정도 살아있기 힘들어 보이는 상태였다.


물론 그런 말을 한 로이도 스스로에게 혐오감을 느끼는 힘든 기색을 보였다.


[내 예상에 효과는 없었을 것 같군. 그리고 자네의 논리라면 자네가 안드로이드 아닌가? 그런 끔찍한 말을 내뱉을 수 있다니.]


당황한 로이가 말했다.


"아니야! 나는 안드로이드가..."


[아니겠지. 이제서야 새로 알아낸 사실을 말해 줄수 있겠군. 안드로이드에겐 '인간의 도덕'이 심어졌네. 인간과 같은 반응을 할 거야.]


"망할, 다들(안드로이드는 빼고) 미안하군. 나도 끔찍하다 생각한 이야기였어."


모두가 정신적으로 더욱 힘들어졌다.











다음날, 조금 더 초췌하고 예민해진 넷이 모였다.


이번에는 게리가 의견을 냈다.


"극단적이기는 하지만, 신체를 훼손시켜 보는 겁니다. 안드로이드이니 인간과 내부가 다르겠죠."


로이가 반대의 의견을 냈다.


"너무 잔인하고, 안드로이드를 알아낼 확률이 낮아요. 치료 장비는은 고장인데다가 의료약품도 충분할지 모르고요.


[맞네. 알아낸 사실에 의하면 기체의 70% 이상이 바이오 물질이네. 설사 알아낼 수 있다 하더라도 인간은 과다출혈로 죽는 정도로 신체를 훼손해야 할걸세. 게다가 그 방공호에는 의사가 없지 않나. 너무 불확실한 방법이네.]


프레이가 의견을 냈다.


"몸 내부를 방사선 기기로 비춰보는 건 어떤가요. 쉽게 알아낼 수 있을텐데."


[건강에 치명적일 걸세. 또 안드로이드 내부에 뼈대를 감추는 장치가 있을 수도 있으니, 이전 의견과 마찬가지 반대일세.]


시간에 지날수록 예민해졌다.





















다음날, 모두의 스트레스가 극에 달한 것 같았다. 게이지가 꽉차 조금만 더 진행되면 터질듯한 상태였다.


"오늘이 마지막일 거다. 내일이 되면 뭔 일이든 일어나겠지."


[미안하네. 우리가 알아낸 마지막 사실은, 안드로이드에 탑재된 인공지능은 입력된 프로그램을 착실히 따른 다는 좋지 못한 소식뿐이네. 인간과의 구별법을 떠올릴 수가 없었네. 미안하네.]


그것이 그날 총괄부와의 마지막 통신이었다.


오랜 침묵이 이어지던 중, 로이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따른다라....."


그리고 무언가가 떠올랐다는 듯 말했다.


"평원에 오두막이 하나 있다면, 난 그집에 쳐 들어가 남자를 전부 죽이고 여자와 오두막과 식량을 전부 가질거다."


다른 셋이 순간 경악했다.


하지만 의중을 알아차린 프레이가 다음으로 말했다.


"죄책감을 느끼지 않도록 뇌를 조정하는 기술이 있다면, 죽기전에 한 번쯤 무차별적으로 학살을 할겁니다."


그리고 게리가 말했다.


"힘이 있어서 저지른 일들을 모두 묻을 수 있다면, 싫어하는 사람과 그의 가족을 전부 죽일 겁니다."


셋의 말에 금방이라도 기절할 듯 보이는 루이가 말했다.


"도대체..... 무...무..무슨. 왜 그런말을...."


"루이, 너도 이런 걸 말해봐. 떠올려봐. 약하더라도 이런 잔인한 걸 말해봐."


"전 그런건...."


"당신이 안드로이드군요."


이후 셋은 루이를 의자에 포박해 놓았다.


"왜 이러는 건가요!"


루이의 눈물과 절규에도 불구하고, 반쯤 광기서린 눈빛을 한 나머지는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루이의 한 쪽 어깨가 몸통과 분리되었다.


고통스런 비명보다도, 단면 안에 보이는 회로에 더 집중했다.


"제가.... 제가... 무슨 일을 했나요..... 아무 짓도......"


그것이 루이의 유언이었다.


"로봇 놈들은 비인간적 요소조차 인간의 일부라는 걸 몰랐나보군요."


5월 17일 198-4방공호에서 안드로이드 1대가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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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적이려면 비인간적 요소가 있어야 된다는 건 이상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생각마저 인간적인 걸까요.